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위트레흐트를 떠나 다시 암스테르담으로 돌아가는 날이었어. 소박하고 따뜻했던 멜리와 앱의 집에도 작별 인사를 해야만 했지. 아쉽게도 마지막 숙소는 시내보다는 공항에 가까웠기 때문에 밖을 돌아다닐 계획은 세우지 않았어. 다행히 둘 다 피곤했는지 일찍 잠이 들었어.
엄마와 15일 동안 네덜란드에만 있었다고 말하면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많아. 한 나라에만 그것도 우리나라의 절반 크기밖에 되지 않는 네덜란드에서만 지내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지 않느냐고 말이야. 엄마에게는 15일이 짧았을까 아니면 길었을까. 나는 15일이 네덜란드에 익숙해지기에 충분한 시간이면서도 다시 오고 싶은 여운은 남겨갈 만큼 딱 알맞은 시간이 었다고 생각해. 우리의 여행 속도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기 때문에 여행의 어느 하루도 기억에 남지 않고 스쳐가는 날이 없었어. 엄마도 가끔 우리가 함께 낯선 곳에서 서로 팔짱을 꼭 끼고 걷던 모습을 생각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