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쇼핑 가는 날

읽을거리 쉽고 싸게 사는 방법

by 말과맘

나의 어린 시절엔 집에 읽을거리가 부족했다. 심심할 때면 아버지가 구독하시던 조선일보에서 그림도 찾고 글자도 읽어보았다. 알 수 없는 한자가 가득한 사이로 아는 말만 읽어보기도 했다. 그때는 신문기사는 세로 쓰기를 하고 있었다(1988년 한겨레신문이 지금과 같은 가로 쓰기를 도입했다). 신문을 잘 읽으려면 한자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 천자문 책이 있기에 그냥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읽어보기도 하고 써보기도 하고 하늘천, 땅지, 검을현, 누를황...하며 외우기도 했다. 특히 밖에서 노는 일 외에 집안에서 뇌를 즐겁게 해줄 거리가 적었다.


부모님처럼 농사를 지으며 살아갈 자신이 없던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시골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을 살았던 서산을 떠나 대전의 한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어려서 책을 많이 읽은 친구들이 있었다. 그런 친구들에겐 항상 이야기 거리가 풍성했다. 학교 시험이나 학력고사와 상관 없이 나도 책을 많이 읽고 싶다는 욕망을 키울 수 없었다. 당장 학교 시험에 골몰해야 시험 점수를 잘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독서는 좋은 줄 알았지만 시험이라는 현실과는 그리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이루지 않는 일종의 허락된 금기사항 같은 거였다.



수업보다 가치롭던 독서


독서의 참맛을 알게 된 것은 대학생 때였다. 거대란 대학 도서관 안에서 굶주렸던 독서를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책을 읽을수록 두루뭉술하게 보이던 세상이 점점 명료해졌다. 영문학을 전공하다보니 주로 소설과 문학을 많이 읽었다. 그렇지 않아도 감성에 치우친 사람에게 소설은 감성 과다 현상을 낳았다. 보다 냉정하게 세상을 보고 싶었다. 때는 정치 사회적으로 불안하고 대학가 근처에는 시위가 잦았다. 서점에는 독재와 정치, 경제, 사회 변혁에 대한 책이 많았다.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보다 냉철하고 구조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다. 건강한 비판을 통해 자신의 관점을 적립하기에 도움이 되었다.


대학생 시절 내내 앞으로 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고민에 대한 해답을 얻고 싶었다. 생각이 변화되는 계기는 주로 사람과 독서에서 왔다. 사회 과학 서적에 많은 시간을 들이면서 세상을 보다 큰 눈으로 보는 관점이 생겼다. 문학만 읽을 때보다 감정에 덜 휘둘리니 세상을 사는데 자신감이 생겼다.


대학교 2학년이 되어 부전공을 정하는 시기가 되었다. 생각과 마음과 인간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욕구가 커졌다. 심리학이라는 과목을 보자 마음이 요동쳤다. 내가 너무나 알고 싶은 영역을 가르치는 학과가 있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들떴다. 심리학 수업을 얼마나 빠져서 열심히 들었는지 모른다. 심리학을 전공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때부터 심리학과 관련된 독서로 열정이 옮겨붙었다. 심리학은 사회 심리, 인간 관계, 정서, 욕구, 불안, 행복, 발달 등을 주관이 아닌 과학적인 방식으로 설명해 주었다. 자신을 정확하게 파악하는데 심리학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절실히 깨닫는 과정이었다. 나를 알게되면서 주변인과의 인간관계도 더 단단해졌다.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생각의 방향이 달라지고 분화되는 것이 좋았다. 독서는 취미이자 삶의 견인차 같은 역할을 했다.


