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보겠지

유통기한이 지워진 사랑

by Matricaria

난 너의 큰 키가 좋아. 매끄럽게 이어지다가 살짝 휜 코도 좋아하고 오리같은 입술도 사랑해. 부드러운 손은 또 어떻고, 어색하기만 했던 낮은 너의 목소리를 이젠 지나치도록 좋아하게 되었어.

담지 못할, 만지지 못할 그저 바라보기만 했던 네가 내 손을 잡고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하루는 닳아 없어질 만큼 뚫어져라 쳐다보고 또다른 하루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만큼 이야기를 해보니 그제서야 알겠어. 서로가 서로에게 과분하다고 몇번이나 말했지만 과분한 너 없이는 하루가 재밌지 못할거라고, 밤하늘의 별이 빛나지 않을거라고, 바람이 산뜻하지 못할거라고, 꽃에서 향기가 나지 않고 모든 감각이 무감각해질거라고.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서로가 바쁠때의 미래를 걱정하곤 했지. 지금 역시 그러한 걱정들을 하곤하지. 그렇지만 널 하나의 꿈처럼 여기면 내 하루는 닳도록 모자라. 나의 꿈은 너무나도 따뜻하고 예쁜 색을 띄고있어서 하루종일 꿈꾸면 비례하게 네가 하루속에 존재하고있어.

어제는 운동을 열심히 했어. 추석이 낀 바람에 자그마치 송편을 목이 막힐정도로 집어먹어서 무용지물이 되긴 했지만 말이야. 송편은 챙겨 먹었을까 생각이 나긴 했지만… 내가 네 몫 만큼 먹은 것 같아. 그리고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어. 새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네말대로 정말 재밌고 의미있는거였네. 그런데 네가 2차는 가지 말아줬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치대 언니가 주는 술이 좋아서 가버렸어… 한번만 봐줘.

나는 하루의 기록을 잘 하지 않는 편이야. 감정을 일기에 적어놓으면 1분이라도 지나버린 과거의 감정에 영향을 많이 받고 다음날의 기분이 미리 정해져버리는 기분이라서 쓰고싶지 않았어. 하지만 기록을 꾸준히 한다는 너의 말을 듣고, 굳이 감정이 아니라도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먹고 어떤 음악을 들었는지 정도는 써놔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널 만나게되는날에, 그 날엔 특히나 네가 더 보고싶었고 이 날엔 사진 속 네 얼굴이 특히나 더 빛났고 이때는 네 생각이 나지 않을정도로 열심히 살았는데, 하루끝에서 네 생각이 나서 좋은 꿈을 꿨다고 말이야.

그나저나 나는 말했듯이 잘 살고있어. 동기들이랑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음악적인 교류도 요즘 꽤나 많이 하고있어서 학교 다닐 맛이 나. 너도 캠퍼스가 그립겠다. 그리웠던 만큼 넌 잘 해내리라 믿어. 걱정 말고, 응…그래.

그리고 동기들이 너의 안부를 묻길래 사실대로 말했어. 다들 나를 응원한대. 그리고 사실 좀 격분하며 네가 좀 이기적인 것 같다길래 그 부분은 우리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어. 잘했지? 후훗.

맞아 웃는게 웃는게 아니지만 어쩌겠어. 내가 말했듯, 우리가 평범했어도 내가 너무 바쁜 탓에 너에게 미안한 일들이 비일비재했을거라고. 생각보다도 난 꽤나 예민한 사람이라, 네가 이해하지 못할 날들이 훨씬 많았을거야. 워낙에도 넌 사람이 둥글고 현실적이니까 그런 널 보고 많이 배웠겠지만, 불필요한 언쟁 또한 있었겠지.

실은 그러한 평범함을 가진 사람들이 조금 부럽긴 해. 마음놓고 너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그 시간만큼 품안에서 태워버리고 싶은데 뭐 그것도 그 나름의 단점이 있겠지 싶어. 나 정말 열심히 살게!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기들이 너 참 잘생겼대. 누구는 배우닮았다그러고, 누구는 칭찬을 잘 하지 않는 편인데 참 괜찮다 그러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보다 우리 엄마가 널 더 좋아하더라.

뭐야 이건 도대체.

여하튼 안온히 지내. 항상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안녕.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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