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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민준 Sep 17. 2021

쓰레기 몸살

덜 가진 사람은 사랑으로 채울 자리가 있기에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먼동이 트기도 전에 대문을 나서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깊은 잠을 마다하고 새벽부터 학교와 직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들 중에는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학교와 직장으로 나서는 이도 있지만, 어린 나이에 생활 전선으로 뛰어든 청소년도 있다.

 

고등학교 2년 후배 M의 아버지는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던 중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후배는 아버지 대신 새벽에 청소하러 대문을 나섰다. 그 당시에는 사정상 대리인이 출석해도 인정해 주었다. 


고등학교 1학년인 후배는 아버지 대신 청소하는 모습을 친구와 선후배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학생 신분으로 누가 볼세라 모자와 마스크로 지신의 신분을 감추고자 하는 마음은 당연했으리라. 아버지 대신 청소를 마친 후배와 등굣길에 마주쳤다. 외면하며 지나치는 후배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아니 후배의 이름을 부를 수 없었다. 내가 후배 입장이라도 고개를 돌리고 싶었을 테니 말이다. 


가난한 사람은 가난하다고 울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은 한 움큼만 덜 가졌을 뿐이다. 덜 가진 사람은 사랑으로 채울 자리가 있기에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사람이 산다는 건,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일이 아닌가 싶다. 코로나19로 기존에 환경을 생각했던 사람조차 온라인 주문량을 늘리는 추세다.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마스크를 비롯해 보건용품 사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TV를 보면 세계적으로 해양 오염도 심각한 수준이다. 바다에는 폐타이어와 플라스틱과 그물 등 온갖 쓰레기가 쌓여 있다.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투기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탈 플라스틱 순환 경제 모델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친환경적인 정부 정책과 지속 가능한 사회로의 발전 전략은 구호로만 남아 있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실질적인 돌파구를 찾지 못해 안타깝다.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지구는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과소비는 쓰레기를 증가시킨다. 상품을 고급스럽게 포장한 선물용 상자와 포장지는 한번 쓰고 버리기에 아까운 것도 많다. 쓰레기를 차에 싣고 달리다 도로 옆이나 외진 곳에 무단 배출한 쓰레기가 흉물스럽다.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배출한다고 하지만, 산처럼 쌓이는 쓰레기는 분리수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알뜰하게 살아가는 사람일수록 쓰레기를 적게 만들고 쓰레기 개념이 없는 사람은 분리수거도 하지 않은 채 배출한다. 하지만 누구는 쓰레기를 만들고 또 누구는 쓰레기를 치우며 살아가는 이율배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로 구매한 가전제품과 낡은 가전제품 가구는 대형 폐기물로 배출된다. 대형 폐기물 수거 스티커만 살짝 떼어가는 얌체족도 있다. 남이 싫어하는 일을 버젓이 하는 태도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행동은 미성숙한 시민의식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쓰레기가 지금처럼 많이 발생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온라인 주문은 편리하나 쓰레기를 다량으로 만들어 내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경제가 어려워 힘들다면서도 더 신고 더 입어도 될 만한 신이나 옷가지를 쓰레기로 배출한다. 의류 수거함에 넣어도 될 만한 옷가지가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버려진다.

   

코로나19 집합 금지로 자유롭게 식당을 이용할 수 없는 환경에 배달 사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한 이유로 배달 음식 포장지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가 가정에서 많이 배출된다. 음식물 쓰레기를 종량제 봉지에 담아 배출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종량제 봉투가 아닌 검은 봉지에 넣어 배출하는 비양심적인 이도 있다. 

  

배달 오토바이의 수가 많아지면서 교통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오토바이 운전자의 신호 및 차선을 수시로 위반하는 행동에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염려스럽다. 오토바이 단속 강화 및 안전 운행의 선도 차원에서 계도가 필요한 부분이다. 

  

우리는 행복을 지향하는 사회에 살면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의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졌다. 작은 쓰레기 하나라도 솔선수범해서 먼저 치우는 습관도 필요하다.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이 쉽게 치울 수 있도록 재활용품 분리배출도 필수다. 


환경미화원의 팔이 덜 아프도록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일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고쳐지지 않는 것은 우리의 양심과 교양 수준 문제가 아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쓰레기를 치우는 일은 성실하게 새벽에 청소하는 환경미화원 마음처럼 큰 속임수나 협잡이 끼어들 수 없다. 코로나19 이후 쓰레기가 넘치는 환경에 모두의 작은 배려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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