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질문에서 시작된 은사적 관점

질문은 본질을 여는 열쇠

by Bloomlink

나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볼 때마다 하나의 단어에 자꾸 멈추게 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질문’이다. 질문은 나의 일터에서, 나의 관계 속에서, 그리고 신앙의 자리에서 늘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도구라고만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되었다. 질문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은사였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좋은 답을 갈망한다. 명확하고 속 시원한 해답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현장은 언제나 달랐다. NGO 캠페인을 기획하는 회의실에서, 기업의 CSR 제안서를 놓고 논의하는 자리에서, 아무리 근사한 답이 쏟아져 나와도 분위기가 무겁고 설득력이 떨어질 때가 많았다. 오히려 그런 순간마다 공기를 바꾸고 길을 열었던 것은 언제나 한 가지, 질문이었다.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몇 년 전, 캠페인 전략을 세우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 모두가 나름대로 준비해 온 자료를 발표했지만 공기는 냉랭했다. 발표자는 목소리를 높였고, 슬라이드에는 수치가 빽빽했지만, 듣는 사람들의 눈빛은 멀리 흩어져 있었다. 마치 각자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의자에 삐딱하게 앉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팀원, 커피잔을 입술에 대고 있지만 삼키지 못하고 있는 동료, 눈을 피하며 메모만 하던 실무자. 답은 자료 속에 있지 않았다. 나는 화이트보드에 도표를 그리려다 멈췄다. 그리고 무심히 던졌다.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려는 걸까요?”

순간 정적이 흘렀다.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지만, 이상하게도 답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언가 중요한 지점을 건드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몇 초 후, 팀원 한 명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는 사실, 이게 그냥 프로젝트인지, 아니면 우리가 진짜 지켜야 할 가치인지 헷갈렸습니다.” 그 고백은 방 안을 흔들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돌아갔다.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였고, 누군가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 이후 대화가 살아났다. 숫자가 아니라 질문이 분위기를 움직였다.

나는 이 경험을 수없이 반복했다. 수치와 데이터가 쌓여가는 자리에서도, 질문 하나가 사람들의 방어를 무너뜨리는 순간을. 질문은 단순히 궁금증을 풀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마음을 여는 열쇠였다. “우리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물음은 서로의 속내를 꺼내놓게 했다. “이 일이 우리에게 왜 필요한가요?”라는 질문은 다시금 목적을 붙잡게 했다. 질문은 불편할 때도 많았다. 그러나 불편함은 때때로 가장 진실한 문으로 이어졌다.

질문은 남을 향해서만 날아간 것이 아니었다. 내 삶을 향해서도 끊임없이 다가왔다. 나는 열 번 가까이 이직을 했다. 처음 몇 번은 비슷한 분야에서의 이동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전혀 다른 영역으로의 전환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방향 없는 방황처럼 보였다. 나 자신도 그렇게 느꼈다. “내가 망가져가고 있는 건 아닐까?” 스스로를 자책하며 지낸 날도 많았다. 하지만 매번 그 시기에 나를 붙잡은 것은 질문이었다. “나는 왜 이 길을 걷고 있는가?”

그 질문은 곧 기도로 이어졌다. 새벽에 홀로 앉아 하나님께 묻곤 했다. “주님, 제가 어디로 가야 합니까? 왜 이 길을 지나가야 합니까?” 답은 즉시 오지 않았다. 하지만 질문은 나를 낮추었고, 낮아진 마음은 다시 방향을 볼 수 있게 했다. 몇 년이 흐른 지금 돌아보니, 그 모든 방황이 흩어진 조각이 아니라 완벽한 설계였다. 각각의 이직에서 배우고 경험했던 것들이 지금 내 자리에서 하나하나 연결되고 있었다. 그때는 실패 같았던 길이 지금은 완벽한 준비였음을 깨닫는다. 질문은 나를 주저앉게 한 것이 아니라, 다음 길로 이끄는 통로였다.

나는 점점 확신하게 되었다. 질문은 스킬이 아니라 은사라는 것을.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은사는 정답을 척척 내놓는 능력이 아니었다. 오히려 질문을 던짐으로써 본질을 드러내고 흐름을 이어가게 하는 힘이었다. 내가 준비한 말보다, 내가 던진 질문에 사람들이 더 크게 반응하는 것을 수없이 보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구조가 선명해졌다. 이것은 내가 노력해서 얻은 능력이 아니라, 주님께서 내게 허락하신 특별한 시선이었다.

성경에서도 예수님은 수많은 순간에 질문을 사용하셨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라는 물음은 제자들의 신앙을 깊이 흔들었고, “네가 낫고자 하느냐?”라는 질문은 병자의 마음을 열게 했다. 답을 갖고 계신 분이셨지만, 먼저 질문으로 마음의 문을 열게 하셨다. 예수님의 질문은 단순한 확인이 아니었다. 그것은 존재의 깊은 곳을 향한 초대였다. 그 초대 앞에서 사람들은 스스로를 돌아보았고, 스스로 고백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기획자의 삶 속에서 배운 것도 이와 비슷했다. 답을 먼저 내놓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통해 본질을 드러내는 사람이 되는 것. 팀원들이 힘들어할 때, 파트너 기업이 혼란스러워할 때, 나는 정답을 말해주기보다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우리가 진짜 지키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요?” “당신은 이 일에서 어떤 의미를 보고 있습니까?” 질문은 대화를 살리고, 사람을 세우고, 구조를 일으켰다.

IMPACT LINK 360 또한 결국 질문에서 출발했다. “기업은 어떻게 사회적 가치를 연결할 수 있는가?”

“조직은 어떻게 본질과 실행을 일치시킬 수 있는가?”

“우리는 어떻게 변화의 길을 걸을 수 있는가?”

이런 물음들이 쌓여 프레임이 되었고, 프레임이 모여 구조가 되었다. Mapping, Alignment, Practice… 모든 시작은 질문이었다. 질문이 없다면 구조도 없다. 질문은 단순한 출발점이 아니라, 전 과정을 지탱하는 기둥이었다.

질문은 본질을 드러내고 사람의 마음을 연결하는 힘이 있음을 이제는 깨달았다.

어떤 자리에서는 사람들이 같은 방향을 보지 못해 흩어졌다. 하지만 질문은 그 흩어진 마음을 이어주었다.

질문은 판단이 아니라 초대였고, 그래서 누군가는 용기를 내어 자기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 과정을 통해 공동체가 다시 살아나는 광경을 나는 수없이 보았다. 질문은 단순히 논리적 사고를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끈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분명히 고백한다. 내게 주신 은사는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통해 본질을 드러내는 힘이다. 질문은 길을 연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나는 하나님이 주시는 시선으로 다시 묻는다. “나는 지금 무엇을 향해 걷고 있는가? 내가 던지는 질문은 사람을 살리고 있는가?”

오늘도 나는 길 위에서 다시 묻는다. 그리고 그 묻는 힘이 나를 다음 단계로 이끈다. 은사적 질문은 기술이 아니라 하나님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방식이다. 질문은 길을 열고, 그 길은 나를 하나님께로 다시 인도한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꺼이 그 질문 속으로 들어간다. 왜냐하면 그곳에서 새로운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