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 유형 그림책 1. 이까짓 거!

도전하는 아이

by 김혜주 비올라
다운로드 (31).jpg

(박현주, 이야기꽃, 2019)


갑자기 비가 내립니다. 우산 쓰고 가는 아이도 있고, 우산이 없어서 친구와 같이 쓰고 가는 아이들도 있고, 가족이 마중을 나온 아이들도 있어요. 주인공은 우산이 없어요. 누군가 “같이 갈래?” 물어보는데 엄마가 오실 거라고 거짓말을 합니다.


1664879022446.jpg

우산을 같이 쓰고 가도 될 텐데, 괜찮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8번 유형의 아이들은 누군가의 가벼운 호의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누군가에게 아쉬운 소리를 잘 못 합니다.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5번 유형의 아이처럼 그냥 비를 맞으며 천천히 걸어갈 수도 있는데, 그러기에는 무언가 약해 보입니다. 자신이 약하게 느껴지는 걸 견디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이죠.


쏟아지는 비를 향해 당당히 맞서 나가야 할 것 같은 느낌, 그러나 아직 용기가 생기지 않아 망설이는 순간입니다. 그때 지난해 같은 반이었던 준호가 나타납니다.


“넌 안 가냐?” 한마디 툭 던지고, 가방을 우산 삼아 머리 위로 받쳐 들고 빗속을 뛰어갑니다. 뛰어가는 친구의 뒷모습을 보자 갑자기 용기가 생기죠. 문방구까지 같이 갑니다. 이때 준호가 말해요. “다음은 편의점까지, 경주할래? 지는 사람이 음료수 사 주기.” 주인공과 친구 준호는 둘이서 가방을 머리 위로 들고 달립니다.


8번 유형의 아이들은 타고난 승부사입니다. 도전하는 사람을 만나면 절대 피하지 않죠. 누가 먼저 건들면 반드시 맞섭니다. 내기에 질 수 없죠. 이겨야 합니다. 열심히 뜁니다. 최선을 다하죠. 준호가 이깁니다. 이기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지만, 정정당당하게 승부하여 지면 또 그 나름 마음이 흡족합니다.


이번에는 미미분식까지 경주하자고 주인공이 먼저 이야기하죠. 한번 졌다고 물러서는 아이들이 아닙니다. 이길 때까지 다시 도전하죠. 다시 또 최선을 다하고 이번에는 주인공이 이깁니다. 다시 피아노 학원까지 또 경주를 합니다. 둘이서 달리니 표정이 신나 보입니다. 그렇게 피아노 학원에 도착하자 준호는 혼자 피아노 학원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혼자 남겨진 주인공. 그러나 한번 빗속을 달려본 경험이 있는 아이는 이제 더 이상 두렵지 않습니다. 아니 여전히 두렵지만, 쏟아지는 비를 향해 당당히 맞서 나갈 수 있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주인공은 그냥 달립니다. 이제 가방으로 머리를 가리지 않습니다. 우산이 필요하지 않죠. 길을 걷던 누군가 다시 물어봅니다. “얘, 우산 없니? 갈이 갈래?” 주인공은 대답하죠. “괜찮아요!”


이번엔 정말 괜찮습니다. 빗속을 ‘정면돌파’ 하겠다는 모습이 보입니다. 8번 유형의 아이들은 처음에는 망설이더라도, 누군가 툭 건드리면 갑자기 용기가 납니다. 한번 시작하면 아무것도 아닌 듯 해내는 힘이 있습니다. 나름 고민도 하지만, 일단 시작하면 무슨 일이든 거뜬히 해내는 에너지가 있어요.


그때의 멋진 모습은 주변 사람들에게 대단함을 느끼게 하며 자연스럽게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이들은 타고난 리더입니다.


다시 그림책을 볼까요? 피아노 학원 계단에서 우산 없이 혼자 우두커니 서 있던 남자아이는 주인공이 빗속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용기를 내어 달립니다. 용기를 전념시키는 아이들이 8번 유형이죠.


1664887028446.jpg
1664887030705.jpg

처음 시작할 때 온통 회색이었던 배경은, 피아노 학원을 지나면서 조금씩 밝아지다가 마지막에 노란색으로 바뀝니다. 불안하고 두려울 때 “이까짓 거!” 한마디면 됩니다. 회색의 어둡던 시작을 노랑의 밝음으로 바꿔주는 마법의 주문입니다. “이까짓 거!” 8번 유형의 아이들이 참 많이 사용하는 단어이기도 하지요.


도전하지 못할 것이 없고, 잘못되어도 ‘이까짓 거!’하며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아이들입니다. 강하게 보이는 만큼 이들이 가진 멋진 에너지로 주변에 영향력을 행사하죠.



keyword
이전 01화8번 유형의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