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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뚝검 Jul 22. 2021

슬기로운 검사생활

제1장  지난 8년을 기록하다

초임검사 또는 검린이


    검사는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소재이다. 직업 특성상 명탐정 코난만큼이나 사건사고가 뒤따라 다니다 보니 소재거리가 풍부하고, 그 수가 워낙 적은 탓(검사 정원은 검사정원법에 따라 법률로써 정해져 있다. 현재 검사 정원은 2,292명이다)에 대중에게 쉽게 노출되지 않다 보니 그 삶이 궁금하기도 해서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자신의 직업이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면 '저건 말도 안 돼.',  '저건 고증이 잘 되었군.'이라는 추임새를 넣으며 몰입하듯이 나 또한 검사가 등장하는 작품에는 동질감을 느끼며 푹- 빠져들고는 한다. 그리고 그 속에는 초임검사, 수습검사라는 이름의, 어딘지 모르게 서툴고 엉성한 느낌이지만 인간적이고 열정 하나만큼은 세계관 최강인 등장인물이 하나쯤 존재한다.    


MBC 드라마 '오만과 편견', 배우 백진희가 수습검사 한열무로 분했다 [출처 : MBC 홈페이지]


    로스쿨을 졸업하고 검사로 갓 임관을 하면 1년 가까이 법무연수원에서 집체교육을 받는다. 교육과정 중에는 일선 검찰청에 나가서 2달 내지 3달 동안 경력검사의 지도 아래 실제 검사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이 있다. 과정에 있는 검사를 수습검사라고 한다. 그리고 1년 동안의 교육과정(이 교육과정은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강의와, 과제와, 시험의 연속이다)을 마치면 비로소 첫 정식발령을 받는다. 이렇듯 처음 발령을 받은 검사를 초임검사(또는 신임검사)라고 한다.


    법조인 대부분은 단어 하나, 문장 하나 꼬투리 잡기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인지라 특정하고, 구분하기를 유별나게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초임검사를 또다시 구별하는데 금초작초가 그것이다. 일상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단어여서 생소하기는 하지만 별다른 뜻은 없다. 금초는 금년 초임검사, 작초는 작년 초임검사의 약어이다. 고백하자면, 누구도 이런 설명을 해주지 않아서 나는 사건에, 사람에, 세상 풍파에 치이고 밟히더라도 잡초처럼 굳세게 일어나라는 의미로 초임검사를 금초라고 부르나 넘겨 짚기도 했었다.


    초임검사는 서툴다.  어느 회사든 부사수가 있고, 주니어가 있듯이 검찰에는 초임검사가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첫 발령을 받았을 때만 해도 초임검사는 적어도 6개월 동안 부부장검사나 수석검사(해당 부서에서 가장 기수가 높은 검사) 밑에서 지도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 이 기간이 초임검사에게는 가혹하다. 검사는 사법경찰관인 수사관,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관과 함께 3명이서 팀을 이루어 사건을 수사하고, 처리한다.


수습검사 한열무의 든든한 지도검사, 수석검사 구동치(최준혁 분) [출처 : MBC 홈페이지]


    그런데 초임검사는 지도기간 동안 지도검사와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고, 함께 사건을 고민할 수사관도, 실무관도 없다. 지도검사실에 있는 직원들은 지도검사의 업무를 돕는 역할일 뿐이다. 물론 나의 지도기간 동안 근무했던 수사관님, 실무관님께서는 여느 직원 분들과 마찬가지로 어리바리한 초임검사를 하나하나 챙겨주면서 도울 일이 없는지 먼저 살펴봐주시던 마음 따뜻한 분들이었다. 그럼에도 지도검사가 담당하는 사건들은 주로 어려운 사건들(지도검사들은 경력이 많아 복잡하고 두꺼운 사건을 주로 처리한다)이라서 그곳 직원들의 업무도 다른 검사실에 비해 과중한 편인지라 초임검사 입장에서는 마음 편히 자신의 일을 부탁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초임검사는 지도기간이 끝나는 독립의 그 날을 기다린다(실제로 초임검사들은 독립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나도 그랬다. 꽃샘추위가 매섭던 봄날에 시작한 지도기간은 후텁한 공기 가득한 여름날이 되어서야 마침내 끝났다. 청사 사정이 열악했던 터라 창고처럼 사용하던 휴게실을 급히 치우고 만든 작디 작은 검사실이었지만 신나기만 했다. 물티슈를 집어 들고 온갖 곳을 청소했다. 화분도 사다가 창가에 두었고, 디퓨저도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우리 검사실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가 억울함이 없게 해야지라고 마음먹으며 방문 옆에 명패를 붙였다. 



검사 뚝검. 좌충우돌 검린이 시절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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