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아들에게
아들아, 이 글들을 쓰기 시작한 건
아주 우연한 어느 밤이었어.
네가 중학생이 되던 무렵,
어느 날 “아빠는 왜 일을 해?”라고 물었던
그 한 마디가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더라.
바쁜 하루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는데,
그 질문이 자꾸 맴도는 거야.
그래서 문득, 언젠가 너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남겨두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지.
처음엔 한두 편이면 될 줄 알았어.
그냥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말,
아빠가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
그런 걸 짧게 전하려 했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 편을 쓰면 또 하나가 따라오고,
하나를 마치면 그 너머에
더 깊은 마음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어.
그리고 결국, 이 글들은 너에게 보내는 편지이면서
아빠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고백이 되었단다.
사실 말이지, 아빠라고 늘 자신 있는 건 아니야.
때로는 버스에서, 때로는 네가 자는 옆자리에서
혼자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어.
“나는 좋은 아빠일까?”
“내가 건넨 말들이
얘에게 힘이 되었을까, 부담이었을까?”
특히 바빴던 날, 너의 작은 말이나 표정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하루를 흘려보낸 밤이면
괜히 마음 한편이 저릿해지더라.
한 번은 그랬어.
회의 중에 너무 예민해져서
엄마한테도, 너한테도 퉁명스러웠던 날.
밤늦게 혼자 부엌에 앉아 있는데,
네가 물 마시러 나왔다가
말없이 컵 하나를 건네주더라.
아무 말도 없었지만
그 순간, 아빠는 부끄러웠어.
네가 다 알면서도 말없이 넘어가주는 걸 느꼈거든.
그래서 더 조심하게 돼.
말보다 먼저 마음이 닿기를, 너를 가르치기보다
살아내는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단 생각을 말이야.
지금은 이 글들이
그저 지나가는 말처럼 보일 수도 있을 거야.
중학교라는 세상에 뛰어들며
네가 마주하는 고민들은
아빠의 말보다
친구의 눈빛이나 교실의 공기가 더 중요하겠지.
괜찮아.
아빠도 그 나이를 지나왔으니까.
하지만 언젠가 말이야, 혼자 조용한 밤에
라면 하나 끓이며 앉아 있을 때,
문득 마음이 먹먹해질 수도 있어.
그럴 땐 이 글을 다시 한번 꺼내보면 어떨까?
종이책이 아니어도 좋아.
브런치북이든, 저장해 둔 캡처든.
그 안에서
“아, 아빠가 나한테 이런 얘길 해주고 싶었구나”
하는 마음 하나만 느껴도 아빠는 그걸로 충분해.
이 글들을 쓰며 아빠도 참 많은 밤을 돌아봤어.
성공하고 싶었던 순간들,
실패해서 누구에게도 말 못 했던 날들.
남들 앞에선 괜찮은 척했지만
혼자선 펑펑 울고 싶었던 저녁도 있었지.
그런 날들 속에서 스스로에게 했던 말이 있어.
“괜찮아, 지금은 이게 전부가 아니야.”
아빠는 그 말 덕분에
다시 한 발자국씩 내딛을 수 있었단다.
그래서 너에게도 꼭 전하고 싶어.
너는 어떤 사람이 되어도 괜찮아.
어떤 결과를 이루든, 어디에 서 있든,
너가 네 자신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그 삶은 정말 멋진 거야.
세상이 뭐라 해도, 아빠가 말해줄게.
넌 충분히 잘하고 있고,
그 자체로 소중한 사람이야.
그리고, 이 모든 글의 끝에서 한 장면이 떠올랐어.
며칠 전, 우리가 집 근처를 같이 걸을 때
네가 자연스럽게 아빠 어깨에 팔을 올렸지.
아무 말 없이 걷던 그 순간.
그 짧은 시간 속에 수많은 마음이 오갔던 것 같아.
아빠는 그걸 평생 기억할 거야.
말보다 마음이 먼저 닿는 순간.
그게 우리가 함께한 시간의 본질이라는 걸
그 짧은 어깨동무가 알려줬거든.
이제, 이 글을 덮으며 조용히 너를 바라본다.
그리고 마음속에 단 하나가 남더라.
“너는 네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아빠는 언제나
너의 편이었다는 걸 잊지 말아 줘.
사랑한다, 아들아.
그 사랑으로, 이 모든 글을 남긴다.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