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으로 버틴 나에게 칭찬

커피로 버틴 척 했지만 내가 꽤 잘했다

by 도키코치

오늘 유독 할 일이 많았다.

코칭 일정,

새 프로그램 런칭 준비,

메일 답장,

기획안 작성…

하루가 분 단위로 쪼개졌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오늘 하루

단 한 번도 집 밖을 나서지 않았다.

거실 테이블 - 주방 - 화장실 - 다시 테이블.

이게 오늘 내 동선의 전부였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갑갑해졌다.

뭔가가 필요했다.

공기 환기도, 마음 환기도.


그때 꺼내는 비장의 카드가 있다.

바로 드립커피.



물론 커피머신 버튼 하나만 눌러도 되지만,

오늘 같은 날엔 굳이 드립커피를 내린다.

물을 끓이고,

원두를 갈고,

천천히 물을 부으면서

나도 모르게 머릿속이 정리된다.


‘이 일은 어떻게 풀지?’

‘이건 조금 미뤄도 되겠지?’

‘내일은 햇볕이라도 좀 쬐자.’





커피를 내리는 건 내게 그냥 음료 준비가 아니다.

그건 작은 환기 의식이다.

마음속 먼지를 살살 털어내는 시간 같은 거다.


한 모금 마신 뒤에는

아주 소심하게

스스로에게 속삭인다.


“그래, 오늘도 버텼다.

커피로 버틴 척했지만,

사실 내가 꽤 잘했다.”


그리고 웃긴 건,

내일도 비슷할 거라는 거다.

또 쏟아지는 일정에 정신없을 거고,

또 중간에 환기가 필요할 거고,

또 커피를 내리며 머릿속을 정리할 것이다.


그러니까 괜찮다.

완벽할 필요 없다.

매일 조금씩

내 세계를 지탱해나가는 건,

생각보다 꽤 멋진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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