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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idi Oct 24. 2021

13. 위트레흐트에서 살아보기

위트레흐트와 사람들


  위트레흐트는 델프트보다는 도시 같고, 암스테르담보다는 시골 같은 분위기였어. 이곳에 도착하니 "그래, 이게 네덜란드지!" 하는 느낌이 들었어. 엄마와의 이번 여행은 세련되고 현대적인 도시를 보는 것이 목적이 아니어서 로테르담 여행 내내 한적하고 옛 유럽풍 건물들이 아기자기하게 모여있는 델프트나 암스테르담이 그리웠었거든. 우리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를 위트레흐트로 참 좋은 선택이었어. 에어비앤비가 만들어준 추억도 잊지 못할 부분이야. 멜리(Meli)와 앱(Abb)의 정겨운 집과 앱이 내려준 모닝커피가 그립더라고.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예약한 건 처음이 아니었지만, 주인과 함께 지내게 된 건 처음이었어.


 우리가 기차역에 도착하는 시간을 알려주자 앱이 직접 차를 끌고 마중 나왔잖아. 그 차는 굉장히 오래된 차여서 어떻게 굴러가는지 신기할 정도였어. 유럽의 친구들은 무엇이든 자신이 애착을 가진 물건은 닳고 닳도록 오래도록 쓰는 것 같아. 길거리에 달리고 있는 자동차들만 보아도 굳이 새 것에 열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참, 스테파니는 ‘엄마의 엄마의 엄마’(스테파니의 표현)가 착용했던 반지를 물려받아 항상 끼고 다녀. 디자인이 세련되고 예쁘거나, 값비싼 보석이 박혀있는 것도 아니야. 딱, 할머니들이 끼는 옥반지 비슷하게 생겼어. 조금은 촌스럽고 요즘 옷차림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반지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해 주는 스테파니가 부러웠어. 표정에서부터 ‘엄마의 엄마의 엄마’의 반지에 대한 애착이 보이더라고. 나도 엄마가 입던 줄무늬 셔츠를 뻇어 입고 다니다가 팔꿈치가 닳아 헤져 못 입게 돼서 슬퍼했잖아. 그 이후로 여러 개의 줄무늬 셔츠를 샀지만 아직도 내가 좋아했던 ‘엄마의’ 셔츠와 똑같은 느낌은 찾을 수가 없어. 나도 나중에 내 손녀에게 “‘엄마의 엄마의 엄마’가 입던 옷이란다”하면서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런 의미에서 청주에 갈 때마다 엄마의 옷장을 잊지 말고 틈틈이 살펴봐야겠어. 그러니까 엄마도 이제 멋부리는 것에 관심 없다고 하지 말고, 엄마의 안목으로 예쁘고 멋있는 것들을 꾸준히 모아놓길 바라.


  위트레흐트에서 삼일 동안 지내게 되었던 집은 꽤 성공적이었어. 붉은 벽돌 외관과 현관으로 올라가는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네덜란드에 살고 있는 주민이 된 기분이었지. 우리는 2층의 방에서 지냈어. 2층에는 방 외에도 주방과 다이닝 공간 그리고 단풍이 든 식물들이 보이는 테라스가 있었어. 멜리는 학교 선생님이었고, 앱은 주로 연구소에 파견 나가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어. 멜리에 비해 스케줄이 조금은 더 자유로웠던 앱이 매일 아침 주방에서 커피와 토스트를 만들어 3층의 침실로 올라가더라고.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눈을 비비며 방에서 나가면 그는 우리에게도 모닝커피를 만들어 주었어. 엄마는 그의 커피가 마음에 들었는지, 커피 머신에 관심을 보였어. 지금 하고 있는 재봉틀 배우기가 끝나면 그다음 취미로는 라테아트나 바리스타 과정을 배워보는 건 어때. 내가 서울에서 내려갈 때 원두는 꼭 사갈게!


에어비앤비로 지냈던 멜리와 앱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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