시험기간이 되면 공부는 하기는 싫어도 책은 읽고 싶었다. 도서관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나를 보고 모범생에 장학생일 것이라 추측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실은 도서관에서 하라는 전공 공부는 뒷전이었고 책을 많이 읽었다. 대학 등록금은 수업료라기보다 도서 대여료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독서를 통해 내 성향과 생각의 좌표를 알아가면서 긍정성과 자존감이 우뚝 자랐다. 나도 먼 미래에 아이를 낳는다면 꼭 이 독서의 즐거움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독서로 하는 공부는 자발적이고, 행복하며, 내신공부나 학력고사 공부보다 더 길고 깊을 것이라 확신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이 가득한 집


맞벌이 부부는 할 일에 비해 늘 시간이 부족하다. 두 아이가 읽을 책을 낱권으로만 구입하거나 빌려서 줄 시간이 없었다. 아이들의 첫독서는 시중에서 다채로운 마케팅으로 손쉽게 고를 수 있었다. 또, 친척이나 지인들에게서 물려받았다. 책 두께가 작고 그림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금방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물려받은 책이나 도서 대여 프로그램이나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다양한 책을 읽어 주었다.


거실 책꽂이엔 읽을거리가 많았다. 책이 없는 심심한 어린 시절을 다시 한 번 사는 것이라 여기며 아이들의 책을 동심이 되어 읽었다.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를 머리에 떠올리며 살아가는 아이들이 부럽기도 했다. 엄마가 즐겁게 감상하는 책을 아이들은 더 읽어달라고 했다. 온통 동심을 실어 진지하게 웃기게 읽어줬다. 연극배우처럼 연기를 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엄마와 같이 있는 시간을 즐겼고, 책속 이야기에 쉽게 빠져들었다. 하루의 마지막 잠자리에 들 때 “가장 읽고 싶은 책 한 권씩 골라서 침대로 오세요~?”라고 말하면 신중하게 골라서 가져왔다. 열심히 산 하루를 마무리 하며 나도 피곤한데 눈이 똘망똘망 해서 듣고 있는 아이의 잠을 유도하기 위해 아주 천천히 낮은 목소리로 읽어주었던 적도 있었다. 책은 늘 아이들의 놀잇감이었다.



아이 둘이면 독후 활동은 알아서 한다


엄마와 아빠가 직장에 가 있는 동안에는 아이들의 독서를 살필 수는 없다. 무엇을 읽든 읽기 전후 무엇을 하든 모두 아이들 마음에 달려 있다. 책이 좋다는 첫인상을 주어 독서의 첫 단추는 잘 끼워두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사람의 첫 인상이든 어떤 것과의 첫 인상이 좋지 않을 때 그것을 반대로 좋게 돌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거나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지 않던다. 엄마가 일을 계속하면서 육아를 하기 위해서는 책이 부모를 대신할 수 있을 정도로 책을 사랑하길 바랐다. 그리고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는 자매를 낳았다. 그 둘이 친구처럼 잘 노는 이상 책을 고르는 일도, 독후활동을 하는 것도 전적으로 둘 사이의 상호작용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었다.


독후 활동을 권장하는 전문가들의 충고도 반쯤 포기했다. 현실이 이론대로 되어야 한다고 집착하는 대신 놓치는 부분이 있어서 구멍이 좀 나도 좋다고 생각했다. 큰 아이가 그림을 그리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것에서 착안하여 색연필과 A4 용지를 항상 잘 구비했다. 작은 아이는 언니가 그리는 그림을 보며 그림에 재미가 들렸다. 언니와 하는 모든 활동이 다 즐거웠다. 책을 읽는 사이 사이 아이들은 그림을 그렸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은 책 속의 내용과 관련이 있다기 보다는 그리고 싶은 것을 그렸다. 꼭 책에 관한 내용이 아니어도 이미 읽은 책에서 얻은 영상과 지식과 감성은 분명 아이들 머리 속에 잔상을 남겼을 것이다. 그냥 쉬는 의미로 그려도 좋았다. 그림은 그야말로 독서와 상관없이 즐거운 취미이기 때문이다. 저녁에 퇴근하고 돌아오면 아이들은 자기가 오늘 그린 그림을 들고 엄마 아빠에게 보여주고 싶어 했다. 무얼 그렸으며, 어떤 상황인지, 그리면서 기분은 어땠는지를 물으며 “우와, 멋지다!”를 연신 발사한다. 그리고 아이들의 그림을 냉장고에 붙여준다. 부모가 집에 없는 데도 아이들을 재밌게 인도해준 책들과 그림이라는 예술에 매번 감사했다. 문제집 한 면 구석에 그림이 몇 개씩 등장한다. 수학 문제집인지 그림책인지 헷갈릴 정도로.


