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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쑤우 Jul 06. 2021

회사에서는 유능한 사람.

그들은 다르게 일한다.

 두 명이 파트너가 되어 그 학기 과제를 계속 같이 진행하는 수업이 있었다. 난 미국인 친구 O와 같은 그룹을 이루었는데, 그 친구는 성적이 좋았다.


 이 세상에 완전히 공평하게 나뉠 수 있는 그룹 과제가 있을까? 누군가가 항상 더 짐을 많이 짊어지게 된다.


 난 그 짐이 당연히 O에게 더 가리라 생각했다. 미국에서,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이고, 영어로 레포트를 써야하고, 영어로 발표 해야 하니, 외국인인 나와 함께 준비해야 하는 O에게 약간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언제나 예상 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O와 같이 과제를 하면 할 수록 미궁으로 빠져든다.

난 외국인인데, 왜 레포트에 영어가 잘못된 부분이 없는지 나와 같이 검토 하겠다 하는지 알 수가 없다.

‘헤이, 네이티브는 너인데?’

이러려면 그냥 다 내가 하는 것이 빠를 것 같다.

소외되지 않도록 제일 쉬운 차트 하나만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아...  O가 차트를 그릴 줄 모른다...

그냥 내가 했다. 그런데 차트 그리는 법을 배우고 싶다고 한다.

아...

 

 세상의 모든일에는 양면성이 있다.

 답답한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O는 성격은 좋은 친구이다.

클래스 친구들이 슬퍼할 정도로 프리젠테이션 시간에는 발표자들에게 끝없는 질문 공세를 쏟아내기도 하지만, 자기 생각을 분명히 말 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내가 무슨 말을 하면 굉장히 열심히 들어준다.



 회사에 매번 엑셀 차트를 틀리게 작성하는 머천트 H가 있다.

성격은 매우 활달하고 좋은 사람인데, 서류 업무를 하거나 업체들과 메일의 내용을 보면, 뭔가 항상 틀리게 작성하여 이에 대한 수정 요청이 무척 빈번히 오갔다.

그녀의 모든 면이 O를 떠올리게 한다.

O는 지금 뭐하고 있을까?


 한국의 회사에서는 상사의 말을 잘 따르고 묵묵히 일하며 업무에 실수 없이 그리고 불평없이 일하는 사람이 능력 있는 사람이었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가끔 상사들 중에는 차트의 위치 혹은 글씨 크기 등에 자신의 규칙을 따르도록 정정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직장 문화에 익숙해 진 것인지, 처음에 나는 H가 유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소소하지만 빈번하게 발생하는 실수 때문만이 아니라 가끔 H는 모든 일을 다 던져놓고 휴가를 떠났다. 아무도 그녀의 일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는데 일 처리를 다 안하고 떠나 버려서 다른 부서를 깜짝 놀래 켰던 적도 있다. 게다가 전화기도 꺼 놓아서 물어 볼 것이 있어도 연락 할 방법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가 잘하는 것이 있었다.


 미팅 때마다 본인의 의견을 술술 말했다.

일목요연하지는 않았지만 H가 하는 말을 계속 듣고 있으면 이슈를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트레이닝을 할 때도 그에 대한 의견과 개선 사항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 하는 H의 뒤에서 광채가 보이기도 한다.


 미팅에서 바이어 말을 제일 자주 끊어 먹어서, 반은 놀라고 반은 웃음이 나게도 했던 그녀이다. 그래서 H와 업무를 진행 할 때 내 말도 중간에 끊길 것이라 예상하곤 했었다. 하지만 막상 같이 일하면 말을 끝까지 잘 듣고 자기의 의견을 덧붙인다. 가만히 보면 바이어 외의 다른 사람 말은 잘 끊지 않는다. H의 경청 태도는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며 그녀의 의견을 더 잘 듣게 만들었다.


 게다가, 맨날 소소한 일이 다 틀리는 것 같아도 은근 모든 일이 굴러간다. 큰 이슈를 만드는 일이 거의 없다.


 미국에서 일할 때 많은 일이 모여서 이야기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서로의 생각을 계속 이야기 하고 그 안에서 최선의 합리를 찾는다.

묵묵히 혼자 조용히 일하는 사람은 사실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다들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계획을 세우거나 문제가 일어났을 때, 자기의 생각을 명확히 이야기하고 토론을 이끄는 사람들이 돋보이고 능력 있는 사람들로 평가된다.

말만 하면 언제 일이 진행되나 싶었는데, 신기하게도 결국 다 완성되어 있다.



 차트 등의 실수가 잘 안 고쳐지는 미국 동료들을 보고 일을 못한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나도 동료들의 일하는 방식이 답답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세계로 들어가보니, 처음에 답답했던 사람은 오히려 동료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다양성으로 가득한 그들의 3차원 세상을 일방적으로 평면화 시켜서 내 마음대로 해석하고 있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H를 답답해 하고 있겠지만, 사실 그녀는 인정받는 능력자이다.

아, O도 지금 모두가 아는 브랜드에서 매우 잘 지내고 있다.


 너무 놀라지 않길,

그들은 다르게 일할 뿐이니까.


Image by Gerd Altmann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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