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엔 소금빵애주의자가 될까
맛있는 걸 먹는다는 건 일종의 치유다. 소울 푸드, 힐링 푸드라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나에게도 소울 푸드가 있지만 그건 나중에 기회가 되면 소개하기로 하고 오늘은 부드러운 소금빵에 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어느 평범한 날 아침, 옆자리 동료가 귀엽고 작은 소금빵 하나를 내민다. 남자친구 동네에 유명한 소금빵 맛집에서 산 거예요. 부드러운 소금빵이래요. 젊고 아름다운 그녀의 남자친구는 빵을 좋아하는 그녀를 위해 자주 빵셔틀을 한다고 한다. 뭐 좋아하니까 그 정도는 해줘야지 했는데. 작고 귀여운 그 부드러운 소금빵을 입에 넣자마자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우며 그녀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더랬다. 그러니까 자기는 이 빵을 자주 집에서 받아먹는단 거지? 오 부러워라!
그날 이후 나는 언젠가 아니 곧 영등포구청역에서 도보 7분 거리에 있다는 그 빵집을 찾아가서 양손 가득 소금빵을 사와 냉동실에 쟁여 놓고 남부럽지 않게 먹어 보겠노라 결심했다. 그리고 그 결심이 이루어진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12시가 좀 넘어선 시각, 소금빵이 나오는 시간. 갓 구워진 부드럽거나 바삭한 소금빵을 쟁이지는 않고 각각 하나씩 쟁반에 담고 리뷰에서 맛있다던 레몬케이크 1개, 단호박듬뿍 크림치즈 치아바타 2/1개를 골라 담았다. 거기에 스몰 딸기잼 추가.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우루루 몰려오는 바람에 서둘러 매장을 빠져나왔다. 길거리에서 부드러운 소금빵을 야금야금 입에 넣었다. 부드러움은 게 눈 감추듯 입 속으로 사라졌다. 두 번째 먹어도 맛있구나. 나는 뒤를 돌아 멀어져가는 빵집을 바라보았다. 복희빵집. 로고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복희는 이 집 강아지라는 사실을. 토요일 정오를 지나 날은 잔뜩 흐려있었다. 추위는 다소 물러간 듯 했다. 집에 돌아와 생강차에 레몬케이크를 먹고 한 시간 쯤 후에 단호박 크림치즈 치아바타를 커피와 함께 먹었다. 흐린 날에 스테이홈과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나는 빵순이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음에도 오늘을 계기로 흐린 날엔 소금빵애주의자가 되어볼까 생각했다. 날씨만큼이나 갑자기 흐려진 내 마음에도 부드러운 빵 위에 뿌려진 한 꼬집의 치유의 소금이 필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