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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idi Oct 24. 2021

12. 위기의 로테르담



  로테르담 기차역에 도착하니 갑자기 신도시에 온 느낌이었어. 시골마을 같았던 정겨운 유럽의 느낌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어. 과연 건축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꼭 방문해야 하는 도시라는 말이 딱 맞았어. 특이한 형태와 재료를 사용한 건물들이 많았지. 로테르담은 나에게는 재미있었던 도시였지만 엄마에게는 너무 삭막하기만 한 도시였던 것 같아.


  한 번은 거리를 지나는데 마감재가 참 특이한 건물이 있었어. 유글라스라는 반투명 유리인데, 주로 학교에서 설계할 때 반투명하고 뽀얀 느낌이 좋아서 자주 쓰던 재료였어. 물론 실제 유글라스를 사용한 것은 아니고 비슷한 모형의 재료를 사용했었지. 그래서 실제로 시공된 모습은 나도 많이 보지 못했었어. 고층빌딩에 사용하면 저렇게 적용되는구나 하며 보고 있었는데, 옆에서 엄마가 “저 건물은 아직 공사 중인 거지?”라고 물어보는 거야. 순간 웃음이 나왔는데 엄마의 말을 듣고 보니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더라고. 같은 건물과 도시를 보고 서로 다른 느낌을 받는다는 건 참 재미있어.


마켓 홀 내부 전경
펜슬 하우스


  펜슬 하우스와 마켓 홀 같이 유명한 건축물들도 큰 구경거리였어. 입장료를 내고 실제로 들어가 구석구석 볼 수 있었던 펜슬 하우스는 특이하고 혁신적이었지만 솔직히 살고 싶은 집은 아니더라고. 마켓 홀은 MVRDV라는 유명한 네덜란드 건축회사가 설계한 건물이야. 예전부터 꼭 가보고 싶은 건물 중 하나였어. 참, 암스테르담에서 한 번 더 먹자고 했었던 청어를 드디어 마켓 홀에서 먹었어! 청어는 내가 먹은 가장 '네덜란드스러운' 음식이야.


  로테르담은 엄마에게 썩 아름다웠던 도시는 아니었지만, 막상 떠나기 전날이 되니 아쉬운 마음에 숙소로 돌아가기 전 한참을 걸어 다녔어. 한 손에는 맥주 캔이 담긴 봉지를 들고, 에라스무스 다리를 건너 유명한 건축물도 많이 보았어. 그리고 호텔에 돌아와서는 우중충한 날씨에 딱 맞는 컵라면으로 마무리했어. 컵라면 뚜껑을 덮는 데에는 잔세스칸스의 나막신이 제격이었지.


컵라면과 나막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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