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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짓는하루 Oct 28. 2021

재택을 떠나보내며

따듯한 된장국으로 작별인사

<마지막 재택 날, 근사한 요리 대신 결국 냉장고 속 재료로 평범하게 차린 밥상>

오늘은 마지막 재택근무를 하는 날이다. 11월부터 '위드 코로나'로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되면서 자연스럽게 재택근무도 종료됐다. 정부가 권고하는 재택 비율에 맞게 우리 회사도 한동안 재택을 시행한 덕분에 주 2회 정도 재택을 하고 3일은 회사로 출근했다. 편도 1시간 거리의 회사로 출근하기 위해 이른 새벽에 일어나 붐비는 지하철에 꽉 낀 채 출근하는 일수가 줄어들어 편했다. 아침에 푹 자고 일어나자마자 출근할 수 있는 재택이 정말 좋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처음 경험해 본 재택이지만, 사람의 마음이 간사한 게 그사이에 재택에 적응을 해서 이제 없어진다고 하니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마지막 재택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오늘 저녁은 장을 봐서 맛있는 걸 해 먹어 볼까, 아니면 시켜먹어 볼까 한참을 고민했다. 일단 집에서 퇴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까운 마트에 가서 금방 장을 볼 수 있으니 이것저것 재료를 사다 불고기를 만들까 싶었다. 아니면 이런 날에 어울릴법한 메뉴인 치킨(?)을 시켜볼까 싶어 배민도 뒤적거렸다. 그런데 냉장고 한켠에 있는 식재료들이 눈에 띄었다. 아 정말, 나는 왜 항상 냉장고에 남아있는 식재료를 외면하지 못하니. 쿨하게 냉장고를 닫고 그냥 새로 장을 보거나 시켜먹으면 될 것을, 결국 평소처럼 도마를 꺼내 들었다. 사실 냉장고에 식재료도 별거 없었다. 가지, 고추, 마늘, 배추 딱 이렇게 있어서 뭔가 근사한 요리를 만들기에는 부족한 재료였다.  


기름을 두른 팬에 마늘, 가지, 고추를 넣어 볶다가 물을 조금 넣고 고추장, 설탕을 넣어 조려낸 후 참기름을 한 바퀴 두르고 마무리해 덮밥용 가지 조림을 완성했다. 그릇에 밥을 한 공기 떠서 고르게 편 후, 국물이 자작한 가지 조림을 얹어 가지덮밥을 완성했다. 냉동고에 있는 다시마와 새우를 넣고 된장을 풀어 국물을 우린 후, 배추와 다진 마늘, 고추, 고춧가루를 넣은 배추 된장국도 끓여내 한 그릇 담았다. 정말 냉장고에 있는 재료만 활용해 뚝딱 차렸다. 원래 생각했던 메뉴인 불고기나 치킨은 아니었지만, 속을 편하게 해주는 건강한 집밥 메뉴가 완성됐다. 배추를 넣고 끓인 된장국이 무척이나 시원하고 달큰해서 두 그릇이나 비워냈다. 거창할 것 없는 아주 평범한 메뉴로 결국 마지막 재택 날의 식사를 마무리했지만, 갓 차려낸 밥상은 따듯했다.


재택이 끝난 것은 아쉽지만,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돌아갈 원래의 평범한 일상은 기다려진다. 생각해보니 '평범한 일상'이 되돌아오길 기다려온 만큼, 어쩌면 오늘 차린 '평범한 저녁'은 재택근무와 작별하는 날에 참 잘 어울리는 메뉴다. 물론 한동안 코로나19 이전처럼 돌아가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코로나19로 극심하게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며 버텨낸 우리 모두에게 따듯한 된장국 한 그릇을 대접하고 싶은 날이기도 하다. 모두의 삶이 다시 차근차근 제자리로 돌아오길 바라며.


<방금 막 끓여낸 따듯한 된장국 한 그릇>
<갓 지은 밥에 가지 조림을 올려낸 가지덮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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