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너 때문에 더럽게 힘들다 - 12편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산다.
그게 자랑이 아니라, 숙명 같은 일이었다.
고집이 세고, 시키는 대로 하는 삶보다는
내가 원하는 걸 직접 실현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시작했다.
‘좋아하는 일로도 밥벌이는 할 수 있다’는 걸
내가 증명해 보이겠다는 마음으로.
벌써 20년이 넘었다.
대형 입시미술학원을 운영할 땐
먹고사는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채워지지 않는 허기가 있었다.
사교육이라는 구조 속에서
나는 사업가였고, 동시에 교육가였다.
그런데, 나는 교육가 쪽에 더 가까운 사람이었다.
성과와 이익 중심으로 굴러가는 구조 안에서
아이들과의 진심 어린 예술 수업은 자꾸만 틈새로 밀려났다.
결국 나는 내려놓았다.
서울을 떠나 대전으로 내려왔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했다.
입시가 아닌,
그림이 좋아서 배우는 사람들과의 수업.
결과가 아닌, 과정을 나누는 수업.
그리고,
삶에 스며드는 문화예술교육을 상상하고 실현하는 삶.
그게 내가 꿈꾸던 예술가이자 교육가의 모습이었다.
지금의 나는
매 시간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사람과 예술을 잇는 실험을 하고,
동료 예술가들과 함께 수업을 설계하고,
현장의 무게를 버티며
조금씩, 아주 조금씩 앞으로 간다.
가끔은 번아웃이 몰려온다.
책임져야 할 가족과,
함께하는 예술가들의 생계와,
나 자신의 생존까지 떠안고 있는 날들.
그래서 문득,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며 살아야 하나?”
라는 질문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도 내가 멈추지 않는 이유.
그건 분명히 있다.
내가 하는 이 일이,
누군가의 삶 속에 예술이라는 씨앗을 심고 있다는 믿음.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어느 날 마음의 뿌리가 되어줄 그 씨앗.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지쳐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접을까 고민하던 날,
함께하던 선생님 한 분이 말했다.
“대표님이 이 일을 놓는다는 건,
앞으로 대전의 유아들이 너무 불행해지는 거예요.”
그 한 마디에
나는 다시 힘을 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산다는 건
언제나 기쁨만 있는 게 아니다.
무게와 책임이 따르고,
때로는 나를 잃어버릴 뻔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내가 심은 씨앗들을 믿는다.
그리고 내가 그 씨앗을 심을 수 있다는 것에
오늘도 감사하며 살아간다.
다음 편 예고
〈예술을 그만두고 싶던 순간들〉
– 계속하는 삶을 선택했지만, 정말 놓고 싶었던 순간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