매일 그림을 그려서 힘들지는 않을까 걱정도 됐다. 그림을 더 많이 그리는 초등학교 5학년이던 작은 딸에게 물었다.


“그림을 그리면 왜 좋아?”

“어, 그림을 그리면 항상 행복해요. 기분이 안 좋을 때도 그림을 그리면 금장 행복해져요.”

“그래? 그거 참 요술쟁이네. 그럼 엄마는 우리 ㅇㅇ가 그림 그리는 것을 무저건 보호해줘야 겠다. 사람들이 살면서 우울하고 힘들고 그럴 때가 많은데 그림을 계속 그릴 수만 있다면 평생 행복할 수 있을 테니까 말야....”

그날 대화를 통해 이 복잡하고 마음이 고단한 세상에 이렇게 마법을 가진 취미를 내것으로 삼을 수 있다면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큰 것을 희생하더라도 아이들의 그림 그리는 시간은 꼭 지켜주는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이렇게 매일 그림을 그리던 습관은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두 딸은 지금도 매일 그림을 그린다. 그 덕분을까. 두 딸은 모두 그림 그리는 공대생이 되었다.



맞벌이 부부의 주말 나들이


주말이면 가족 나들이를 했다. 주중에 일하느라 함께 많이 놀지 못한 것을 보충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하루에 여러 권씩 책을 읽었더라도 엄마 아빠는 귀가하여 읽은 책에 대해 일일이 대화할 수는 없었다. 우리 가족의 주말 나들이는 휴식이기도 했고, 아이들이 일주일간 자라난 것을 확인하고 나누는 넓은 의미의 독후 활동이었다.


책을 즐거운 놀잇감으로 삼아 독서가 취미가 되게 하려면 그 어느 것도 억지로 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두 아이가 같은 시간에 책을 읽고 서로 재밌다고 권유하며 둘이서 이야기하는 것이 독후 활동인 셈이었다. 스스로 놀이 삼아 그리는 그림은 독후 활동이라기보다는 독서 후 휴식이라 생각했다. 책을 한 권 읽고 독후감을 쓰라는 의무사항이 달린다면 분명 좋아하던 책읽기라는 활동에 부담감이 생길 것이 두려웠다. 자발적인 독서를 위해 독서활동이 얼마나 바람직하고 좋은 일인 줄을 알았지만 독후 활동은 한 번도 의무로 삼지는 않았다. 다행히 베이비시터 '이모님'이 아이들과 밀착하여 즐거운 활동을 하시고 있어 아이들이 묻는 질문에 끊임 없이 대답을 해 주셨다.


물론, 저녁시간에 엄마 아빠가 읽어준 책이나 잠자리 독서에서 책을 읽어준 후에는 책 내용을 계기로 아이들의 생각이나 느낌을 묻는 대화를 꾸준히 했다. 책을 같이 읽고, 매일 저녁 같이 이야기하고, 주말 외출 활동을 같이 하니 가족 간 대화 소재는 끊이지 않았다. 독서가 결여되었던 나의 어린 시절을 보충하는 것처럼 아이들과의 독서 시간은 엄마인 내게도 즐거움을 주었다. 결코 시간이 많아서는 아니었다. 귀가 후나 주말에 할 일이 많아도 아이들과 같이 노는 것을 최고의 우선순위에 두었기 때문었다. 책읽기가 싫다고 한 적인 한 번도 없었는데, 자신이 선택한 것에 흥미와 내적 동기가 생긴다는 심리학 이론을 강하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활동 하나 하나에 완벽성을 추구하기보다 아이들이 독서를 너무나 좋아하게 하기 위해 일보 후퇴하여 힘들지 않게 환경을 갖춰주는 일에 더욱 신경을 썼다. 덕분에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자연스레 독서에 흠씬 물들었다. 책을 읽지 못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아이들에게는 벌칙처럼 힘든 일이었을 정도였다.



