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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달래 Apr 02. 2024

수상한 남매

EP.4 건들지 말라 했지!?

"엄마! 빨리빨리요!!"


쓰러져있는 동생을 보고 놀란 오빠는 소리소리를 지르고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이리저리 방방거린다.

방금 전까지 마루에서 놀던 남매는 수상한 상황에 돌입했다.

조금 전까지 달래는 인형놀이를 하고 오빠는 옆에서 기운 센 마징가와 씨름하고  있었다.

마침 주말이라 집에서 쉬던 아빠까지도 혼비백산 뛰쳐나오셨다.


달래는 최근에 생일 선물로 받은 봉제인형을 제 몸으로 깔아뭉갠 채 인형처럼 눈을 까뒤집고 혼절해 있다.

세라인형은 30센티 정도인데 누우면 긴 눈썹을 닫아 자는 것 같고 앉히면 눈썹을 열어 다시 깨는 서양식 인형이다. 마론인형이 아직 보편화되기 이전 일이다.


"달래 왜 그래? 어떻게 했어? 때렸어?"엄마는

옆에 있던 오빠한테 어떻게 했냐고 채근했다.

"아무 짓도 안 했어."

이제 국민학교 갓입학한 오빠도 어리둥절해하며 당황한 기색이다.

처음 본 상황에 놀란 부모님은 놀라서 아이 볼을 꼬집고 손발 다리를 주무르고 흔들어 깨워도 안되니까 부엌에 물한바가지를 가져다가 달래에게 뒤집어 씌웠다.

그러자 정신을 잃은 달래는 가까스로  의식이 돌아왔다.

상황은 5 분 만에 종료가 되었다.


'얘가 간질이 있었던가?'

의아해하시며 걱정에 빠지셨다.

오빠는 자기에게 꾸지람이 쏟아질까 봐 방으로 꼬리를 숨겼다.

크게 뭐 한 짓도 없는데 억울하기도 하겠지.


"괜찮아?"

엄마는 5살짜리를 품에 안고 수건으로 닦고 옷을 갈아입히며 안쓰럽게 바라보셨다.

"엄마 나 왜 그래??"

달래는 자기 몸이 젖어 있는 것에 놀라며  엄마에게 도리어 물었다.


"오빠랑 잘 놀다가  갑자기 쓰러져서.."

가만히 혼자 생각에 잠겼던 달래는 조용히 엄마 귀에다 대고 속삭이기 시작했다.

"오빠가 자꾸 내 세라(눈 깜 밖이 인형)를 로봇하고 대결하자 하며 뺏어가려고 하잖아. 하지 말라고 해도 자기 거라고  뺏으려 해서 화가 났어..."

"그래서 오빠가 미웠어?"

"엉, 내가 화가 나니까 머리가 빙빙.. 그다음은 어떻게 됐는지 기억이 안 나.."

어린 나이에 무조건 자기 식대로 하려고 하는 마징가처럼 힘이 센 오빠가 미웠던 것이다. 안 뺏기려고 소리를 지르려는데 소리는 안 나오고 뒤로 넘어간 거다.



오빠는 어릴 적 지프사고 이후로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큰애라고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고  달래는 은연중에 오빠랑 경쟁의식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지마음대로 안되니 제풀에 못 이기고 까무러친 것이다.




'엄마 아빠의 사랑을 더 받고 싶어서 그랬을까?'

아마도

요 때 다!!!

싶어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앞으로 동생 거 뺐고 장난으로라도 하지 마라! 엄마 놀랐잖아!"

오빠 방 쪽을 향해 엄마는 으름장을 놓으셨다.


달래는 휴 ~ 한숨을 쉬며 다시 알록달록 원피스 입은 세라를 품에 안았다.

세라와 달래는 평화를 찾았다.

이후로 오빠는 달래를 솜털하나 건드리지 않았다 는 전설이다.




 



달래는 자라면서의 이야기를 사춘기즈음 엄마한테 들으면서 컸다. 그 상황을 다시 떠올리려 해도 기억은  다 나질 않았다. 그래도 임팩트 있던 순간순간은 떠오른다 필름처럼 또렷이..


"못됐네  달래!"


라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혹 있겠지만 아들한테 치여서 주눅 들어 살다 보면 이렇게 한 방 해주어야 담부터 건드리지 않는다~라는 게  어린 달래 생각이다.

어릴 때 달래가 일부러 한 연기는 아니지만

이모들 얘기를 덧붙이자면

"자기 밥통 안 뺏기려고  네가 쏘가지가 못돼서 그랬지!!"

라고 하시며  달래를 놀리신다.


어른이 되어서는 그렇게 모질게 오빠와의 사이에서 시도해보지는 않았고  따로국밥처럼 놀게 되었고 산삼을 먹은 이후로 몸은 건강해졌고 또 동생을 잃은 이후로 상심이 내재되어서 그랬는지 점차 내성적인 아이로 겉으로는 활발한데 혼자 있을 때는 아주 조용한 아이로 자란 것 같다.


오빠와 나는 그렇게 하나 두울 나이를 먹어갔다.


"오빠, 못되게  굴어서 미안해. 그땐 네가 너무 어렸잖아."

이제라도 기억이 떠올라 사과를 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오빠가 한국에 오면 따뜻한 국밥이나 한 그릇 대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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