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

유통기한이 지워진 사랑

by Matricaria


우연은 하나도 없었던 시간들

엊그제 입추가 지났다. 거짓말처럼 날이 사그라들긴했는데 여전히 덥고 습해서 몸은 쉽게 땀으로 젖는다. 한창 더워서 불쾌한 땀이 뚝뚝 떨어질때 8월의 바람이 불어오면 얼마나 시원한지 몰라. 나 요즘 정말 많이 웃어. 바람이 기분좋게 만드는건지, 그건 잘 모르겠어. 사실 매일매일 진심을 담은 말들을 듣긴 해. 그 깊이가 때론 너무 깊어서 이 덥고 습한 여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는 마음이 들어.

드디어 너에게 마음에 담아둔 능소화 얘기를 할 수 있게되었어. 네 마음에 핀 능소화는 세상에서 제일 쨍한 주황빛을 머금었을거라고 입밖으로 내자마자 마음이 쪼그라들것만 같았는데 그러긴커녕 손끝이 저절로 따뜻해지더라. 앞으로 긴장되는 순간이 찾아오면 너와 능소화를 떠올려야지. 여하튼 능소화에 대한 설명을 좋아해줘서 다행이야.

청계천에 가자고 했지. 정말 운치있었잖아. 나 드디어 공병에 눈물을 담아 흘려보낼 수 있게 되었어. 너 참 귀인이다 맞아. 곧 너의 친절이 익숙해지는 날이 오겠지. 소중한 나날에 썼던 글들을 난 매일 곱씹을거야. 너가 이렇게나 다정했고, 내가 이렇게나 진심이었구나, 하면서. 때로는 너가 귀찮아지기도 하겠지. 그럼에도 하루하루 너를 최선을 다해 사랑할거라고 나는 매일 글을 쓰고, 예쁘게 접어둘거야. 담아둔 마음이 무거워질때쯤 안온히 펴볼 수 있게… 하트로 접어놔야겠다.

가끔 네 사진을 봐. 사실 자주 봐. 보고 너무 행복해서 눈물을 흘려. 어떻게 네가 나의 행운을 빌어줄까. 어떻게 나에게 이런 행운이. 왜 나에게 이런 행운이. 감사해. 놀랍도록 세상에게 고마워. 청명한 미소가 내 평생을 닮았다고 구라치고 싶은데. 글이 점점 천박해지네 이해해줘 네가 너무 좋은걸 어떡하지.

하루종일 얘기하고싶은 마음은 항상 접어둬. 나는 손가락 조금만 움직여도 이렇게나 바쁜데 너는 얼마나 바쁠까하는 마음에 격일로 안부를 묻던 날이 있었지. 그런데 요즘엔 그러한 생각이 들다가도 왜 그래야하지 싶더라. 네 근황이 궁금하지. 하지만 나도 너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싶은만큼 너의 모든게 궁금하지는 않아. 그렇기에 자그맣하게 답이 필요없는 마음을 툭 던져놓고 사라지지. 공주같이 이쁜 공주야 네가 보고싶다고.

못할말이 없어 아주. 넌 부끄럽지도 않아? 사실 나는 네가 부끄러워하고 못참아하는 모습이 재밌어. 내 생에 있어 가장 큰 재미랄까? 입을 가리고 웃는 너의 밝은 모습이 보기가 참 좋아. 그래서 더욱 간지럽게 놀려주고싶었던 마음뿐이었는데, 그걸 이젠 네가 나에게 써먹네. 내가 아주 나쁜걸 가르쳤어. 마음껏 즐기지 못해 미안해. 아, 미안해 금지였다 맞다. 고맙고 사..사..사실 고맙지 않아 미안해 그냥.

궁금한게 있으면 항상 물어봐. 사실 내가 너에게 듣고싶은 말이야.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주저앉아버렸을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몸에 맞지도 않는 술을 무진장 퍼마신날은 왜그렇게나 슬펐는지, 너의 귀인은 누구였는지, 네가 싫어하는 너의 부분은 어떤건지, 네가 좋아하는 나는 어떤모습인지. 모든게 궁금해. 하지만 적당히 녹여두고있어. 그게 다시 제 모습을 띄는날엔 왜인지 정확한 답을 들을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냥 녹은 모습을 보고 추측만 하는거지. 사실을 들어도 달라지는 건 없으니 말이야.

