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이나 로테르담 근교의 작은 마을들을 몇 군데 가보니, 다들 비슷하면서도 각 마을마다 특징들이 있었어. 그중 하우다는 맛있는 치즈를 먹어보겠다는 생각 하나로 간 곳이었지. 마을의 입구부터 치즈를 상징하는 조형물들과 치즈가게들이 참 많았어. 엄마와 나는 이것저것 시식도 해보고 돌아갈 때 잊지 말고 치즈를 꼭 사가자고 했어.
하우다는 치즈로도 유명했지만, 예술가들의 작은 작업공간들이 많더라고. 마치 파주의 헤이리 마을을 돌아다니는 기분이었어. 폐건물을 스튜디오로 바꾸어 쓰고 있는 작업실들도 구경할 수 있었고, 그들의 전시도 볼 수 있었지. 한참을 그렇게 돌아다니다 가을 낙엽이 절정이었던 온통 황금빛 낙엽들로 가득한 정원을 만나기도 했어. 너무 아름다워서 한참 동안 사부작 거리는 낙엽소리를 내며 그 정원을 맴돌았어. 항상 여행은 여름에만 다녔기에 여행 중 낙엽을 본 것은 처음이었어. 이국적인 건물과 낙엽을 함께 보니 참 예쁘더라고. 가을 여행은 춥고 번거롭긴 하지만 이런 낭만이 있구나 싶었어.
하우다에서 의외였던 것은 치즈 가게만큼 신발 가게가 많았다는 거야. 마침 내가 여행 내내 신고 다니던 워커의 밑창이 떨어져서 새 신발이 필요하기도 했어. 막상 예상에 없던 신발을 사려고 하니 마음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날 엄마와 한참을 고민하며 산 신발은 지금까지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신발이자 가장 자주 신는 신발이 되었어. 네덜란드 여행을 하면서, 아니 지금까지 내가 여행을 하면서 산 물건 중에 가장 잘 산 기념품이야. 워커를 신을 계절이 다가오면 네덜란드에서 엄마와 여행할 때의 날씨와 분위기가 묘하게 닮아서 여행 생각이 나곤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