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술을 마신 남편이 차를 두고 와서 남편을 내차로 출근을 시키고 되돌아 오는 길, 운전을 하면서 문득 '나 요즘 꽤 잘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해본다.
잘 산다는 건 뭘까?
그냥 사는 것 말고 잘 산다는 건 뭘까?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참 오랜시간 많이 했었던 것 같은데, 나는 왜 이제서야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을까?
10대에는 공부를 잘해서 상을 받고 우등생이 되어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잘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허튼짓 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만 해서 좋은 대학만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욕심내 공부했고 내신등수를 쭉쭉쭉 올리면서 괜찮은 등수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입시는 수능의 비중이 절대적인 시절이라 나보다 공부를 안하는 것처럼 보이던 친구가 수능을 꽤 잘봐서 내가 목표하던 대학을 그 친구가 가고 나는 다른 대학을 갔을 때 나는 좀 못 사는 것 같았다.
20대에는 교사, 공무원 시험 열풍이던 시절이고 그 시험에 합격하면 잘 사는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대학 졸업과 동시 시험에 합격해서 곧장 발령을 받고 공직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안정적인 그 직업을 가지고 그에 맞는 사람들과 소개팅 혹은 맞선을 보며 그에 맞는 짝을 골라 멋지게 연애를 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교에 적을 두며 공부기간을 늘리고, 시험에 자꾸 떨어져서 노량진과 도서관을 배회하며 방황하는 나는 좀 못 사는 것 같았다.
30대에는 부자 부모의 넉넉한 지원을 받으며 곱게 자란 신랑감과 시댁에서 마련해준 아파트 한채를 받아 결혼을 하는 것이 잘 사는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혼자 힘으로 학비 벌며 공부했던 가난한 신랑과 결혼을 준비할 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시댁의 상황에 절망했고, 신랑이 자취하던 80년대 지어진 13평 주공 아파트에서 신혼을 시작했을 때 집들이를 하겠다고 당당하게 누구를 초대하지 못했다. 2년후 새로 지어진 아파트로 이사를 갔지만 임대 아파트라, 가까운 곳에 근무하는 친구를 부르지도 못했다. 임대인 것을 들킬까봐. 그렇게 나는 내가 좀 못사는 것 같았다.
40대가 되었고, 이제는 4와 4가 겹치는 마흔 네살이 되었다.이제서야 내가 좀 잘 사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1.내가 목표하는 대학을 못갔기 때문에 대신 더 오래 공부해서 공부하는 힘하나는 길러진 것 같고,
2.시험에 떨어져서 공직엔 못갔지만 사교육에서 능력 발휘하니 나를 찾아오는 사람이 더 많고, 출퇴근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출퇴근 할 수 있게 된 거 같고,
3.가난한 신랑 덕분에 헝그리 정신 제대로 배워서 부모에게 의지않고 온전히 우리 힘으로 일어설 수 있게 된 거 같다.
그런데 사실... 무엇보다....
내가 요즘 "꽤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들은
1.나와 다른 길을 걸어가는 사람을 보면서 멋있다고 느끼는 나를 발견할 때
(다른 길을 볼 줄 아는 눈이 생긴 것 같아서)
2.나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이해하는 나를 발견할 때
(진심으로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내가 된 거 같아서)
3. 나보다 잘난사람을 보면서 칭찬하고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배우고 싶어하는 나를 발결한 때
(부러워 배아파 하기보다 함께하려는 마음이 생긴 거 같아서)
4.내가 가진 약간의 재능을 고민없이 누군가와 나누려고 하는 나를 발견할 때
(진심으로 나눌 마음이 생긴 거 같아서)
그리고 이런 내가 되어 가는 것을 발견할 줄 아는, 내가 되어 가고 있는 거 같아서 나는 요즘 "꽤 잘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