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그만두고 싶은 순간들

예술, 너 때문에 더럽게 힘들다 - 13편

by 루아 Rua

2주간 고민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부여잡고 있는 나를 마주한다.

자꾸 지쳐가는 내 모습 속에서 내가 예술을 부여잡고 놓지 못하는 이유를 더듬어 보았다.


그동안 그림도 놓기 싫고 생계를 책임지기 위한 돈도 놓기 싫어

그림의 기술을 정교하게 가르치는 입시미술학원 강사를 했다.

그러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의 창의력 발전을 위한 명목의 STEAM, 융합 등의 타이틀을 앞세워

새롭고 신기한 기술을 가르치는 프로그램 연구와 지도를 했다.


지금은 그림이 좋아 그리는 취미미술 지도를 하고,

문화예술교육이란 타이틀로 예술교육과 시민들을 위한 공공 예술 교육가로서 기획자로서 이 짓 저 짓을 하고 산다.


입시 중심의 사교육, 돈을 벌기 위한 미술교육, 취미미술교육, 문화예술교육 기획자…

난 예술을 놓기 싫어 예술의 끈을 부여잡고 있던 건데 그것도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는지

나에겐 예술가로서의 자유로움에서 벗어난 다양한 역할

그 역할들이 요구하는 틀에 맞춰 나를 재단하며 약간의 트랜스 포밍을 하며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내가 예술가였나?? 사무직인가?? 행정관계자인가?? 의문이 생기고 시간은 점점 없다.


처음엔 좋아서 시작한 예술이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게 너무나 행복한 일이었다.

이젠 새로운 아이디어를 머리를 쥐어짜며 짜내는 내 상태도 맘에 들지 않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해야 하는 많은 일들이 즐겁지 않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를 고민 중이었다.


이 좋아하는 일들이 생계를 책임져 주기를 바란 내 기대가 잘못되었단 생각도 든다.

예술은 자고로 등 따시고 배불러야 잘된다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겠지…


허나 최근에 읽은 책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에서는

’ 아이들이 빈 시리어 상자를 흔들어댄다. 당신의 지갑 속에는 일 달러 이십오 센트만 남아있다.

남편은 구두가 안 보인다고 불평이다. 자동차는 시동이 걸리지 않고, 당신은 채워지지 않는 백일몽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는 자책감에 시달린다…..

제일 아끼던 만년필은 온데간데 보이지 않고, 고양이 새끼는 최근에 쓴 습작 노트를 발발기 찢고 있다.

그래도 또 다른 노트를 꺼내, 다른 만년필을 잡고 쓰라. 그냥 쓰고, 또 쓰라.

세상의 한복판으로 긍정의 발걸음을 다시 한번 떼어 놓아라.

혼돈에 빠진 인생의 한복판에 분명한 행동 하나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 그냥 쓰라.‘


이 지지고 복고 완벽하지 않은 내 삶이 내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한 나의 뒤통수를 한대 후려치는 느낌이었다.

내 귀에다 대고 이야기하는 듯했다. ’ 누구나 다 그런 중에도 했을 뿐인 거지. 안 한 자는 그렇게 인식할 뿐인 거야 ‘라고.


완벽한 여정의 끝을 드러내고 싶단 욕구가 강했음이 느껴진다.

허나 인생에 완벽한 여정의 끝은 없다는 것이

성경에도 불경에도 노자의 이야기에도 명상이나 정신적 스승들도… 공통적으로 예부터 그렇게 적혀있다.


그럼 내가 해야 할 일은 하나다.

지금 이 여정의 발자국 남기기.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던 2주간의 고민의 결과는

지금 현재 완벽하지 않은 그대로 적어두고 기록하기.


그래야만 다시 좋아하는 일을 하는 나를 감사하고

눈뜨고 살아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하루를 살게 되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다시 나의 목소리로 글을 쓴다.

나의 고민과 해결과정들을 날것 그대로 남겨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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