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부모라는 강박을 내려놓은 캐나다의 숨 쉬는 땅

아이의 길에 '콘크리트'를 깔고 있지는 않나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흐르는 나이아가라. 무언가 더 보태지 않아도 그 자체로 장엄한 자연은 우리에게 '그대로 두는 것'의 위대함을 가르쳐줍니다.


오늘도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아오는 길,

문득 캐나다에서의 16년 세월이 떠올랐습니다.

한국에서 '완벽'을 향해 달음박질하던 제게 캐나다는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가르쳐준 곳이었죠.


"도로를 콘크리트로 덮지 않는 건, 땅이 숨을 쉬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캐나다에서 만난 한국 건설회사 사장님께서 들려주신 이 말씀은

제 육아관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습니다.

보통 우리는 도로라고 하면 매끈하고 단단한 회색빛 콘크리트 길을 떠올립니다.

실제로 한국의 도로는 대부분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로 빈틈없이 포장되어 있죠.

비가 와도 흙탕물이 튀지 않고, 차들이 빠르게 달릴 수 있는 '효율'과 '편리'의 상징입니다.


하지만 사장님은 캐나다의 도로가 자주 공사 중이고,

때로는 거칠게 느껴지는 이유를 뜻밖의 시선으로 설명해 주셨습니다.

콘크리트는 땅을 완전히 밀폐해 버려 땅이 숨을 쉬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비가 내려도 땅속으로 스며들 틈이 없고, 지열이 순환할 구멍조차 막아버리는 '죽은 길'이 된다는 뜻이었죠.


pexels-max-fischer-5212329 (2).jpg 매끈하게 닦인 콘크리트 길보다, 조금은 덜컹거려도 아이가 스스로 숨 쉬며 뿌리 내릴 수 있는 땅을 내어주고 싶습니다. 완벽한 포장보다 소중한 건 아이의 생명력이니까요."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도로를 콘크리트화하지 않는 캐나다의 철학을 들으며,

저는 비로소 우리 아이들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우리 부모들은 아이의 앞날을 한국의 고속도로처럼 매끈한 콘크리트 길로 만들어주려 애씁니다.

장애물 하나 없고, 흙먼지 날리지 않는 완벽하게 포장된 길 말입니다.

하지만 부모가 정성스레 발라놓은 그 단단한 콘크리트 포장이,

역설적으로 아이의 본성이 숨 쉴 틈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비가 오면 조금 젖기도 하고, 때로는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 같을지라도

아이 스스로 숨 쉬며 뿌리 내릴 수 있는 '살아있는 땅'을 내어주는 것.

그것이 30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치며 제가 깨달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부모'의 진짜 역할이었습니다.


apostolos-vamvouras-PDg89076_Y0-unsplash.jpg 노후의 평온함은 든든한 국가 복지에서 오듯, 아이의 평온함은 부모가 만들어준 '숨 쉴 틈'에서 시작됩니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기다림'을 지원하는 나라


부모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갖는 이유는 '불안' 때문입니다.

하지만 캐나다는 그 불안을 사회적 시스템으로 보듬어줍니다.


돈 없어서 공부 못하는 일은 없는 나라: 대학 학비를 정부가 저리로 빌려주고,

졸업 후 자리를 잡을 때까지 기다려줍니다.

부모가 아이의 모든 미래 비용을 짊어지지 않아도 되는 구조입니다.


노후가 두렵지 않은 울타리: 65세가 되면 국가가 노후를 책임지기에,

부모는 자식에게 짐이 될까 봐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런 든든한 복지는 부모로 하여금 아이를 '성공의 도구'가 아닌

'존재 그 자체'로 바라볼 여유를 선물합니다.

내가 완벽한 경제적 기반을 닦아주지 못해도,

아이는 이 사회 안에서 충분히 자기 몫을 하며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는 것이죠.


canada-immigration-preparation-visa-passport.jpg.jpg "새로운 문을 여는 것은 삶의 가치를 '속도'에서 '호흡'으로 바꾸는 과정입니다. 그 떨리는 시작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충분합니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의 모습으로 흐릅니다.

무언가 더 보태거나 화려하게 꾸미지 않아도 그 자체로 경외감을 줍니다.

우리 부모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많은 사교육, 더 완벽한 뒷바라지를 못 해준다고 미안해하지 마세요.

아이에게 필요한 건 완벽한 설계자가 아니라,

아이가 숨 쉴 틈을 내어주고 그 성장을 묵묵히 지켜봐 주는 '변함없는 자연' 같은 부모입니다.


오늘 밤, 우리 부모님들도 자신을 조금 더 너그럽게 안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아이를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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