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포트 락페스티벌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깔깔 유머집에서 읽은 유우머가 있다.
한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는 매일 하느님께 기도했다.
"하느님! 도대체 왜 제 소원을 들어주시지 않나요?"
그때 남자의 귀에 하느님의 음성이 들렸다.
"이 놈아! 네가 로또를 사야 당첨이 되지."
코로나19로 인해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은 한동안 비대면으로 진행되었다. 2022년, 3년 만에 다시 열린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에서 나는 아내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나도 락페스티벌에 가보고 싶어.
"지금 여기가 락페스티벌이잖아."
-나는 저 무대에 올라보고 싶어.
"네가 저길 어떻게 올라가."
아내의 단호한 한마디에 마음이 상했다. 내 소중한 꿈을 이렇게 짓밟아도 되는 것인가. 불같이 화를 내기 1초 전에 아내가 한마디 덧붙였다.
"연주를 할 줄 알아야 올라가지."
아. 그렇구나.
락스타가 되는 방법은 이론적으론 단순했다.
1. 악기를 배운다.
2. 악기 실력이 향상된다.
3. 멋진 밴드에 들어간다.
4. 공연장에서 입소문이 난다.
5. 락스타가 된다.
이제 1번부터 실행에 옮기기만 하면 끝이다. 나는 분명 언젠가 악기를 배울 것이고, 언젠가 락스타가 될 것이다. 이건 필연적 결과이다. 그러나 그 언젠가가 굳이 지금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땐 내 삶이 영원할 줄 알았으니까.
적어도 100살 까진 충분히 살 줄 알았으니까.
암 환자가 되기 한 달 전,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티켓을 예매했다. 매년 여름 우리 부부 연례행사였다. 이번엔 친한 친구 한 명도 함께하기로 했다. 하지만 암 진단을 받은 그날, 예매를 취소했다. 진단을 받은 직후는 '암'이라는 단어가 너무나 무서웠다. 암 환자는 병실에서 천장만 바라보며 지내야 하는 줄 알았다. '암 환자'와 '락페스티벌'은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다.
2차 항암 치료까지 마치고 나니, 두려움은 조금씩 희미해졌다. 퇴원하고 집에 오면, 매일 노래를 들으며 동네를 걸었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전단지가 붙어 있었다.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초대권 응모 이벤트'
매년 응모했지만, 한 번도 당첨된 적이 없던 이벤트였다. '이번에도 안 될거야' 라고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응모를 했다.
그런데, 당첨이 돼버렸다.
'이게 왜 되는 거야..'
아내는 그날 컨디션이 괜찮으면 같이 가보자고 했다. 다행히 락페스티벌 당일 몸 상태가 괜찮았다. 우리 부부의 연례행사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평소 같으면 대낮부터 가서 맥주 한 컵 들고 더위와 맞섰겠지만, 암 환자는 그럴 수 없었다. 해가 질 때쯤 공연장을 찾았다. 날씨도 나를 배려했는지 꽤 선선했다.
장기하와 크라잉넛. 내가 가장 좋아하는 두 팀의 공연이 이어졌다. 오랜만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팔을 쭉 뻗어 흔들고, 점프도 하며 환자치곤 꽤 격렬하게 놀았다. 크라잉넛의 공연이 끝나고 아내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나 다 나은 것 같아.
그 말을 하자마자 급격한 체력 저하가 느껴졌다. 마지막 무대는 포기하고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내에게 말했다.
-나도 락스타가 되고 싶어.
매년 락페스티벌이 끝나면 하던 말이었지만, 오늘은 한마디 더 덧붙였다.
-나 일렉 기타 하나만 사줘.
아내의 입에서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그래, 내가 사줄게."
아내의 마음이 바뀔까 두려웠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입문자용 기타를 찾아봤다. 여기저기 물어도 봤다. 적절한 녀석 하나를 골라 바로 주문을 했다. 그렇게 왕초보 기타리스트의 길에 들어섰다.
언젠가 나는 로큰롤 스타가 될 것이다.
2025년 항암 치료를 마친 후 완전관해 되었습니다.
현재는 정기 검진을 받으며 회복 중입니다.
이제야 지난 시간을 돌아볼 여유가 생겨 투병기를 남깁니다.
제 투병기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
암 환자가 되고 일렉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작년에 가장 잘한 일 중 하나입니다.
여전히 실력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만,
방에서 혼자 띵가띵가 거리고 있으면
굉장히 재밌습니다.
이러다 언젠가 실력도 늘지 않을까요?
올해는 직장인 밴드 활동도 시작했습니다.
지난 주에 첫 합주를 했는데,
혼자할 때보다 더 재밌습니다.
2026년은 많은 작가님들께서도
해보고 싶었지만 미뤄둔 일들이 있다면
도전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