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방송반 출신에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한다는 스물다섯 먹은 딸 혜자는 어느 날 방송반 모임에 다녀와서 운다.이미 아나운서가 된 후배 앞에서 자존심 상했고, 취직도 못한 자기가 한없이 작아졌고 기죽었다.
질질 짜며 우는 딸 혜자의 뒤통수에 대고 엄마는 이렇게 말한다
"잘난 거랑 잘 사는 거랑 다른 게 뭔지 알어? 못난 놈이라도 잘난 것들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서 나 여기 살아있다. 나보고 다른 못난 놈들 힘내라 이러는 게 진짜 잘 사는 거야."
잘난 거는 타고나야 되지만 잘 사는 거는 니 할 나름이라고!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한 장면이다.
여덟살에 학교에 들어가고부터 16년 동안 학교에 적을 두고 살았다. 그것도 모자라 2년 플러스. 그렇게 긴 시간 동안을 학교에 다녀야 했던 이유는 어쩌면 '잘난 사람'이 되어보기 위해서였다. 타고나기를 그렇게 잘난 사람이 아니다 보니늘 등수에서 밀렸고 떨어졌다. '눈이 부시게'의 스물 다섯 아나운서 준비생혜자처럼 나도 내가 하찮게 여겨져 괴로웠던 날들이 참 많았다.
학교를 벗어나서도 쉽게 떨쳐지지 않았다
'난 왜 이렇게 잘나지 못했을까?
자책의 날들을 지나....
나이 서른에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낳았고,
그러고도 몇 년이 더 지나서야 겨우 '잘 사는 것'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비록 잘난 사람은 못됐지만, 잘 좀 살아보자! 엄마니까....'
그래서 내가 하기로 다짐했던 것들
1. 어떤 일이 됐든 10년은 존버 하기
2. 책 꾸준히 읽기
3.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립하기
4. 좌절감 같은 거 오래 끌어안지 않기
5. 그만 울기, 자주 웃기
어쩌면 참 별거 아닌 이것들을 지금 나는 8년 째 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나는비록 잘난 사람은 아니지만조금은 잘 살고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중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