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 유형 그림책 2. 어떤 용기

목표에 집착하는 아이

by 김혜주 비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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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점부리’는 흰뺨검둥오리입니다. 점부리는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열심히 노력하면 원하는 모습이 될 수 있다고 믿었지요. 점부리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자신을 상상하며 열심히 살아갑니다. 친구가 수영장 가자고 전화했는데 바빠서 갈 수가 없다고 하죠.


즐거움과 행복은 미뤄두고 자신이 정한 목표만을 향해서 열심히 달리는 3번 유형을 보여줍니다. 자신을 위한 시간은 포기하고 오로지 성공만을 위해서 달리는 유형이죠.


점부리는 성공한 사람들의 삶을 동경합니다. 멋진 차, 멋진 집, 멋진 남편을 얻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외모가 성공에 방해된다고 생각해서 매일매일 겨드랑이 털도 뽑고, 다이어트도 하고, 걸음걸이도 고치고, 심지어 성형수술을 위해 돈도 모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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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처음 이 그림책을 보았을 때,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라고 생각했어요. 젊은 시절 일에 몰두하다가 몸이 아프게 되고, 치유의 과정을 거치면서 작가가 깨닫게 된 자전적 이야기가 담겨 있기도 하고, 주인공이 회사에 가서 일하는 설정으로 되어 있어서 말이죠. ‘아이들이 이 그림책을 이해할까?’ 궁금했습니다.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보면서, 같은 반 친구들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쉬는 시간에도 책상에 앉아서 영어와 수학학원 숙제를 하고, 주말에는 논술학원을 가고, 시험은 늘 100점 맞기 위해서 노력하고, 심지어 수행평가도 모두 잘 해내야 한다고 항상 바쁜 아이들. 어디 국영수 학원뿐인가요? 각종 경시대회에도 참가하고 악기도 배우고 체육도 배우고 무슨 영재원에도 가고 정말 바쁜 일정을 멋지게 소화해 냅니다. 그리고 그런 모든 것을 다 잘하는 자신을 자랑스러워하죠.


요즘 이런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나 봅니다. 에니어그램에서는 9가지 성격유형을 이야기합니다. 어떤 사회든지 9가지 유형이 골고루 있는 게 건강한 사회입니다. 특정 유형이 많은 사회는 장점도 많은 반면 그에 따른 단점도 많아지기 마련입니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요즘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는 건, 아마도 우리 사회에 3번 유형의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9가지 성격 유형이잖아요. 한 반에 10% 이내의 학생들에게서 보여야 하는 특성이 전반적으로 많이 보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3번 유형이 아닌 아이들도 그렇게 하도록 강요받고 있어서 일지도 모릅니다. 이토록 많은 활동을 3번 유형 아이들은 좋아하지만, 그럼에도 나중에 무리가 오기에 자제해야 하는 것들을 다른 유형의 아이들에게 독려하는 것은 자칫 억압과 강요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해야 할 일을 정할 때, 한 번만 더 아이들과 대화해 주세요. “정말 하고 싶니? 이 활동이 너를 기쁘게 하니? 이걸 하는 게 즐겁니?” 질문해 주세요.


아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학생이라는 이유로 혹은 다른 아이들은 다 한다는 이유로 억지로 하게 하게 하지 마세요. ‘수학포기는 대학포기, 영어포기는 인생포기’ 와 같은 대화는 어른들이 나눠야 하는 영역입니다. 아이들이 듣고 자신들이 인생을 미리 포기하게 하지 마세요. 아직 초등학생인 아이들에게 대학이나 인생은 너무 거리가 먼 이야기입니다.


쉬는 시간은 쉬어야 합니다. 주말에도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3번 유형의 아이들은 부모가 시키지 않아도 많은 활동을 알아서 합니다. 학교에서도 방과 후 활동도 하려고 하고, 과외도 받고 싶어 하죠. 아이가 하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봐 주세요. ‘정말 재미가 있는 거니? 그 활동이 너에게 즐거움을 주니? 어떨 때 기쁘니? 어떤 순간이 행복하니? 무언가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너의 감정을 아는 것이 더욱 중요하단다.’


그림책 속 점부리는 무리하게 일을 하다가 팔이 아파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시작합니다. 일을 그만하고, 휴식을 취하고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하고 이웃사람들과 인사를 하죠. 그러던 어느 일요일 아침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점부리의 팔이 털로 가득 뒤덮여 있었죠. 점부리는 흰뺨검둥오리, 즉 ‘새’ 이죠. 그런데 자신이 ‘새’가 아니라 ‘사람’이라고 착각하며 살아왔던 거였어요.


모두가 부러워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자신이 원래 새였다는 사실을 잊게 만든 거였죠. 3번 유형은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것보다 주변에서 칭찬해주고 부러워해주는 것에 더 열심히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지어 그 일이 자신과 맞지 않아도 칭찬을 많이 받으면 열심히 해서 좋은 성과를 내죠. 그런 행동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게 됩니다.


점부리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사람이 아니라 진짜 자기 모습을 찾아서 하늘을 날게 됩니다. 하늘을 날 수 있게 된 점부리는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 곳곳을 여행했어요. 날개는 점부리를 자유롭게 해준 용기입니다.


3번 유형에게 필요한 용기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는 것입니다.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 정말 기쁜 것,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서 자주 여행을 다녀보는 것이 좋습니다. 여행을 갈 때는 책이나 공부는 잠시 잊고, 순수하게 아이의 행복만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의 아이는 학생이기 이전에 소중한 자녀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너의 존재 자체를 사랑한다고 자주 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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