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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스터 Sep 08. 2023

도쿄에서 만난 맛집_교바시역

도쿄 문구 여행_18

원래 나는 지독한 계획형 인간이라 여행을 앞두고는 늘 엑셀을 사용하여 일정을 정리하곤 했다. 요즘엔 트리플앱이나 원더로그 등 여행 일정을 짜는 편리한 앱이 많이 나왔지만 지극히 아날로그적 인간인 나는 여전히 엑셀이 편하긴 하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는 문구점의 동선을 제외하곤 아무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스스로 만든  일정에 쫓기는 여행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는 그런 여행을 해보고 싶었다. 이렇게 점점 즉흥적인 여행을 즐기는 성향이 되어가나?  


끼니를 해결하는 일 역시 지나가다 내 눈에 보이는 식당에서 하기로 했다. 맛있으면 거기가 맛집이지 뭐. 오랜 시간 줄 서서 먹어야 하는 유명한 맛집은 당연히 패스.  그렇게 마음먹고 다니다 보니 새로운 식당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기에 도쿄에서 만난 나의 맛집을 소개하는 것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부터 내가 소개하는 곳들은 내가 방문했던 문구점이나 숙소 주변에서 찾은 곳으로 근처를 지나가다 동선이 맞으면 가봐도 좋을 곳으로만 정했다. 단, 선택은 본인의 몫임을 잊지 말자!! 



SAKAKI 


투숙하던 호텔 근처에 있던 식당으로 저녁에는 가격이 조금 있는 프랑스 코스 요리를 파는 곳이다. 그러나 점심은 함바그스테이크 및 믹스 프라이  등 가성비가 좋으면서도 맛있는 음식들을 판매하여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곳이다. 


오픈 전부터 가게 앞에 늘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눈여겨보고 있다가 하루 시간을 내어 이곳을 방문했다. 줄 서기 싫어하지만 이 정도는 애교 수준이니까. 11:30분이 오픈인데 11:15분쯤 갔더니 이미 줄이 있었다. ‘첫 타임에 들어가면 좋겠는데..’라는 작은 바람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더니, 깨끗한 흰색 앞치마를 두른 직원이 나와 인원수를 물으며 차례차례 주문을 받는다. (인원이 다 오지 않았으면 주문을 받지 않는다. 친구가 먼저 가서 줄을 서는 것이 의미 없는 가게)  


뭘 먹을지 고민하다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오니 많은 분들이 ‘포크 진저’'를 주문하길래 그거 하나와 ‘멘치가스’를 메인으로, 전갱이와 새우튀김을 사이드로 주문했다. 모든 메뉴가 다 맛있을 거 같아 선택을 하는 것이 어려웠던 것은 인정! 

메인요리 전에 나온 스프와 데미글라스 소스가 맛있었던 멘치가스
이런 진저 포크는 정말 처음! 속까지 완벽하게 익어 엄청 맛있었음.

입구에서 보기엔 가게가 좁아 보였는데 생각보다 내부가 넓어 많은 인원이 한 번에 들어갈 수 있었다. 격식을 차린 경양식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 수프부터 서빙이 시작되어 메인 메뉴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멘치가스야 한국에서도 먹어본 적이 있었지만 확실히 직접 만들었다는 데미글라스 소스의 풍미가 엄청났다. 그리고 기다리던 진저 포크! 엄청 두꺼운 돼지고기를 간장과 생강 소스에 졸인 요리로 속까지 양념이 잘 배어 있어서 진짜 맛있게 먹었다. 왜 현지분들이 포크 진저를 많이 주문했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이었다. 다만 양이 어마어마해서 혼자 갔다면 다 먹지 못했을 것이다. 전갱이 튀김과 새우튀김도 싱싱함이 절로 느껴지던 맛이었다.  


스프랑 밥까지 포함된 메인 메뉴의 가격은 평균 1300엔 정도. 과하지 않은 가격으로 맛있게 먹은 한 끼였다. 

멘치가스: 1,200엔 (수프, 밥, 커피 포함)

포크진저: 1,400엔(수프, 밥, 커피 포함)

새우튀김 단품: 360엔

전갱이튀김 단품: 360엔 



YAMAGATAYA


가게 앞에 붙여 놓은 먹음직스러운 빙수 사진에 이끌려 들어간 곳이다. 김을 포함한 여러 식재료를 판매하고 있었고, 한쪽을 카페로 사용 중이었다. 자리를 안내받고 녹차 라테와 녹차 빙수를 주문했다.  메뉴판을 보니 점심엔 여기서 파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도 경험할 수 있었다. 한번 와서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없어 먹어보지는 못했다.. 녹차 라테가 먼저 나왔고, 잠시 후 빙수가 나왔는데… 그 크기가 어마어마해서 정말 깜짝 놀랐다. 

