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당신의 기다림이 아이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큰 문이 되었습니다
긴 여정이었습니다.
때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걷는 것 같았고,
때로는 거친 파도 앞에서 아이를 품에 안고 버텨야 했던 날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부모라는 이름으로 그 고통의 시간을 견디며 '수용'이라는 기둥을 세운 당신에게,
아이는 비로소 자기만의 방식으로 대답하기 시작합니다.
교실에서 저는 보았습니다.
말문이 터지지 않아 답답함에 몸부림치던 아이가,
부모의 눈빛이 평온해지자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꺼내놓기 시작하는 순간을요.
그것은 유창한 문장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서툰 몸짓, 짧은 단어, 혹은 찰나의 눈맞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세상 그 무엇보다 선명한 아이의 진심이 담겨 있습니다.
"엄마, 아빠. 나를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나도 사실은 당신들에게 닿고 싶었어요."
아이의 말문을 여는 열쇠는
화려한 치료 기법이나 매서운 훈육에 있지 않았습니다.
부모의 마음 근육이 단단해져 아이가 어떤 모습이든 기댈 수 있는 '안전한 기둥'이 되었을 때,
아이는 비로소 안심하고 마음의 빗장을 풀었습니다.
우리가 느리게 걸으며 함께 보았던 그 수많은 풍경들이,
실은 아이와 부모를 잇는 소중한 언어들이었음을 이제는 믿으셔도 됩니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당신의 마음 근육이
이전보다 조금 더 단단해졌기를 소망합니다.
아이가 남들보다 조금 늦게 꽃을 피운다면,
그것은 그만큼 더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뿌리를 믿어주는 단 한 사람,
당신이 있기에 아이의 세계는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의 진심이 당신의 마음에 닿은 오늘, 비로소 우리의 진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동안 정말 애쓰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이미 충분히 좋은 부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