나는 나를 위한 삶을 살아왔어. 때론 그 의미가 불분명해서 남탓도 많이하고, 복에 겨운 상황에서도 땅을 치고 울곤했지. 운이 좋았어. 힘들었던 만큼 받은 복이라기엔 너무 큰 복들을 난 누워서 먹었으니말이야.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주저앉았을때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 삶을 포기하려고 한강에 갔었거든. 하지만 강물을 눈에 담자마자 그 생각은 아예 사라져버리더라. 나는 나를 정말 사랑했거든. 술은 슬플때 마시는게 아니래. 힘겨워서 몰래먹은적이 있는데, 사실 나는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져. 퍼마실정도로 감정이 힘든적은 없었던 것 같아. 내 귀인은 정말 많지. 그럼에도 손에 꼽자면, 나의 기준점이 되어주는 한결같은 친구가 있는데, 너를 참 많이 닮았어. 그리고, 너도 내 귀인인 것 같아. 내가 싫어하는 나의 부분은 안일한거야. 쉽게 안심하는 나의 모습이 싫어. 안심하다보면 게을러지고 당연한것들이 많아져서 성장할 수 없거든. 나는 생각보다도 미래지향적인 사람인 것 같아. 나를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치가 떨리는데, 그 모습을 나에게서 발견하면 그 사실이 참기 힘들정도로 혐오스러운 것 같아. 그런 모습마저 사랑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여하튼… 내가 좋아하는 너의 모습은 전부라고 말 할 수 있어. 네가 내뱉는 다정한 단어들, 네가 사고하는 건강한 생각들, 네가 지나온 날들을 난 모두 좋아해. 이제 대답이 되었을까?

하루끝에 네가 존재해서 안온해. 너의 조심스러운 배려들은 나를 감싸는 비닐이 되어 아무리 더워도 나는 항상 적당하고, 아무리 습해도 나는 여전히 평온해. 나도 너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싶다. 네가 한번은 그랬지, 너무 고맙다고. 너에게 도움이 되어 다행이야. 너에게 닿는 나의 호흡은 항상 불규칙하지만, 너에게 적절한 흐름으로 너 스스로가 바꾸어 받아들이는 모습이 참 경이로워. 생각보다도 우린, 같은생각을 자주하는 것 같아. 이를테면, 당장 ‘내’ 눈 앞에 있는 ‘네’가 너무 귀엽다? 아, 알아. 몰라. 그냥 넘어가.

사과만 하기엔 시간이 너무 짧아. 너와 사계절을 함께 보내고싶은데, 그건 내 욕심일테야. 우린 각자 지나치게 바쁘잖아. 너는 너대로 평온하고 나는 나대로 치열한 삶을 살텐데, 미래를 같이 그리기엔 서로에게 너무 이기적인 것 아닌가? 그러면서도 매번 안일한 선택을 하긴 해. 지나치게 무책임하지. 그럼에도 어떡해. 그냥 그렇게 살되, 조금 더 열심인것이지. 그래서 지금 말하는거야. 너와 함께 사계절을 보내고싶어. 겨울에 마주하는 너의 눈동자는 어떤 빛을 머금고 있을까. 폭설주의보가 뜨는 날에 단단히 옷을 챙겨입고 외출해서 눈밭을 나뒹굴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눈싸움하면 뭐든 진심인 우리는 가장 비싼 겉 옷 하나를 버리겠지만, 같이 난로 앞에서 몸을 녹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같이 붕어빵이 먹고싶어. 맛있겠다 그치.

여름에 따먹는 농담에 이은 어설픈 장난은 무엇일지 벌써 궁금하다. 감히 예상할 수 없는 것들이 하나같이 소중해지고 있는 요즘을 보내고 있어. 그 대상이 너여서 더욱이 그런 것 같아.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이라는 책이 있어. 다시 한번 읽어보는게 좋을 것 같아. 이 쨍한 여름을 기념하며 말이야. 왜 이런말을 하냐고? 나는 올해의 여름을 오랫동안 음미하고싶거든. 여름의 너 그리고 너를 바라보는 나를 오랫동안 음미하고 싶어. 그래야 가을의 농담과 겨울의 장난을 쉽게 알아채, 마음다해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윤슬을 닮은 너이기에 동경하고 사랑해. 다음번엔 조금 더 길게 내 손을 잡아줘. 오랫동안 너의 미소를 내 손에 머금고싶다.

평생, 명예롭고 안온하기를.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