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엄마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 Dec 30. 2022

겨울개학 시작

혹독한 겨울

아이의 겨울 방학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나의 개학을 알린다. 두 달 동안의 긴 겨울방학을 앞두고 뭐가 그리 급했는지, 아이는 방학을 이틀 앞두고 ‘독감’ 유행 대열에 합류했다. 이틀 동안 결석처리가 되지 않으려면 ‘독감 진료확인서’를 학교에 제출해야 하고, 아이의 짐도 가져와야 했다. 요즘 아이들의 겨울방학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종업식 날이기도 해서, 방학이 끝나면 바로 새 학년 새 반으로 등교를 해야 한다. 나 때는 겨울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한 후 일주일 정도의 봄방학을 거쳐 새 학년으로 올라갔었는데, 이렇게 바뀐 방식이 좀 황당했다. 아직도 이 방식이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안 그래도 오랜만에 등교하며 약간은 어색할 개학날 새로운 교실과 선생님, 반 친구들이 모두 처음인 게 부담스럽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아이가 이렇게 고열을 찍은 게 얼마만인지, 코로나에 걸렸을 때도 이렇진 않았었는데…, 엄마의 초능력이 발동되는 순간이다. 옆에서 잠든 아이의 숨소리가 좀 다르게 느껴졌고, 잠결에 비몽사몽 아이의 이마를 찾아 짚어보니 역시나 평소와는 달랐다. 깜짝 놀라 눈을 비비며 최대한 정신을 집중하여 아래층 약상자가 있는 장으로 향했다. 아이의 체온계를 가지러 가다가 내가 계단에서 굴러 버리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대참사일 거란걸 알기에, 잠결에 아래층으로의 이동은 집중력을 요한다. 그러는 사이 정신을 차리고 아이의 체온을 잰 순간, 체온계에는 40도를 넘기는 숫자와 무시무시한 빨간 불이 들어와 있었다. ‘오 마이 갓’ 희미하게 남아있던 잠결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해열제를 먹이고 수건을 적셔 아이의 이마와 겨드랑이. 목 뒷덜미를 수시로 닦아주며 열이 떨어지길 체크했지만 열은 완전히 잡히질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서둘러 소아과를 찾았고 코로나와 독감검사를 동시에 진행했다. 결과는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독감’이었고, 열이 너무 떨어지질 않아서 해열주사와 영양제를 링거주사로 맞추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나의 겨울 개학은 하루 삼시 세끼가 주 과목이다. 부수적으로 간식을 대령해야 하고 학습, 체험, 놀이 등등을 도맡아 두 달을 버텨낼 프로그램을 갖고 있어야 한다. 조금의 빈틈이 생기면 바로 “엄마~ 엄마~ 엄마~”가 시작된다. 이제 시작인데 이 긴긴 겨울 어떻게 보내야 할까. 매 해 여름과 겨울 겪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자라면서 프로그램도 달라져야 하기에 적응이 되질 않는다. 그리고 점점 달라지는 기후 변화도 한몫하는 것 같다. 아직까지 아무 계획도 없다는 변명을 이렇게 포장하고 있는 나. 이번에 아이가 독감으로 아프면서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 대목은 모든 계획은 아이의 건강이 전제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엄마를 채찍질이라도 하듯 우선 과제로 던저준 아이의 건강 회복을 우선 치르면서 그다음을 생각해야겠다.

어서 빨리 따듯한 봄날이 오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