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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달래 Apr 16. 2024

엄마  이 손 놓지 마오

EP.6 미아 될 뻔한 이야기

국민학교 2학년 때 일이다. 엊그제 같은 일인데 벌써 50여 년이 지났다.

일요일 오후 안양에 사는 할머니댁에 가려고 엄마랑 이모랑 집을 나섰다.

지금은 세종문화회관인 시민문화회관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 저기 차 온다~"

이모가 몇 대 내리  달려오는 버스를 가리키며 소리를 치셨다.

나는 버스를 타려는 여러 사람들에 둘러싸여 쪼르르 달려가 앞쪽으로 냉큼 올라탔다.


버스를 타고 앞쪽에 자리가 있어서 눈치도 안 보고 잽싸게 엉덩이를 들이밀었다.

그런데 한 정거장쯤도 못 가서 엄마도 앉았나? 하고 뒤를 돌아다보았다.

그런데...?

나와 같이 버스를 탔던 이모랑 엄마가 보이지 않는다.

어디 앉아 있어 안 보이나 싶어 일어나서 뒤쪽으로 가보았다.

"어랏 엄마가 어디 갔지?"


갑자기 불안함이 몰려오며  '어떡하지 어떻게 하지? 정신이 없네. 여기서 내리면 집까진 걸어라도 갈 수 있는데..  하다가 엄마도 내가 찾아올거라 생각하고 할머니 집으로 가실거야'하며 버스에 몸을 맡긴 채 혼자 가고 있었다.



다시 자리에 앉아 가만히 집중을 해보았다.

'어디서 내리더라 할머니집...'내려서 어떻게 가더라  길을 한 번 건너면  작은 또랑이 나오 또랑을 따라 올라가면 작은 골목 그 골목 첫째 집 파란 대문이었는데.... 몇 번째 골목이었는지가  가물거린다.

여기까지 떠오르긴 하는데  지난번 할머니 이사하셨을 때 한번 가본 기억을 더듬어 보며 길을 기억해 내려고 애를 써봤다.


'정류장 쪽에 구멍가게가 생각이 나서 거기서 내려서 엄마를 찾자 할머니집을 찾자 오케이!'

갑자기 자신이 생기며

'찾아가 보자~ 가면 엄마가 있겠지.. 내가 찾아가면 어른들이 깜짝 놀라시겠지 혼자 찾아왔다고!!. '



한 시간쯤 갔을까 안양에 접어들자 구멍가게. 그 가게에서 엄마가 쮸쮸바를 사주셨던 가게가 보이길래 냉큼 내렸다.

가는 동안 마음이 불안했는데 나는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으며 한 달 전 와봤던 기억을 자꾸 되살려보려 애썼다.

길을 한번 건넜지 ,,, 그 길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내천이 나오는 것까지는 맞는데 거기서 두 갈래길로 갈라지네...


어디가 맞을까 ,..

한 시간을 이길로 저 길로 다녀봤지만 안쓰럽게도 할머니의 파란 대문은 나타나지 않았다.


배도 고프고 깜깜해지기 전에 집으로 가야겠다는 불안감과 초조함이 생겼다.


"엄마는 나를 찾고 계실까?" 지금은 어디쯤에 계실까"

엄마가 나를 걱정하실 생각을 하니 집으로 돌아가는 게 맞을 것 같았다.





다시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을 향해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다리도 아프고 지쳤다. 배도 고팠다.

'차비도 없는데 어떻게 집엘 가지?'

공연히 여기까지  혼자 왔다는 생각을 하니 헛똑똑이구나  라는  낭패감마저 들었다.어리석었다 라는 맘이 들을 때는 이미 해가 뉘엿뉘엿거리고 있을 때였다.


용기를 내서 버스가 서길래 광화문 가는지 물어보고 일단 올라탔다.

"저.. 제가 엄마랑 버스를 탔는데 서로 다른 버스를 탔는지 엄마를 잃어버렸거든요. 차비가 없어요."

기사님은 알았다고 괜찮다고 하시며 집에 가는 길은 아냐고 물으셨다,

", 광화문에 내리면 갈 수 있어요"라고 말하며  

"고맙습니다"  꾸벅 감사의 인사를 하고 비어있는 자리에 앉았다.


'왜 할머니집을 못 찾았을까? 전에 왔던 거기가 맞는 것 같은데 그리고 엄마는 어째서 우리 앞에 섰던 버스를 나랑 안 타신 거지?'

광화문에서 내려서 효자동 백송이 있는 우리 집까지 가는 길이 천리처럼 느껴졌다.


집에 다오니  해가 지고 저녁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집 밖에서 엄마가 서성 거리는 실루엣을 보자 나는 참고 있었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달려가 꼭 안겼다.

반가움과 집에 도착했다는 안도의 숨을 쉬니 다리가 풀렸다.


"어디 갔다 이제와!?"

"엄마!~~ 할머니 집까지 갔다가 왔는데 못 찾았어."

"고 네가 한번 간 할머니집을 어떻게 찾아?!"

"구멍가게 앞에서 내리면 찾을 줄 알았는데 골목이 너무 많아. 흑흑 "

큰일 날뻔했다 누가 잡아갔으면 어떻게 할뻔했냐며.. 엄마는 나를 꼭 안아주셨다.엄마의 품에서 땀냄새가 났다.

엄마품이 그렇게 따뜻한 지도 새삼 느끼는 날이다.


"버스에 탔는데 네가 안 보여서 엄마는 바로 다음정거장에서 내려서  집으로 왔지. 너도 내려서 집으로 올 줄 알고.. "

거기가 어디라고 혼자 찾으러 갔냐며   꾸중반 놀람반에  딸하나 있는 거 잘못댈까 봐 집 밖에서 계속 몇 시간을 기다리셨다고 하신다.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새우젓계란찜을 밥솥에서 꺼내주시며

"배고프겠다. 네가 하도 안 와서 한 시간만 더 기다리다가 안 오면 파출소에 신고할라 했다."라고 하셨다.


엄마는 나마저 잃을까 봐 걱정이셨는지 눈물 콧물 흘리며 허겁지겁 먹는 나를 끝까지 쳐다보시며 눈물을 글썽이셨다.


그 이후로 버스를 탈 땐 엄마랑 손을 놓지 않았고 엄마가 나를 태우고 엄마가 타셨다. 그날 이후로 까불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덜렁 대는 어린아이의 큰 달음이 있는 날이다.



"에미여 내 손 놓지 마오."


50여 년도 더 된 그날이 엊그제 같은데 엄마는 8년 전에  75세의 나이로 내 손을 먼저 놓고 가셨다.


봄볕이 좋은 날 엄마가 많이 그립다


사진 출처 : 육아공감에세이 그래그래

아가가 엄마를 안아주는 그림에서 눈물이 왈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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