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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짓는하루 Nov 11. 2021

가끔 햇반이 땡기는 날

집밥은 먹고 싶고 밥은 하기 싫어

<반찬은 있지만 밥은 하기 싫은 어느 날, 햇반으로 완성한 밥상>

집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반찬보다 밥이다. 오래되지 않은 쌀로 맛있게 지은 밥은 정말 달고 고소하다. 밥 자체가 맛있으면 별다른 반찬을 곁들이지 않아도 충분할 정도. 그래서 자취를 하면서도 집밥을 먹을 때 햇반과 같은 즉석밥을 먹기보다는 거의 밥을 해 먹는다. 물론 그때그때 밥을 하면 더욱 좋겠지만 퇴근하고 와서 피곤하거나 배고플 때는 쌀을 씻고, 안치고, 취사시간을 기다릴 인내심이 부족하다. 그래서 보통 한 번 밥을 할 때 3~4번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게 해 둔다. 이틀 정도는 밥솥에 보온으로 유지하고, 이틀이 지나도 남아 있으면 소분해서 냉동고에 넣어두고 전자레인지에 데워먹는다.


그런데 가끔 밥솥에도, 냉동실에도 밥이 없는데 새로 밥 하긴 싫고 집밥이 먹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럴 때는 마트나 편의점에서 햇반을 하나 사 온다. 이렇게 가끔 비상식량처럼 사 먹는 햇반은, 평소 밥을 잘 해먹을 때는 좀처럼 관심이 가지 않지만 꼭 필요할 때가 있다.


어떤 날은 반찬은 있어서 밥만 하면 되는데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날이 있고, 백미 쾌속을 누르면 20분 안에 갓 지은 밥을 완성할 수 있지만 그마저도 기다리지 못하게 배고픈 날도 있다. 너무 피곤해서 정말 밥을 할 수 없는 컨디션인 날도 있다. 그럴 때 햇반이 더없이 귀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햇반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싶은 날이다. 즐겨 찾는 건 아니지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 것. 꼭 필요한 순간 언제든 살 수 있고, 전자레인지에 2분 남짓 돌리기만 하면 뜨끈한 밥이 한 공기 차려지니 얼마나 좋은가.


이렇게 생각해보니 자주 먹는 직접 한 밥과 가끔 먹는 햇반의 가치는 비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가끔 먹게 될 지라도, 꼭 필요한 순간에는 직접 한 밥보다 더 소중하니까. 밥 해 먹는 게 고단한 날에는, 햇반이 그 고단함을 덜어주고 따듯한 집밥 한 상을 완성시켜주니 참으로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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