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택시를 탔던 날이었다. 기사님은 친절한 인상에 우리 아버지 연세 정도의 어르신이었다. 어디를 가느냐, 거긴 왜 가느냐, 물으시는 질문들이 아빠가 딸에게 묻는 것만 같아서 나도 친절하게 대답했다. 이런 저런 대화 가운데 기억에 남는 한마디가 있다.
나이들수록 사람하고 돈이 있어야 해요.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누구나 충분히 가질 수는 없는 것! 돈과 사람.
나는 충분한 돈과 사람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1. 돈
돈은 얼마나 가지면 충분하다고 만족할까? 과연 만족은 있을까?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은 거 아닌가? 액수로 만족도를 따지기엔 너무나 상대적이라고 본다. 누군가에겐 100만원이 크지만, 누군가에겐 1000만원도 적은 거니까.
나의 경우,
계절이 바뀌었을 때 남편에게 적당한 셔츠를 2~3장 정도 사다가 줄 수 있고, 적당한 내 블라우스 한장을 살 수 있으며, 사춘기 소녀인 딸들에게 브랜드 티셔츠와 가방을 사줄 수 있는 정도(사춘기는 브랜드가 매우 중요함), 민감한 시기의 아이들에게 질 좋은 유기농 식재료를 사줄 수 있는 정도, 아이가 해보고 싶어하는 활동(방과 후 학원이나 운동이나 악기 같은)을 교육비 걱정없이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정도, 친정 엄마 아빠의 용돈이나 친정 행사에 필요한 비용을 남편의 돈이 아닌 내 수입원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정도, 내가 좋아하는 차나 아로마 오일을 걱정없이 살 수 있는 정도, 내가 배워보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돈 걱정없이 배울 수 있는 정도가 되었을 때 내 삶의 만족도가 올라갔다.
재테크를 잘해서 어떤 사람은 동네에 건물을 지어서 올리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벌써 초등학생 아이들의 집을 샀다고 했다. 또 어떤 사람은 유명한 수입차를 떵떵거리며 타고 다닌다. 나는 그만큼의 돈은 없지만.. 나와 우리 가족의 일상에 편안함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아주 소소한 것들을 비용때문에 여러번 고민하지 않고 선택해서 소비할 수 있을 만큼의 돈 정도면 충분히 행복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2. 사람
사람은 얼마나 있어야 하나? 이것도 참 상대적이다.
스무 살에 만나 지금까지 친구. 멀리 살아서 자주 만나지 못하는 친구. 때때로 잘 지내는지 안부를 묻지만... 거침없이 속이야기를 해도 부끄럽지 않은 친구. "늘 애쓰는 너에게 회복의 시간이 되 길" 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본인이 쓰는 어깨결림에 바르는 크림을 보내 준 친구.
그 친구 하나로... 나는 수 십명 친구가 부럽지 않다. 수십명의 사람은 없어도 그 사람 하나면 나는 괜찮다고 나를 달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