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애

by Matricaria

유난히 연인이 보고싶은 날이 있다

유난히 네가 보고싶어서 내내 호흡으로, 꿈뻑거리는 눈으로 속에서 끓는 울음을 남몰래 내보낸다. 드디어 끓는점에 도달했는지 듣기 거북한 비명소리가 들릴 때면, 이토록이나 못날 수가 없다. 마치 소리의 근원지인 나 자체를 폭파시키고픈 마음이다.


그거 하나 못 참아서!

뭐가 그렇게 어려워서!

무엇이 그토록이나 고달파서!


소싯적에 고전문학을 접할때면 아리따운 여인들이 쓴 글을 더욱 들여다보곤 했다. 어여쁜 아가씨들은 무엇이 부족하여 사랑하는 이를 오매불망 그리워하는 것일까. 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도대체 어느 부분이 그렇게 좋아서!

누군가를 우직하게 기다리는 예쁜 언니들의 글을 보면

내내 한숨만 존재했다.


한데, 내가 그러고 있다. 아리따운 여인도 아닌데 왜 내게 이런 시련이. 순애 언니들이 이해될 날은 절대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 자부했다. 당돌했던 과거에게 코웃음을 선사하는 여성이 되어버렸다.

젠장.


아리따운 여인들의 님은 다정했을 것이다. 순애 필터를 장착한 그녀들의 눈엔 차은우였을 것이다. 적재적소에 농을 던지는 장원급제남이었을 것이다. 아마, 덕분에 여인으로서 깔깔깔 웃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영원히 기다려도 괜찮았을 것이다. 속이 타들어갈 것 마냥 그리워도 내내 참았을 것이다. 순간의 기억이 평생의 행복이라며 한 편의 순애 소설같은 삶을 살아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괜찮냐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아니라고 하겠지만 말이다.


오랫동안 비어 있는 자리가 불명확한 감정의 응어리들로 쌓여간다. 홀로 나아가야 할 때, 역사 속 아리따운 여인들이 글과 함께 그린 난초가 떠오른다. 마음으로 키우는 아름다움은 손이 많이 가는 난초지만 정작 그녀들은 강인한 들꽃과 닮아있다.


기다림이 길어질 수록 나를 알아간다.

몇백년이나 지난 순애 언니들의 삶을 되짚어보며 말이다…


그저 히스테리를 부리는 내가 애석한 마음 뿐이다. 나도 네가 존재한다는 사실 만으로 충분한 사람이고 싶은데, 기약없이 너무 오랫동안 보지 못해서 일 수도 있겠다. 내가 사소한 흔들림 하나에도 서운해할 사람이었다는게 참으로 부끄럽지만 한편으로는 또 신기하다.


언젠가 누구 하나가 지치는 결말을 낳고싶지 않으니,

이제 그만 나를, 그리고 너를

흘겨보내주어야 하겠다.

흐름 어딘가에서는 분명히

질리도록 함께이기에 좋은 순간이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고

흘려보내주어야 하겠다.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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