좋은 학원은 널려 있었다


"저도 이 일로 밥 먹고는 살지만 요즘 애들 참 불쌍해요. 하루 종일 학원으로 뺑뺑이를 돌리니 원. 내 아이라면 절대 그렇게 안 시킬 거예요."

"그럼 원장님 아이들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최대한 학원에 늦게 나오게 해야죠. 학원으로 돌린다고 공부를 잘하나요? 그래야 지치지 않아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게 중요해요. 학원에서 3을 하면,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7은 돼야 진짜 자기 공부예요."

목동에서 중대형 수학 학원을 운영하시는 원장님의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또렷하다. 독서로 공부의 밑바탕을 잘 쌓고 있다고 믿으면서도 소신이 떨어질 때면 귀동량을 하러 크고 작은 학원을 기웃거리곤 했다. 학원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으므로 적절히 이용해야 할텐데, 설명회에 가면 좋은 정보도 들어오지만 가장 먼저 조바심이 들었다. 독서로 선행을 하는 것이 가장 느긋하지만 수혜를 큰 공부법이라 굳게 믿는 나조차도 말이다. 그날 이 수학학원 원장님의 말씀을 통해 독서로 최대한 스스로 공부하는 환경을 갖춰준다는 나의 태도는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큰 아이가 7살이던 해 어느 날 아이 유치원 친구 엄마가 학원 설명회에 같이 가보자고 했다. 설명회를 듣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와 요즘은 이렇게 멋진 학원이 있구나!' 너무 좋아 놓치면 안 될 것 같았다. 들러리로 참석했다가 기회를 놓칠세라 서둘러 그 학원을 예약했다. 일주일에 사고력 수학 하루, 과학 실험 하루를 하는 학원이었다. 수학의 원리를 적은 문제로 이해하게 하는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었다. 과학도 실험위주여서 좋아하는 과학을 더욱 현실감 있게 푹 빠지는 틀을 갖춰주는 프로그램이었다. 무엇보다 숙제가 없어서 좋았다. 교육 선진국들은 학교 공교육만으로도 우리 나라보다 좋은 교육 품질을 낳는다. 따라서 너무 좋은 사교육 프로그램을 만나면 이용할 계획이긴 했으나 노는 것이 가장 중요한 아이들에게 공부로 하루 종일 돌리는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고 싶지는 않았다. 수학 하루, 과학 하루 숙제가 없는 정도라면 지금까지 아이들이 즐기던 독서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이들은 그 시간을 즐기며 기다렸다. 집에서만 있는 것보다 외출을 한다는 기분으로 다녔다. 좋아서 다니면서도 이런 좋은 프로그램이 학교 안에서 이뤄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을 많이 가졌다.


그때 그런 프로그램을 이용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고 다시 생각하니 꼭 필수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엄마에게 아이 교육의 앞날에 대한 전체 지도가 없었기 때문에 막연하게 불안했기 때문에 의지한 것이지, 그 과정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수학과 과학을 덜 좋아하거나 못하게 되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미 독서로 충분히 수학, 과학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고력 수학을 차근 차근 재밌게 알려주는 교재도 이미 시중에 풍부했고, 과학 실험을 도와주는 값싼 방법도 많았다. 어떤 엄마는 집에서 아이 실험을 직접 도와주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무엇을 지금 당장 안하면 큰 일 날 것 같은 그런 학원 프로그램은 사실상 없다. 그에 대한 대안 프로그램이 온라인 상에 무료로 무수히 많아졌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좋아하고, 무리가 되지 않는 시간에 가볍게 이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온라인에서 좋은 학원 프로그램을 거울삼아 비슷하게 따라하는 방법도 훌륭한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려서부터 독서로 쌓은 배경지식의 힘으로 테스트를 했더니 최고 반에 배정되었다. 아이들이 인정받은 기쁨에 학원 등록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시간이 흘러 작은 아이가 영재학교에 입학하니, 학원을 거의 다니지 않고 독서를 주요 공부법으로 삼고 수학이나 과학 문제를 집에서 해결하고 입학한 아이들이 실제로 꽤나 있었다. 수학의 원리를 파악하기 위해 문제를 많이 푸는 것이 필수는 아니지 않는가. 문제 풀이보다는 수학과 관련된 좋은 책 한 권을 읽는 일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갖는지 알고 있다. 얼마 전 우리 나라에 최초로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의 수상자가 탄생했다. 너무 반가워 그 분의 프로필을 들여다 보았다. 서울대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수학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대학생 시절 어느 날 유명한 일본 수학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며, 수학적 호기심에 이끌려 미국으로 수학을 공부하러 유학을 떠났다고 한다. 새로운 발견과 창의성은 반복된 문제 풀이를 통해 오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알려주었다.