빙수를 다 먹으니 따뜻한 차도 주셨다.

사진으로는  1인 빙수처럼 보였는데 둘이 먹어도 충분할 것 같은 거대한 크기에 깜짝 놀랐다. 한 입 먹자마자 느껴지는 얼음의 시원함과 녹차의 쌉쌀함, 달콤한 팥과 연유의 조화가 더위를 잊게 해 주었다. 일본 디저트는 비싸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이 빙수가 그런 편견을 없애주었다. 녹차 외에도 망고 빙수나 딸기 빙수 등 계절별로 다양한 빙수가 나오는 듯 하니, 다음에 가면 다른 메뉴에 도전해 봐야지! 

녹차라테: 605엔 

녹차빙수: 1,100엔 



Kitakata Ramen Ban’nai


일본을  여행하면서 늘 궁금했다. 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진짜 라면집이 많은데 왜 한국 사람들은 이치란, 잇푸도, 신신을 주로 방문하는 걸까? 물론 이 가게들도 유명하고 잘하는 라면집은 맞다. (이 중에 나는 신신라멘이 가장 입에 맞았다.) 그렇지만 왜 다른 가게들은 방문할 생각을 못했을까?라고 생각해 봤다. 나의 경우엔 여행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내 위는 한 개이기 때문에  괜한 모험은 하기 싫어서 이미 검증된 맛집들을 다녔던 것 같다. (짧은 여행 기간 동안 맛있는 것만 먹고 가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앞에서 말했다시피 이번 여행은 노 계획 여행인 만큼 지나가다 맘에 드는 가게에서 맛있는 한 끼를 만나고 싶었다. (사실 그렇다고 아무 데나 막 들어가는 건 아니고 괜찮은 가게를 발견하면 그 앞에서 구글링을 해서 평점을 살펴보는 정성 정도는 필요하다.)   

숙소 근처만 해도 라면집이 꽤 나왔다. 그중에서 남편이 고른 라면집은 Kitakara Ramen Ban’nai. 구글 평점은 3.8로 나쁘진 않았고, 서비스도 친절하다는 평가가 있어서 가보기로 했다. 

나는 반숙 계란을 포함한 Negi Ramen을  남편은 Green Chili Shio Negi Ramen을 주문했다. 내가 시킨 건 돼지 육수가 들어간 간장 베이스의 국물이었고 남편이 시킨 것은 소금 베이스였다. (소금이 조금 더 깔끔한 맛을 낸다는 것을 여기서 알게 되었다.) 진득한 돈코츠 라면을 별로 안 좋아해서인지 이곳의 라면은 적당히 맑게 나와서 내 입에 잘 맞았다. 하지만 남편이 시킨 라면이 더 대박이었다. 청양 고추의 칼칼함이 라면의 느끼함을 잘 잡아줘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여행 마지막날, 그동안 가장 맛있게 먹었던 음식을 한번 더 먹고 가기로 했는데 우리 둘 다 고른 음식이 바로 이  Green Chili Shio Negi Ramen이었을 정도로 이 라면은 강렬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이 라면 국물이 자꾸 생각나서 입 안에 침이 고인다. 다음번에 도쿄에 가게 된다면 이 라면집은 꼭 다시 가리라 마음먹었다. 

처음에 시켰던 Negi Ramen과 여행 마지막 날 한 번 더 들려 시킨 Green Chili Shio Negi Ramen.

미리 계획하지 않아도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날 수 있다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네기 라면 : 870엔 

그린 칠리 시오 라면: 930엔 




SAKAKI 

주소: 일본 〒104-0031 Tokyo, Chuo City, Kyobashi, 2 Chome−12−12 サカキビル 1F


YAMAGATAYA

주소: 일본 〒104-0031 Tokyo, Chuo City, Kyobashi, 2 Chome−6 パイロット阪急阪神グリーンビル1F 

-> 구글 지도에 나오지 않아서 교바시 역 앞에 있는 파일롯(Pilot) 빌딩을 찾으면 됨  


Kitakata Ramen Ban’nai

주소: 일본 〒104-0031 Tokyo, Chuo City, Kyobashi, 2 Chome−11−5 パインセントラルビル 1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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