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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린 Jul 17. 2022

순서 파괴, 효율적으로 일하기

일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일은 성과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일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순서에 따라서 일이 진행되어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업무가 원하는 일정대로 적절히 진행되는 것은 일터에서의 자기 효능감에도 영향을 준다. 선행 업무 또는 타 부서와의 협력 업무의 완료 여부가 내가 맡은 업무의 진행에 중요할 때가 많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효과적으로 설계하는 건 중요하다. 회사 내의 자원 배분에 대한 설계가 효율적으로 되어 있으면 업무와 관련한 나의 리소스의 투입량 역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원 배분에 대한 계획이 모두에게 공개되어 합의되는 게 중요하다. 회사에서 겪는 어려움의 대부분은 무능한 상사로부터 온다. 상사 중에 가끔씩 '저 사람은 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나' 싶은 때가 있었다. 내가 K와 일을 하면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점은 다른 팀원들이 진행하고 있는 업무의 순위를 고려하지 않고, 본인이 생각날 때마다 불쑥 일을 꺼내서 시킬 때가 많다는 것이었다. 


처음에 그런 경험을 했을 때에는 그저 K가 내가 하는 업무나 업무의 진행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 K에게 내가 하고 있는 업무를 되도록 많이 공유하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요즘 업무를 공유할 수 있는 툴은 너무나 많다. 나는 업무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될 때마다, 내가 정리한 것들을 공유 문서의 형태로 공개했다.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 궁금해하지 않도록 미리 공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피드백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문서 편집의 권한도 보통 공유하곤 했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문제가 쉽게 해결이 되면, 그게 문제겠나?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나 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 역시 K의 통제되지 않는 계획에 따라서 하루의 일과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을 종종 볼 때마다, 답답함이 느껴졌다. 회사라는 조직은 특정한 누군가의 사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기업의 경우에는 '내 회사를 내 마음대로 운영하는데, 뭐가 문제냐'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는 공동의 목적을 위해 모인 영리집단이며, 사업을 키우기 위해서 투자를 받는다거나 하는 경우에는 이미 회사는 공공의 감시 영역에 들어왔다고 할 수 있다.


분명 K도 자신의 업무 스케줄이 있을 것이다. 회사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진행하고 있는 업무의 리스트도 있으리라 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본인의 마음 속으로만 결정하고, 남들과 공유하지 않는 게 문제이다.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일을 본인이 생각대로 갑자기 시키면, 업무를 요청받은 입장에선 일단 기존의 업무를 잠시 멈춰야 하니 당황스럽고, 내 시간에 대한 통제권을 잃어버린 것에 화가 나게 된다. 그러면서 K는 자신은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니, 나로서는 번번이 마음수행이 더 필요하다고 속으로 다짐하게 될 뿐이다. 


나 역시 일을 할 때는 효율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직이 특정 개인의 무능력이나 이기심에 좌우되지 않으려면, 고유한 일 잘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야 한다. 업무를 공유하고 발상하는 사소한 방식까지도 조직 특성에 어울리도록 시스템화해 버리면, 오히려 비효율이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 


나는 일이 잘 진척되어 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에 시간을 잘 관리하면서 생산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기존의 방법을 바꿔 보는 것도 좋은 업무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아마존의 일하는 방식에 대한 책인 <순서 파괴>에서도 선형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뒤집어 버리고, 전통적인 방식의 비효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 책을 읽고 어떻게 그렇게 거대한 조직이 그동안 효율적으로 운영되며 꾸준하게 성장과 혁신을 거듭할 수 있었는지, 일 잘 하는 조직의 업무 방식에 대한 인사이트를 조금이나마 엿본 것 같았다.


예를 들면, 아마존에서 신제품을 구상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모든 팀원들이 모여서 소비자들에게 발표할 보도자료를 함께 쓰는 일이라고 한다. 원래대로라면 제품이 출시된 이후에 가장 나중에 작성하는 것이 보도자료이다. 하지만 다함께 모여서 보도자료에 들어갈 내용을 구체적으로 쓰다 보면, 어떤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지 구체적인 핵심 내용에 대해서 다들 선명하게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회의를 마치고 나면 각자의 업무에 논의된 내용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아마존은 신제품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낼 수 있었다.


아마존은 불필요한 PPT 사용을 금지하고, 아이디어 제안자는 회의에 앞서 5장 이내의 간결한 회의록(5-pager)을 작성해서 공유하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모든 회의의 참석자들은 5~10분 정도 침묵한 채, 제안자의 주장을 꼼꼼히 읽는다. 프리젠테이션을 듣는 동안에 발표를 듣는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중간에 질문을 던지거나 끼어드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발표하는 사람들은 뒷장에 작성한 내용을 앞당겨서 말하거나 전혀 맥락과 맞지 않는 질문에 대답하느라, 회의 시간을 다 빼앗겨서 결국 중요한 내용은 논의하지도 못한 채 회의를 마칠 수도 있다. 아마존은 이러한 회의의 방식을 과감하게 바꾼 것이다. 