아이들이 읽을 책 다량으로 구하기


아이들이 책 읽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맞벌이 부부는 일일이 좋은 낱권의 책을 구입할 시간이 없었다. 어린이 도서 전문 출판사들은 분야별로 영유아 전집 도서를 발행하고 있었다. 아동 전집은 할인도 많이 되었다. 전질은 두 아이들이 읽을 거리를 값싸고 쉽게 해결하는 방법이었다. 부모가 책을 찾아 많은 시간을 쓰지 않도록 출판사들이 마케팅에 적극적이었다.


창작동화, 세계명작, 전래동화, 자연관찰, 사회과학, 위인, 한국사, 세계사, 수학, 영어 등 교과서와 연계된 주제별로 필요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싣고 있었다. 딸들은 책이 재밌다는 것을 무의식까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양한 전질을 골라 주고 싶었다. 사람의 취향은 유전적으로 다르게 태어나기 때문에 아무리 인기 있는 전질이라고 광고가 나와도 마음대로 구입하지는 않았다. 아이들 스스로 골라서 전질을 산다면 특정 분야에 쏠리지 않고 골고루 오래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직접 전질을 볼 수 없을 때는 맛보기로 한 두 권을 구해서 읽어보게 했다. 그리 까다롭게 책을 고르는 편이 아니었지만 같은 내용을 다르게 기록한 전질이 여러 가지 시중에 나와있었고, 두 아이는 거의 비슷한 한 종류를 동시에 좋아하는 것으로 보아 아이마다 좋아하는 글의 스타일과 그림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책 쇼핑 가는 날


아이들 방학식 날이나 그 다음날에는 집 근처 아동전집 판매점에 갔다. 사장님은 단골인 우리 가족을 반갑게 맞아주셨다.


"책을 이렇게 좋아하는 아이들은 처음 봐요. 모든 아이들이 따님들처럼 책을 잘 부모님들 마음고생이 얼마나 줄겠어요?"

"네. 대행히 책을 좋아하니까 부모로서는 고맙죠."


사장님은 지난 학기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전집을 추천해 주셨다. 전질마다 한 두 권을 견본으로 아이들 앞에 놓아주셨다. 아이들은 끌리는 책부터 읽었다. 아이들이 방학 중에 읽을 책을 구입하는 날이다. 어떤 책을 살 것인지는 아이들이 결정하게 했다. 부모가 읽을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스스로 결정해야 재미가 생기지 않던가. 초등학교 내내 그렇게 책을 구입했다. 큰 아이 위주로 책을 구입해 두면 작은 아이는 덤으로 같이 읽곤 했다. 주로는 비슷한 취향이었지만, 세세한 독서 경향은 달랐다. 다른 것은 다른 대로 두면 되었다.

오전에 매장에 도착한 경우엔 책을 보다가 점심을 먹고 나서 더 읽었다. 아이들이 재밌다고 결정한 전질을 사서 배송시키면 방학 공부 계획이 되었다. 두 세가지 전질을 구입하고 책이 도착하면 아이들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전집부터 손을 대기 시작했다.


"책을 많이 읽어도 지겹지 않아?"

