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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달래 Apr 09. 2024

지도 좀 그만 그려!!!

EP.5 금쪽같은 오빠시끼



"어머어머 아줌마 얘 너무 크잖아요!!"


다 큰 애를 데리고 들어왔다고 목욕탕 때밀이 아주머니는 브라팬티만 걸친 채 엄마한테 서서 안겨있는 오빠와 엄마를 향해 소리를 쳤다. 

 "알았어요 알았어 금방 씻겨 나갈게요."

오빠는 생김새가 여자 같았다. 기생오라비라고 이모들이 말할 정도로 고왔다.

나보다 더 여자 같은 바가지머리를 한 미소년이었다.


전에는 목욕탕 들어갈 때 입구에서 대충 키를 봐서 여탕 남탕을 나눠 들어갔는데

오빠는 4학년때까지도 맨 앞번호였고 여자애 같아서 엄마를 따라 여탕을 그냥 무사통과했다. 

과연 그게 가능한 일이냐고? 그게  가능했다.


오빠는 어릴 때부터 여탕의 신비로운 광경을, 자기하고 다른 몸을 무수히 봤겠지. 오빠는 정신연령이 낮아서인지  생각이 없었던 것 인지.... 엄마가 세상물정을 몰라서 그러셨을까? 지금 같아선 상상도 못 할 일이리라.

그런 오빠에게는 아쉽기도 했으려나.... 기억이나 날려나 모르겠지만

이 날이 오빠의 마지막 여탕출입날이다.

아빠가 제대를 하기 전까진 엄마를 따라다녀야 했던 오빠다.


오빠는 학교에 생일이 빨라 7살에 들어가면서 전방에 계신 부모 곁을 떠나 서울  호랑이 외할머니 에서 엄하게 자랐다. 일본 유학을 하신 할머니는 예절을 지키고 밥 먹기 전에 기도를 올렸고 9시만 되면 소등을 하고 잠을 청해야 했다.

어린 나이에 엄마 아빠가 얼마나 그리웠겠는가. 이종사촌형과 동갑내기 사촌이랑 한 집에서 살게 되었는데 봉천동 양옥 2층집이 한참 개발 되었던 시기에 오르막초입 골목에 옥상이 있는 우리 집이었다. 아빠가 오빠를 맡아달라고 장모님께  2층집을 사드렸다. 68,9년도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나도 1학년 2학기때 원주에서 전학을 가서 호랑이굴로 들어갔다. 오빠는 10살이다.

아빠는 아직 현직에 계셔서 전방근무를 하셔야 해서 서울로 나오지 못하고 우리 남매는 할머니와 1년 정도를 더 살게 되었다.


저녁 6시쯤 되면 골드스타 금성 다리 4개 달린 TV에는 요괴인간, 아톰, 톰과 제리 만화영화를 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 딱 그 프로가 끝나면 더 이상 할머니는 티브이를 못 보게 하셨다. 각자 숙제하고 씻고 자야 했다. 가끔은 코미디의 전신인 '웃으면 복이 와요나 여로, 수사반장'을 특 얻어 보는 날은 너무 좋아하며 빠져서 보았던 기억이 난다.


밤마다 할머니가 소등을 하고 틀어놓는 제니스 라디오에서는 법창야화가 나오기도 하고 전설 따라 삼천리를 등을 들려주는 성우아저씨의 목소리를 자장가 삼아 엄마아빠를 그리워하며 베개에 눈물을 적시곤 했다.

 

'엄마는 언제 오시는 걸까?'


문제는 다음날 새벽녘이다.

이상하다 뭔가가...

잠결에 밑이 축축하다.

손을 넣어서 내 엉덩이 밑을 더듬어보니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다.

옆을 보니 오빠가 잠들어있다.

'내가 오줌을 싼 거라고?

이런.... 된장 같으니 하고.. 호랑이 할머니한테 또 한소리 듣겠군'

싶어 잠옷을 갈아입으려고 부스럭거리고 앉았는데

'어랏 이상하다. 어제 난 문쪽에서 잤는데 왜 내가 벽 쪽으로 누워있는 거지?'


속옷을 보니 젖지 않았다.

금세 싸한 느낌이 든다.

'저 머리 좋은 놈이 나에게 덤터기를 씌우는구나. 자기가 싸놓고 나를 이쪽으로 밀어놓았군.'

얄미운 생각이 들었지만 화가 나진 않았다. 모성애가 발동한 것일까?

며칠이 멀다 하고 이불에 지도를 그리는 오빠. 어느 날은 세계지도를, 어느 날은 제주도 보다 작은 독도를 그리는 오빠란 사람이 불쌍하기조차 하다. 할머니의 오줌 싼 아이에 대한 벌은 키를 씌워서 옆집 평양

 아주매집으로 소금을 얻어오라고 하는 거다. 그렇지 않음 아침밥을 못 얻어먹는다.

나이가 먹을 만큼 먹은 사내아이가 그 짓을 하기엔 정말 죽을 만큼 싫었을 것이다. 벌을 매번 받아도 오빠는 자꾸 오줌을 지렸다.

어린 나이에 엄마와 떨어져 살아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안 됐다........


금쪽같은 내 새끼 편에 나올만한 일이다.


오늘은 사회과부도에서 본  남아메리카를 그려놓았다.

요를 잡아당겨 얼기설기 홈질을 한 실을 뜯어 청을 벗기기 시작했다. 오빠를 바닥으로 둘둘 밀어버리고 말이다.

할머니가 알기 전에 이불홑청을 뜯어 빨아야 한다.

그리고 솜을 마루 한켠 양지에 널어야 한다.

홑청을 마당 한가운데 있는 빨랫줄에 너는 순간 발각이 되겠지만 그래도 한 번의 벌과 큰소리는 감할 수 있을 듯해서이다.

목욕탕으로 들어가 호청을 빨래판에다 비비고 몇 번을 헹구고 나니 오줌자국의 지도가 사라졌다.

"휴..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 하는 거지?"


엄마가 오시면 오빠는 좀 나아지려나.


'엄마 이제 그만 우리 곁으로 와주세요 오빠가 자꾸 이불에 오줌을 싸요.'


다행히 그날은 할머니의 잔소리는 생략되었다.

주일이라 서둘러 교회에 가신 이유다.


빨리 말라라

말라라...!

오줌 냄새 밴 모든 것도 다 날아가라~

얼룩덜룩 솜도 햇빛에 소독이 되어라~

오빠의 오줌 싸는 습관도 데리고 날아가라! 

"하나님 우리 불쌍한 오빠 오줌 싸는 것좀 멈추게 해 주세요~~!"


50여 년 전의 그 오줌싸개가 지금도 지도를 그리고 있지는 않은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오빠를 만나면 그날을,  나를 옆으로 밀어낸 이유를 좀 물어보고 싶다. 기억이나 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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