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너 때문에 더럽게 힘들다 - 11편
그림이 좋아서 시작했다.
그림책을 만들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을 하고 싶어서 이 길을 택했다.
처음엔 정말 그랬다.
근데 언제부터인가
좋아했던 그 일들이
견뎌야 하는 일이 되어 있었다.
기획은 점점 무거워졌고,
수업은 준비만 해도 숨이 찼다.
그리고 무언가를 계속 ‘해야만’ 했다.
처음에는 감사했던 일들이
이제는 당연하게 여겨지고,
좋아서 했던 일인데
이젠 책임처럼 따라붙는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이게 내가 원하던 삶이 맞는 걸까?
내가 좋아했던 일인데,
그 일들이 나를 점점 지치게 만든다.
좋아서 시작했지만
이젠 잘해야만 하는 일이 됐다.
그래도 문득,
수업 끝나고 “오늘 너무 행복했어요”
라고 말하는 아이 한마디에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다시 떠오르기도 한다.
아직도 내 안엔
그 일을 좋아하는 마음이 남아 있구나 싶다.
그래서, 그냥 잠시 쉬자고 생각했다.
지금은 버텨야 하는 시간일지 몰라도
다시 좋아할 수 있을 거란 믿음으로
잠깐 숨 좀 고르기로 했다.
나는,
좋아서 시작했으니까.
다음 편 예고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한다는 것〉
– 좋아하는 일로 생계를 이어간다는 것, 그게 주는 현실적인 무게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