"아뇨. 볼 때마다 재밌어요. 지난번 읽었을 때는 못 봤던 걸 다시 읽을 때는 보여요. 엄마도 한번 읽어 보세요."


작은 딸은 자신의 생각을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것을 좋하했다. 독서에 대한 나의 질문에 자신의 느낌을 잘 말해주었다.


마음에 들어 구입한 책이라 하더라도 손이 잘 가지 않는 전집이 있다. 왜 그런가 하고 내가 직접 읽어보았다. 스토리 구성이 엉성하고 억지스러워 기대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너희가 골랐으니 모두 다 읽으라고 하지는 않았다. 누구에게나 싫은 책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독서광이라 하더라도 어느 책은 더 읽고 싶고, 어느 책은 구미가 당기지 않으니까. 이미 사 둔 책이 아까워서 억지로 읽게 했다가는 가장 중요한 흥미를 잃을 수 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면 안 되니까. 요즘 출간된 책들은 품질도 좋은 데다가 할인도 많이 되어서 권당 2-3천 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게다가 아동전집 사장님은 두 아이가 다 보고 난 전집을 새 책을 살 때 적절한 가격으로 매입해주었다. 이 밖에도 인터넷에는 중고서적 시장이 잘 형성되어 있다. 인기 시리즈를 저렴하게 구입하기에 좋았다.



스마트폰은 독서를 방해한다


우리 아이들의 독서는 스마트폰이 출시되기 전이어서 상대적으로 쉬웠다. 매일 독서를 즐거운 활동과 함께 제공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독서에 빠져드는 환경을 만들기가 지금보다 훨씬 쉬웠을 거라 생각한다. 스마트폰이 출시되어 다른 아이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충분한 숙고 과정 없이 스마트폰을 사줬었다. 독서를 하지 않는 날이 없을만큼 책에 흥미가 강했던 아이들도 스마트폰의 즉각적인 재미 앞에 독서 습관이 흔들렸다. 스마트폰 사용의 강력한 중독성을 모르고 구입부터 하고 나서 이후에 규칙을 정하는 일은 경험한 적이 없어서 쉽지는 않았다. 두 아이 모두 스마트폰 사용량이 늘어나니 독서량이 줄었다. 스마트폰이 주는 장점도 많을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사용을 저지할 수가 없었다. 몰입하다가도 스스로 제어하는 힘이 더 쉬운 작은 아이는 스스로 사용규칙을 정하면서 조절을 하게 했다. 어느 날은 시간 조절에 실패하고 스스로 반성했다. 매일 그림도 그려야 하고, 스마트폰도 봐야 하니 여가 시간이 확 줄었다. 그래서 작은 아이와는 목표를 함께 이야기 했다. 당시에는 학교 선생님들도 학교에서 핸드폰 사용으로 인한 문제점이나 올바른 사용법에 대해 뚜렷한 기준을 갖게 있지 않았다. 주로 각자 부모와 아이들이 극복해야 하는 문제점으로 보았다.


큰 아이의 경우는 한 번 어디에 집중하면 주변에서 나는 잡다한 소리를 듣지 못한다. 눈앞의 것에 집중력은 좋다할 수 있다. 시험 시간에 공부를 해야하지만 그림에 집중한다거나 스마트폰 속에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등에 지나치게 많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걱정이었다. 그래서 학교 시험 때가 되면 2주 쯤 전에 휴대폰 사용정지를 해서 따로 보관해야 공부를 하곤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시험기간에 호시탐탐 감시의 눈길을 계속 줘야하니 피곤했다. 고등학교 때까지도 그런 패턴을 유지해야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계획된 시험 공부에 차질이 생겼을 것이 분명하다.



