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전선 이상 무

유통기한이 지워진 사랑

by Matricaria

“어, 여보세요? 나 ~ 인데 전날에 비가 오는 바람에 열차가 지연돼서 예상보다 늦게 도착할 것 같아. ”

생각지도 못했던 각진 격식에 놀라서 웃음을 터뜨린 기억이다.

“(웃음) 그럴 수 있지! 비가 많이 왔잖아. 천천히 오렴!”

비슷하게 대답한 기억이다. 어째서 그렇게나 격식을 차린건지 지금 생각해보면 지나치게 귀여운 그였다. 지금은 날 선 각이 어설픈 모습으로 깎여 전화를 걸곤 ‘여보세요?’ 하고 반응을 물으면 ‘여보 아닌데요’ 하는 유치한 장난이 오간다.

오랫동안 둘만의 시간을 가질때면 나이에 맞지 않게 세월을 탓하며 서로의 미래를 조심스럽게 소개하다가도 제 나이 영락없는 스물하나라며 헤어져야 할 시간에는 떼쓰는 아이처럼 아쉬움을 온 몸으로 표현한다. 우리가 쓰는 시간을 품안에서 태우게 될때면 우린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까 두려움이 앞서지만 머지않아 다가올 시간을 동경하게 되는 삶을 거듭하는 중이다.

네 웃음이 일상에 넘실거려. 같이 있을때면 어딘가 바보같은 웃음이 난무하다. 방심하고 웃다가 평소의 습관이 툭 하고 튀어올라 ‘에이씨’라는 말에 감정이 가득 담긴 적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웃어주는 그였다. 나의 모습이 확실하게 객관화된 순간이었다. 나는 생각보다, 많이 부족한 사람이구나 느꼈다. 아무래도 너의 웃음이 오랫동안 일상에 머무르려면 내가 참 많이 노력해야겠지.

순간이 쌓여 일상이 되고 올곧은 일상은 삶의 거울이 된다. 그리워하는 마음만이 존재한다면 그 삶은 진정 우리의 것이 아니게 된다는 것을 심심하게 느끼는 요즘이다. 사실, 심심하도록 확고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에도 명확한 참고서나 사전이 있으면 참 좋을텐데 말이다. 그립고 서운한 마음에 오랫동안 머무르다가 혼자만의 시간에 갇혀버리게 되었을때, 울음만이 나온 적이 있었다. 실은 아무렇지 않은 것이었는데 악몽이라고 생각했던 과거와 사회가 정해놓은 어처구니없는 틀에 흔들려 그에게 어린 감정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토록이나 어처구니 없을 수가 없다. 정확한 이유도 모른채 달래주고 깊이 생각해준 그때의 너를 돌이켜 떠올려보니 생각을 바로잡게 되었어. 넌 참 현명한 것 같아.

사랑하면 눈빛만으로 알 수 있다고 한다. 설령 지나치게 오랫동안 보는 바람에 질린다 하더라도 이름을 부르고 싶고, 깊은 눈을 쳐다보고싶은 마음은 여전할 것 같다. 물론 이건 온전한 나의 생각이다. 해서, 오랫동안 너를 보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젠 정말 괜찮을 것 같다. 크나큰 믿음으로 자리잡아 떠올리기만 해도 기분좋은 향기가 곁을 맴도니까 말이다.

사실 뻥인데? 난 매일 보고싶은데? 라고 반전을 줘야 재밌는 일상이 되지 않겠는가. 하루를 거듭하며 하루마다 유치해지더라도 그 시간동안에는 따뜻한 네 손을 꼭 붙잡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아, 큰일났네 이러다 바보가 되어버리겠어. 라고 한번 푸념해주기.

참으로 많은 시간동안 내 손을 잡아주어 진심으로 고마워.


넌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근사한 사람이란다.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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