사실 나 역시도 어떻게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 시각화 자료가 없이 효과적으로 말할 수 있을 지 상상이 안 되었다. 하지만, 누구든지 5장의 분량으로 특정 주제에 대해서 글을 써보면 깨닫게 될 것이다. 논리적인 흐름으로 한 가지의 주제로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력이 있도록 서술하는 일이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발표자 역시 회의록을 작성하는 동안 자신의 논리가 더욱 강화되고, 논리를 입증하기 위해서 더 많은 자료를 찾아서 함축적으로 요약한다. 다른 참가자들 역시 글을 읽는 동안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의문점을 꾹 참고 끝까지 읽는 5~10분 동안에 대부분의 질문에 대한 발표자의 주장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정도의 시간으로 회의에 참가하는 모두가 비슷한 수준의 사전 지식을 공유하게 되면, 나머지 회의 시간 동안에는 좀더 깊이있는 논의가 가능할 테니, 매우 효과적인 방식이다.


나는 일할 때는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있는 것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유연한 사고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일을 하는 데에 있어서 교과서적인 고전적인 방식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일하는 것도 정말 불편한 일이었다. 


마감일이 촉박한 마케팅 제안서를 제출하기 위해서 팀원들과 일을 하고 있는데,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팀원들은 전부 같은 학교 출신으로 마케팅 동아리의 선후배였다. 이미 그들은 몇 년 동안이나 비슷한 방식으로 일을 해왔다고 한다. 제품과 시장, 그리고 소비자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커뮤니케이션 컨셉을 도출한 뒤에 그에 맞는 아이디어를 순서대로 산출해 내는 방식이었다. 이건 분명 틀린 접근법이 아니다. 우리는 분명 학교와 교재로부터 그렇게 하는 거라고 배웠다.

 

하지만, 마케팅 대행사에서는 제한된 시간 동안에 클라이언트를 설득할 수 있을 만큼의 구체적인 아이디어와 이에 걸맞는 크리에이티브를 보여줘야 한다. 우리가 특별히 마케팅 조사를 직접 시행하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짧은 시간 동안에 할 수 있는 리서치의 방식과 결과물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매번 그렇게 선형적으로만 사고할 필요는 없다. 준비 기간 중 초반동안에 대략적인 리서치와 팀 내 공유를 마치고 나면, 어느 정보 컨셉이나 방향성이 보인다. 이미 내가 들어오기 전부터 한 팀으로 일해온 팀원들은 며칠 동안이나 컨셉에 대한 카피 문구를 생각해 내는 것에 몰두하고 있었다. 


나는 대략적인 컨셉과 방향성에 공감한다면, 아이디어를 풍부하게 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 보자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업무 스타일에 맞게 나한테 좀더 기다려 달라는 식이었다. 이렇게 고정된 업무 방식으로 인해서 시간을 흘려 보내고 있는 게 참 답답했다. 


아무리 좋은 컨셉이 나왔다고 해도 신박한 마케팅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은 경우에는 제안의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생각은 대부분 '거기에서 거기'인 경우가 많다. 게다가 고민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 경우에 컨셉이나 방향성에 대한 부분을 너무 오래 붙잡고 있다 보면, 당연히 아이디어를 구상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 진다. 아무리 좋은 컨셉이라고 해도 아이디어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누구나 조금만 시간을 들이면 생각할 수 있는 정도의 아이디어만 제안서에 담게 된다. 


나는 새로운 아이디어, 즉 액션 플랜을 먼저 생각해 낸 뒤에 컨셉이나 방향성을 구체화하는 경우에도 좋은 제안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생각은 항상 선형적으로만 흐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괜찮은 아이디어가 먼저 생각이 났다면, 그에 맞는 전략을 짜는 것으로 논리를 강화하면 된다. 그들과 일을 하는 동안, 이들에게 이렇게 업무의 순서를 바꿔도 괜찮다고 설득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아마존의 <순서파괴>라는 책을 읽고, 내가 그토록 공감을 했었나 보다. 일 잘하는 기업이나 개인은 어떻게 하면 성과를 높이고 효율적으로 일하는가에 대한 주제를 오히려 더 깊이 연구하는구나 싶다. 


기존과는 다르게 생각을 전환하면, 일에 대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는다. 예를 들면, 새로운 상품을 기획할 때에 고객이 보일 반응과 모든 예상되는 질문을 상상하며 구체적으로 접근하는 게 훨씬 효과적일 때가 많다. 쇼호스트였던 장문정 작가 역시, 상품에 대한 세일즈 문구를 작성할 때 주변의 특정한 인물을 고객으로 상상하면서 이들에게 말을 하듯이 글을 쓰면 더욱 구체적이고 설득력이 높아진다고 했다. 일하는 방식에 대한 고정 관념을 탈피하면, 이들처럼 좀더 효율적인 나만의 방식을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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