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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달래 Apr 30. 2024

친절하더라니...

EP.8 딸 같아서? 참나!

"뭐얏? 이 아저씨가!"

안전벨트를 풀어준다고 내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기사아저씨, 담배냄새가 순간 훅! 뜨거운 입김을 내뿜으며 바가지 만한 얼굴을 들이미는

" 이건 모야!"

있는 힘껏 혼신의 힘을 다해서 밀쳐냈다.


6학년때의 일이니 76년 즈음이다.

시장에 나가려면 시까지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나가야 했다

우리 집 앞에는 넓은 내천이 흐르고 둑 너머 공터엔 흙더미가 무더기로 있었고 건설현장에서 쓰는 흙을 가득 실어 나르는 대형 트럭들이 줄지어 다녔다. 학교 가는 길이기도 하여서

한 달 넘게 이어지는 공사로 트럭들과 마주치며 그 먼지를 뒤집어쓰고 다녀야 함에 차가  지나칠 때면 나는 먼지를 덜 마시려고 호흡을 멈추고 자리에 추어 서곤 하였다.


그날은 일요일, 엄마대신 장을 보러 비포장거리를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버스정류장을 향해 걷는 10분 동안 공사장 옆 흙길을 차가 수시로 지나다녀 지나기를 기다리고 서있는데 그중 한 대가 큰 바퀴를 끼익 멈추어 섰다. 순간 난 숨을 참았다.

흙길이라 구름같이 일었다 먼지가..



"꼬마야 시내 가니? "

차에 타고 있는 아저씨는 모자를 쓰고 있었고 높은 곳에 앉은 아저씨의 얼굴만 살짝 보였다.

"네.. 시장가요!"

우리 집이 내천 건너 산밑 밤나무집 딸이라는 걸 알고 묻는 것 같았다.

내가 늘 다니던 길이었으니 말이다.

"아저씨가 남주 시장 지나가는데 데려다줄까?"

"아뇨 괜찮아요."

모르는 아저씨가 트럭을 태워준다니 무섭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저씨가 "나도 너만 한 딸이 있어서 그래!.."하고  톤을 높였다.


다시 한번 잠시 망설였다.

'가는 길이라니 그냥 탈까?

.....................................


"그럼 시장입구에서 내려주세요" 하며 발디딤도 너무 높아 손까지 쓰며 트럭 조수석에 겨우 앉아 벨트를 찾아 매었다.

조수석에 앉아 내려다보니 무지 높았다.

아저씨는

"몇 학년이니? 아저씨의 딸도 너만 해"

"6학년이에요."

아저씨가 어느 학교냐 하면서 이것저것 물으시길래 몇 마디의 대화가 오갔다.


시내까지 가는데 한 10분 정도 걸렸을까 트럭에 처음 타보는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나비처럼 날개를 펴고 다가오는 신작로의 플라타너스의 가로수를 바라보며 트럭 탈 때의 고민은 잊고 있었다.


아저씨는 시장입구에서 왼쪽으로 커브를 돌아 천을 끼고 내려가셔야 하는 것 같았다.

"여기서 세워주세요. 감사합니다."

아저씨가 차를 한쪽에 세우고 벨트를 풀려고 하는  나를 보고 풀어주려고 하는 듯 다가왔는데 갑자기 아저씨 얼굴이 내 얼굴 위로 다가왔다.

나는 너무 깜짝 놀라 소리를 빽 지르며 온 힘을 다하여 밀치고 오른쪽 차문을 손잡이를 제쳤다. 문이 다행히 묵직하지만 열렸다.

그리고 발을 먼저 밖으로 내밀었다. 더 이상 그 사람이 다음 행동을 못하게 하기 위해서고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했던 행동이다.

"알았어.. 알았어 문 닫아!!"

"아저씨 왜 이러세요? 아빠한테 다 말할 거예요!"

그때는 경찰보다 아빠가 더 내겐 높은 사람이었다.


'가장자리 쪽에 앉았기에 망정이지 어쩔뻔했어'

높은 차에서 거의 기어 내리듯이 내려온 달래는 떨리고 정신이 없었다. 입술이라도 닿기라도 했으면....? 나쁜 아저씨!

'내가 저차를 왜 타고 왔지? 뭐 저런 아저씨가 있어?'


속상해진 달래는 아저씨의 얼굴을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았고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 순간이 꿈이기를 잊으려고 애를 썼다.

'이건 꿈이야 꿈일 거야..'

뭘 당하진 않았지만 당한 것처럼 불쾌한 느낌이 전신을 휩싸고 있었다.


엄마가 적어주신 메모를 꺼내 장바구니에 담으면서도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생각할수록 아저씨가 미웠다.

딸 같아서 라는 말이 귀에 맴돌았다. 그냥 친절인 줄 알았더니 흑심이었다.


버스에 몸을 싣고 집에 가는 동안 엄마 아빠한테 이 사실을 알려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왜 모르는 사람차를 탔냐고 도리어 더 혼날 것 같아서 말을 안 하기로 했다.

지금 세상은 더 혼란스럽고 위험한 일들이 많이 있지만 나에겐 어릴 때 있었던 기억 중에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달래 너 정신 똑바로 차려 세상은 착하고 친절한 사람만 있는 게 아니야."

라고 다시 한번 주입시켰다.

이후론 트럭들의 행진이 곧 끝나서 다시 마주 칠일은 없었지만 지금도 큰 트럭이 휑하고 소리를 내고 지나가면 섬찟하다. 지금 생각해도 위험하고 무모한 일이었다. 어리석기 짝이 없다.


뭔가가 숨겨져 있으면 더 이상 친절이 아니다.

내가 깨달은 진리이다. 지나간 이야기지만 글을 쓰고 나니 조금은 마음이 풀린다.


세상에 진심 친절한 사람은 있는 거겠죠?

그 아저씨는 대낮에 노상에서 어린애한테 무슨 짓을 하려 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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