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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TheBall Mar 09. 2023

아빠의 육아 휴직 D+3

아무것도 안 해도 되다니?

회사원에서 전업 주부 및 육아 전담 아빠로 바뀐 지 3일이 지났다.


아이들도 학교와 어린이집에 적응을 해가는 단계인 것처럼

나도 갑자기 바뀌는 생활 패턴에 적응을 하는 중이다.


회사의 자리를 깨끗이 정리하고

노트북을 반납하면서 ‘리셋’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직장생활에서

어쩌면 가장 바랬던 것이 리셋이었는데

세상은 안 뒤집어지나? 했었는데

나의 세상은 뒤집어졌고 새로운 생활 패턴을 구축 중이다.


지독히 계획형 인간이라 육아휴직 기간에도 계획적으로 시간을 사용하여,

시간이 빨리 가버릴 것을 걱정하여, 이번만큼은 미리 계획을 세우지 않으리라 했었다.

갑자기 떨어지는 자유롭고 조용한 시간들을 만끽하고,

조금은 느긋하게 계획을 세우는 즐거움도 함께 얻고 싶어서.

마치 치울 때의 쾌감을 예상하며 어질러진 상태로 두는 것 같이.


휴직을 하고 3일이 지나니 정말로 그랬다.

아무 계획 없이 아이들을 학교와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서

눈앞에 뚝 떨어지는 시간이 낯선 만큼 즐길만했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되다니?

직장생활을 떠나서 학창 시절과 군생활을 포함해도 이런 시간은

나에게 없었던 것 같다. 색다른 행복감이었다.


평일 낮의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주말의 햇살과 다르지도 않을진대

우습게도 햇살이 이렇게나 좋구나라고 생각했다.

너무 사무실과 지하 식당으로만 다녔나 싶었다.


써놓고 보니 ‘육아’ 휴직인데 너무 휴직 얘기만 했나 싶다.

둘째 아들이 엄마만 찾고 부르고 매달려 있다가

요 며칠 지나고 나선 낮잠을 자고 일어나 ‘아빠야~’ 하고 찾는 것을 보니

역시 육아휴직은 잘했다 싶다.

앞으로도 아빠의 목소리를 많이 들려주고,

같이 체험하러 다니려고 한다.


자고 일어나면 지갑에 24장의 지폐가 자동으로 생성된다고 하는 말이 있던데

시간이 정말 돈처럼 귀하게 느껴지는 하루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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