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이라는 환상을 버릴 때 비로소 시작되는 것들

부모의 힘을 뺄 때, 아이는 스스로 숨 쉬기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그동안 '1등 없는 교실' 연재를 통해

캐나다 교육이 주는 신선한 충격과 변화에 대해 함께 나누었습니다.

많은 분의 공감 덕분에 저 또한 지난 시간을 깊이 되돌아볼 수 있었지요.

이제 그 이야기의 연장선이자, 조금 더 개인적이고도 본질적인 '우리 부모들의 삶'에 대한

새로운 연재를 시작해 보려 합니다.

새로운 연재의 문을 열며 제가 가장 먼저 꺼내고 싶은 고백은,

사실 저는 아이들에게 참 미안함이 많은 부모였다는 사실입니다.


캐나다라는 낯선 땅에 발을 내디뎠을 때,

저에게 '아이의 교육'보다 더 절실했던 것은 '생존'이었습니다.

오랫동안 특수교육 전문가로 살아왔지만,

타향살이의 고단함 앞에서는 저 역시 그저 하루하루가 버거운 이민 1세대일 뿐이었죠.

경제적인 안정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부끄럽게도 아이들의 마음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당시 저는 늘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전문가인 내가 정작 내 아이들은 등한시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 때문이었죠.

캐나다에 사는 많은 한인 부모님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일 것입니다.

당장 내일의 삶을 일궈야 하는 처지에서

아이와 눈을 맞추고 정서적인 대화를 나누기란 현실적으로 참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marc-clinton-labiano-sCPR9a2pmmc-unsplash.jpg 부모의 고단한 삶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면서도, 아이들이 그 뒷모습을 보며 자란 이미지


그런데 참 역설적인 일이 일어났습니다.


부모가 완벽한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하고 빈틈을 보일 때,

아이들은 그 빈틈을 원망으로 채우는 대신 '자립'이라는 꽃을 피워냈습니다.

부모가 타지에서 고생하는 뒷모습을 묵묵히 지켜본 이른바 '1.5세' 아이들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를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부모의 고단한 삶이 아이들에게는 세상을 살아낼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 셈입니다.


우리는 늘 아이에게 완벽한 부모,

모든 것을 해주는 부모가 되지 못해 미안해합니다.

하지만 제가 캐나다 교육 현장과 제 가정에서 깨달은 진실은 다릅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보다 부모의 '삶'을 먹고 자랍니다.

비록 유창한 영어로 아이의 학교 생활을 다 챙겨주지는 못해도,

낯선 환경에 적응하려 애쓰는 부모의 성실함을 보며 아이들은 책임감을 배웁니다.


nathalia-arantes-2WO9z1paoaQ-unsplash.jpg 부모의 경제적 어려움이나 시간적 부재(빈틈) 속에서도 스스로 강인하게 자라난 1.5세 아이들


"아이들은 부모의 완벽함이 아니라, 부모의 '살아가는 뒷모습'을 먹고 자랍니다."


저는 이제 제 등의 땀방울을 미안해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 땀방울이 아이들에게는 세상을 성실히 일궈가는 정직한 교과서가 되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혹시 지금 이 순간에도 부족한 부모인 것 같아 마음이 아프신가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의 서투른 노력과 정직한 땀방울은 이미 아이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립'이라는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완벽이라는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고, 오늘 하루 아이와 함께 숨 쉬는 기쁨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당신은 이미, 당신의 아이에게 단 하나뿐인 가장 귀한 우주입니다.


daybreakwithray-p1iG6iWVoWA-unsplash.jpg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나의 부족함이 아이들에게는 스스로 일어설 땅이 되어주었음을...


혹시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에게 부족한 부모인 것 같아 마음이 아프신가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의 서투른 노력과 정직한 땀방울을 아이들은 이미 마음 깊이 새기고 있으니까요.


부모가 완벽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정직하게 삶을 일궈갈 때,

아이는 비로소 자신만의 속도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30년 차 특수교육 전문가라는 이름보다,

치열하게 살아온 한 어머니로서 제가 겪은 이 시행착오들이

지금 이 순간 고민하는 많은 부모님께 작은 이정표가 되길 바랍니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이미 우리의 삶 그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가장 훌륭한 교과서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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