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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_미세공격(Micro-aggression)

by 슈슈 Mar 18. 2025

 미세공격은 '아주 작은'을 의미하는 Micro와 ‘공격'을 의미하는  Aggression 두 단어가 합쳐진 말이다. 무의식 혹은 의식 안에 가지고 있는 적대적이고 부정적 편견이 평범한 일상적 언어, 행동, 환경적 모욕으로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아주 작거나 섬세해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고 이런 문제들이 지속되면 쌓여서 공격을 받는 사람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다. 대부분은 소외된 집단, 약자에 속해 있을 때 겪게 된다. 성적 지향성, 문화적 소수, 종교, 전통적 성역할 등 주제는 다양하다. 아프리카, 동남아, 유럽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이러한 미세차별이 심하다고 느끼는 곳은 바로 한국이다. 약을 먹은 후로 조절이 잘돼서 달리기, 수영 등 힘든 운동도 꾸준히 잘하고 있고 회사를 다니거나 일하는데 전혀 지장 가는 것 없이 잘 살고 있다. 많이 쓰러지고 일상을 유지하기 힘들었던 시절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지금, 두 가지 상황이 모두 나에게 존재하기 때문에 미세공격에 대한 경험을 객관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하루는 나와 같은 팀 동료와 같이 점심 식사를 마치고 시원한 커피 사들고 따사로운 햇볕아래에서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내가 전 직장에서 같이 일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이번에 회사 그만뒀다는데 왜 그만두었는지 알아?"

 "뭐 큰 사고라도 있었데요?"

 "아니, 글쎄. 거래처랑 미팅하는데 거기서 거품 물고 쓰러졌데, 간질이랬나 뭐래나... 그런 사람이 거래처랑 미팅하는 데 나오면 어떻게 해. 누구 회사 망칠 일 있나.. 안 그래?"

 그 말을 듣는 순간 목부터 얼굴까지 소름인지 쥐가 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방금까지 따뜻했던 날씨가 갑자기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일반화를 할 수는 없지만 뇌전증 앓고 있는 사람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혐오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었다. 생각보다 이 충격은 오래오래 내 마음속에 상처로 남아 나를 오랜 시간 괴롭혔다. 그렇지만 동료도 그 병에 대해 잘 모르니깐 더 혐오스러워 보였으리라 끊임없이 이해하려 하고 벗어나려 노력했다. 또한 나도 누군가에게 의도치 않은 상처를 입히지 않게 더욱더 조심하게 되었다. 이름만 micro 지 당해보니 생각보다 많이 아프더라...


 시간이 흘러 열심히 치료를 받으며 조절이 잘되니 내 생활반경도 넓어졌고 삶에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도전해보고 싶은 일도 꾸준히 시도해 보고 가정도 돌보고 새로운 공부도 하면서 조금씩 단단한 나 자신을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자투리시간에 학비도 마련할 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매장을 관리하는 업무이지만 고객이 몰리는 시간이 아니면 여유시간이 많이 있어서 틈틈이 공부하기 좋다. 그날도 한차레 몰리는 시간이 지나가고 잠시 쉬고 있는데 나보다 6개월 정도 먼저 일하던 직원이 와서 조용히 속삭였다.

 "언니, 저 사람 보여요? 저 사람 여기 단골인데 몇 달 전에 왔다가 여기서 쓰러져서 119 부르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으휴 집에나 있지. 왜 나와가지고.."

 처음에 이런 일을 겪었을 때는 조금의 화와 무서움이었다면 이번에는 직원의 이야기를 듣고 조금 슬퍼졌다. 나도 이렇게 일하고 있고 병자다움이라는 것은 없을 텐데 환자들에게 왜 자꾸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할까? 나는 결국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그 손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병에 관한 것 말고도 다양한 micro-aggression이 존재하는데 최근에 있었던 일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술 한잔 하며 가볍게 수다를 떨게 되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던지라 이것저것 물어보고 소개하고 있었는데 한분이 "남자친구 없어요? 남자친구 왜 안 만나요?"라고 질문한 것이었다. 나는 그때 그분의 성적지향성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질문에 원하는 답을 얻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사건을 본 후에 나는 누군가에게 "남자", "여자" 성을 특정해서 연인이 있는지 질문하지 않게 되었다. '아, 너무 생각이 많은 거 아냐?', '예민하네.'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될 수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지양하자는 것이 나의 생각이고 일련의 사건을 통해 느낀 점이다. 이름만 micro 지 당해보니 생각보다 많이 아프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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