스마트폰은 초등 고학년 이후 사줘야


요즘은 스마트폰을 아이들의 놀거리로 일찍부터 제공된다. 시청각을 동원한 스마트폰의 컨텐츠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즉각적인 스마트폰의 재미에 맛을 들이고 나서 독서, 공부, 수업에 재미를 붙이는 일은 무척 어려울 것 같다. 조절력이 강하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도 관심있는 수많은 채널을 구독하고 있기 때문에 보고 싶은 내용의 영상이 유튜브에 끊임없이 올라오니 할 일을 자꾸만 미루게 된다. 그러다가 더 이상 미루면 안된다 싶을 때 부리나케 유튜브를 끄는 패턴이 생겼다. 하물며 어린 아이들이 어찌 스스로 사용양과 사용 규칙을 스스로 알아서 지킬 것인가. 아이가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조르거나, 친구들이 모두 스마트폰을 가져서 자기만 없는 것에 억울함을 느낀다면 아이와 스마트폰을 사기 전에 머리를 맞대고 부모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잘 설명해야 한다. 그래서 부모의 걱정이 깊어지지 않게 사용 규칙을 정하고 규칙을 몇 차례 위반하게 되면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상호협정을 정하고 사줘야 한다.


코로나 사태를 겪던 3년간 집집마다 스마트 기기에 아이들이 빠져있는 것으로 얼마나 많은 부모들이 걱정과 괴로움을 호소했는지 모른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밖에도 못 하가는 상황에서 즐거움과 소통의 창구인 스마트폰이 없는 상황은 상상할 수조차 없이 우울하게 만든다. 이렇게 이미 구입해서 사용하는 중인 스마트 기기의 사용과 관련하여 부모와 아이간 대치 상황이 심각해진다면, 아빠 엄마 아이들 모두 조용한 자리를 만들어 진지하게 상의를 거쳐야 한다. 문제와 다툼이 발생하는 집안 환경을 떠나서 머리를 차분하게 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서로 묻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부모의 일방적인 명령이 있을수록 아이들은 스마트기기에 집착한다. 인간의 본능이 그러한 것 같다.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하면 반발심이 나는 것은 부부 사이나 일반 사회 생활에서도 마찬가지 아닌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게임등 기기와 관련한 집안 내 갈등은 매일 매일의 잔소리로 풀 수 없다. 집착이 매우 강력하기 때문이다. 부모도 사실상 스마트폰이나 유튜브, SNS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하는 경우도 많다. 유독 아이들에게만 사용을 금지하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차라리 주말이나 연휴에 가족여행을 한적한 곳으로 떠나자. 일상에서 벗어나 가족만의 온기를 느끼고 노는 공간에서 실은 부모님이 요즘 너희들의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걱정이 많아서 힘들다고 말해보자. 너희들이 스스로 사용 규칙을 세워서 지켜주면 고맙겠다고. 우리도 실은 너희들처럼 스마트폰에서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우리가 어떻게 해야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하게 그것을 이용하게 될 것인지를 그냥 물어보자. 신기하게도 잔소리로 사용을 제지하려 할 때는 거짓말도 하고 화를 내던 아이들도 그런 솔직한 질문을 받으면 자기도 변하고 싶다며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이미 사용한 사람들의 이러한 중독 문제를 미리 인식하고 가능하면 스마트 기기와 컴퓨터 게임 등의 첫 사용을 적절히 늦추길 권하고 싶다. 꼭 사줘야 할 상황이라면 기기를 구입하기에 앞서 아이에게 미리 부작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계획하고 약속하길 추천한다. 사용규칙을 종이에 적어서 냉장고 벽에 붙여두고 잘하면 칭찬을 해주고 규칙을 어길 시에 합의한 벌칙을 기꺼이 수용하는 문화를 정착해보자. 생각없이 덜컥 사주고 난 뒤에 사용 습관을 바로 잡으려다 아이와 끝없이 다투는 사례는 너무나 많다. 빌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도 자녀들에게 청소년이 될 때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게 했다는 것을 우리는 다시 한 번 곱씹어 생각해 봐야 한다. 특히 독서의 경우는 스마트 기기처럼 재미를 즉각적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읽고 상상해야 재미를 느끼게 되기 때문에 재미를 주는 신속성이 떨어진다. 단맛이 강한 사탕을 먹고 나서 먹은 사과의 맛은 달게 느껴지지 않는다. 순서를 바꿔서 해야 둘 다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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