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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짓는하루 Jul 23. 2021

떨어져 지내도 괜찮아, 집밥으로 엄마의 사랑을 느끼다

엄마의 텃밭에서 자란 무농약 채소로 만든 집밥 / 호박감자조림 레시피

<엄마 채소와 엄마친구가 준 간장으로 만든 호박감자조림>        레시피 하단 참조

매일 집밥을 해 먹는 요리의 재료는 주로 엄마의 미니텃밭에서 자란 무농약 제철 채소다.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몇 년 전부터 텃밭을 만들어 다양한 채소를 직접 기르는 부지런한 엄마 덕에, 나의 집밥 재료는 언제나 채소가 메인이다.


엄마는 항상 전화로 이야기한다. "야채 아직 있어?" "방울토마토 땄는데 보내줄까?" "우리 딸 좋아하는 양배추 보내줄게, 얼마나 남았어?" "이번에 가지고추를 길렀는데 맛이 좋아, 보내줄게" 그럼 나는 채소가 떨어질 무렵 엄마에게 택배를 보내달라고 한다.


채소뿐만 아니라, 김치, 고춧가루부터 고추장, 된장 등 각종 장류까지 엄마가 보내준 걸 먹는다. 엄마 친구들도 집밥을 좋아하는 내 식성을 알아서 각종 김치와 장아찌를 만들면 딸 보내주라며 챙겨주신다. 엄마와 엄마 친구들의 사랑이 담긴 식재료 덕에 된장찌개 하나만 끓이거나 김치 하나만 꺼내도 밥을 두 공기씩 먹게 된다. 세상 그 어떤 반찬보다 맛있어서 한 그릇으로는 부족하다.


최근에는 가지, 호박, 오이고추, 가지고추, 당근, 양배추를 받았다. 특히 가지와 호박이 많아서 매일 찌개, 조림, 볶음, 조림, 전 등 온갖 요리를 다 해 먹고 있다. 가끔 집밥을 해 먹기 귀찮을 때도 있지만, 엄마가 키운 채소를 시들게 두거나 상해서 버리게 만들 수 없어 어떻게든 부지런히 해 먹게 된다. 밥을 더 열심히 만들어 먹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는 자취생이지만, 정성스럽게 길러서 보내준 채소를 받아 요리를 할 때면 꼭 엄마와 함께 있는 것 같다. 식재료들로 요리식탁을 차리면, 어떤 날은 꼭 엄마가 차려준 밥 같아서 울컥하고 눈물이 날 때도 있다. 가족들에게 요리해주는 것을 좋아하고, 전업주부도 아닌 워킹맘으로 바쁜 와중에도 항상 밥을 잘 차려주셨던 엄마를 꼭 닮은 나는, 매일 퇴근하고 피곤해도 엄마처럼 집밥을 차리고 있다.


언젠가 나도 가정을 꾸리게 되면 엄마처럼 가족을 위해 매일 요리할 것이다. 내가 만든 집밥은 엄마 덕분에 탄생한 엄마의 사랑이다.


*호박감자조림 레시피

1) 만드는 법 : 냄비에 물을 넣고 다시마 한 조각, 표고버섯 가루를 조금 넣어 국물을 우린다. 적당한 크기로 썰어 감자, 호박, 마늘, 양파, 대파, 고추 순으로 넣는다. 조선간장으로 간을 맞추어 끓이다가 재료가 다 익을 무렵  고춧가루 조금과 깨소금을 넣고 마무리한다.


2) 요리 팁 : 다시마와 표고버섯 가루가 없다면, 멸치나 말린 표고버섯 혹은 시판 다시팩 등 집에 있는 재료로 대체하면 된다. 아무것도 없다면 국물 우리는 과정을 생략해도 무방하다. 채소 역시 집에 있는 채소만 활용하면 되니 재료에 부담 가지지 말자. 조선간장이 없다면 아무 간장이나 넣어도 되고, 고춧가루는 들어가야 맛있다. 깨소금이 없으면 참기름 혹은 들기름 한두 방울로 대체해보자. 채소에서 단맛이 우러나와 설탕은 안 넣어도 되지만, 더 단맛을 내고 싶다면 설탕이나 꿀을 조금 넣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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