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안쓰러워하며 마음을 나누다

참 안타깝다

by 비둘기

'돌아이 총량의 법칙'

:어느 집단이든 한 명 이상 '돌아이'가 있다.

만약 당신이 속한 집단에 '돌아이'가 아무도 없다면,

바로 당신이 '돌아이'다.




암에 걸리고 알게 되었다. 우리 주위에 생각보다 암 환자가 많다. 정확한 통계는 이렇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기대수명(남자 79.9세, 여자 85.6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남자는 5명 중 2명(37.7%), 여자는 3명 중 1명(34.8%)에서 암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출처: 국가 암 정보센터>

물론 연령대별 고려를 더 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수치로만 보면 정말 많다. 하지만, 난 주위에서 한 번도 암 환자를 본 적이 없다. 아내는 말했다.

"내가 평생 주위에서 암 걸린 사람을 본 적이 없는데, 여기 있었네."

-내가 걸렸으니까 넌 안심해도 되겠다. 부부가 둘 다 걸릴 확률은 진짜로 거의 없을 거야."

"내가 림프종 카페에서 후기를 거의 다 찾아봤는데, 버킷림프종은 몇 개 없어. 근데 다들 완치된 것 같아."

-근데 말이지.."

"..."

-완치가 안된 분들은 글을 못 쓰시지 않을까?"

"사실 나도 그 생각을 하긴 했어.. 그리고 사실은.."

-?...

"꾸준히 글을 올리시다가 어느 순간부터 멈춘 분들도 몇 명 있어.."

-...

"..."

-아마 다 나으셔서 그러실 거야.

"그러시겠지?"

-그러실 거야..



암 병동엔 온통 암 환자다. 입원하신 다른 환자 분들을 보면 안쓰러울 때가 많다.

그럴 처지는 아니지만..



아버지, 어머니 뻘 되는 환자 분들을 보면 부모님이 떠오른다. 환자복을 입은 사람이 엄마, 아빠가 아니라 장모님, 장인어른이 아니라, 나라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아직 젊고, 건강하니까. 아..

건강한 건 아니지..



세 번째 항암을 위해 병원에 입원하던 날, 환자 복을 입으신 어르신 한분과 엘리베이터를 함께 탔다. 내가 13층을 누르고, 그분은 버튼을 누르지 않으셨다. 목적지가 같다는 건, 그분도 암 환자라는 뜻이다. 어르신도 나를 보며 같은 생각을 하셨던 것 같다.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시더니 말씀하셨다.

"에휴, 젊은데.. 속상해라."

적절한 답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저 웃었다.



입원해서 저녁을 먹고 나면 늘 복도를 걷는다. 몇 걸음 안 되는 짧은 복도이지만, 그게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이다. 하루는 복도를 걷다가 아내에게 전화를 하려 잠시 휴게실에 멈춰 섰다. 네 분의 어르신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통화 버튼을 누르고 있는데, 그분들의 이야기가 들린다.

"나는 20대, 30대 친구들이 보이면 진짜 안타깝더라고."

"맞아. 요즘은 젊은 친구들이 많이 보여서 속상해. 우리는 그래도 살만큼은 살았는데.."

"참..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제가 그 젊은 친구입니다. 저 괜찮아요. 어차피 다 같이 나을 건데요.'라고

마음속으로 대답했다.




암 병동에선 이런저런 검사로 바쁘다. 매일 새벽 다섯 시에 체중을 재고, 피검사를 한다. 항암을 하기 전에 엑스레이도 찍고, 심전도 검사도 한다. 그때 서너 분의 환자 분들과 늘 함께 한다. 심전도 검사실 앞에서 대기하는데, 함께 온 환자 분께서 물으셨다.

"혹시 무슨 암이에요?"

"저는 버킷림프종이에요."

"아.. 그건 또 처음 들어보네."

그분께선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말씀하셨다.

"젊은 사람들은 이런 것 안 걸렸으면 좋겠는데..."




내 왼쪽 자리 청년은 회진 중에 백혈병 확진을 받았다. 그는 아내에게 전화해서 이 사실을 최대한 담담한 척 알린다. 내 오른쪽 자리 어르신은 방금 전에 한 말도 기억을 못 하신다. 소변보실 때도 도움이 필요하다. 병실에선 그들의 목소리가 커튼 사이로 모두 들린다. 그들은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할까..

모두가 이런 건 안 걸렸으면 좋겠는데...



이곳은 그렇다. 서로를 안쓰러워하며 마음을 나눈다.

함께 있던 모두가 결국엔 웃는 모습으로 떠나길..



2025년 항암 치료를 마친 후 완전관해 되었습니다.
현재는 정기 검진을 받으며 회복 중입니다.
이제야 지난 시간을 돌아볼 여유가 생겨 투병기를 남깁니다.
제 투병기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



#작가의 말

연휴도 끝나고, 주말도 모두 지났네요.

주말은 다들 잘 보내셨나요?


지난 글들을 돌아보니

벌써 스무 편이나 되더라고요.

이번 주와 다음 주가 지나면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거야> 연재도 끝이 나네요.

계획대로 연재 마칠 수 있도록

꾸준히 쓰겠습니다.


오늘은 조금은 무거운 주제의 글을 쓰게 됐습니다.

치료 중에도 최대한 긍정적으로 지내려 했지만,

사실 암 병동은 매일같이 절망을 마주하는 곳입니다.

다만, 그 안에서도 나뿐만 아니라 타인을 걱정하는

따뜻한 마음이 있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다들 이번 한 주도 행복하게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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