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를 모르는 아이
(마이클 홀, 봄봄, 2008)
분명한 색감. 단순한 그림. 저에게 선이 굵은 8번 유형 아이들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책이었어요. 그림책을 넘기면 바로 빨강이 가득합니다. 연필이 말해요. “내가 아는 한 크레용의 이야기예요.” 그러자 보라색이 말합니다. “야, 나 저 크레용이랑 친구야!”
8번 유형의 아이를 친구로 두면 정말 세상의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것 같아요. 한번 친구가 되면 항상 내 편이 되어 주는 존재들이죠. 내 친구라고 당당하게 자랑할 만합니다.
이 그림책의 주인공은 빨강 옷을 입은 파랑 크레용입니다. 이름이 ‘빨강’입니다. 선생님은 빨간 딸기를 그려보라고 합니다. 연습을 많이 하면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다시 해보라고 계속 반복시킵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이 그려도 계속 파란색 딸기를 그리게 되죠. 선생님처럼 하지 못합니다. 여러 상황에서 아무리 해도 계속 잘 그리지 못하자, 문방구들이 돕고 싶어 하죠. 테이프는 빨강이가 부러졌다고 생각해서 흔들리지 않도록 테이프를 붙여주고, 가위는 빨강이의 포장지가 문제라고 생각해서 포장지를 살짝 잘라 주어요. 연필은 빨강이를 연필깎이로 깎아주어요. 모두가 도와주었고 빨강도 노력했지만 빨강은 계속 잘 그리지 못했어요.
8번 유형의 아이들은 스스로 결정하면, 뭐든지 진심으로 열심히 합니다. 그리고 금방 큰 성과를 만들어 내죠. 그러나 누군가 시키는 걸 그대로 하는 게 어렵습니다. 억지로 하는 걸 싫어하죠. 그러다가 하지 말라고 하는 건 꼭 해 봅니다. 자기주장이 확고하고, 좋고 싫은 취향이 확실합니다. 부모나 선생님이 원하는 모습으로 바뀔 수가 없는 아이들입니다. 행동과 목소리가 크고, 열정이 넘쳐서 의도치 않게 주변을 위협하는 힘이 강한 아이들이죠. 힘을 빼라고 해도 그게 안 되는 아이들입니다. 무언가 고집불통의 독불장군 같은 모습이죠. 이런 모습 때문에 가해자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모습을 주변에서 자꾸만 온순하고 조용하게 바꿔주려고 애쓰면 아이는 점점 자신감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림책 속 빨강이가 하루는 새 친구를 만났어요. 보라 친구가 말합니다. “내 배에게 파란 바다를 그려 줄래?”라고 부탁하죠. 빨강은 대답해요. “난 못하겠어. 난 빨강이거든”
8번 유형의 아이들은 늘 자신감이 넘치는 유형입니다. 이들의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죠. 안 될 것 같아도 우선 하고 보는 아이들입니다. 그러나 주변에서 반복되는 지적을 받으면 8번 유형의 아이들은 5번 유형의 아이들처럼 행동하기 시작합니다. 나서지 않고 그저 주변을 관찰하기만 하죠. 8번 유형의 아이가 자기 방에 들어가서 책만 보고 있다면, 그건 지금 무척이나 스트레스가 많다는 뜻입니다.
그림책 속 보라는 조용하게 계속 권유하죠. “그냥 해봐. 그냥 한번 해봐!” 그래서 빨강은 보라를 위해 바다를 그립니다. 아주 멋진 파란 바다를 그리죠. “바로 이거야! 고마워’라고 하는 보라 친구에게 대답합니다.
“이 정도쯤이야!”
그리고는 계속 그렸지요. 아주 많은 파랑을 그립니다. 이제는 모두가 파랑을 우러러봅니다. 재능이 하늘을 찌른다고 하고 색깔이 강렬하다고 기분이 좋다고 합니다. 급기야 예전에 그렇게 구박하던 파란 딸기 그림마저 멋진 그림이라고 생각하죠. 그리고 그림책 마지막은 파랑이 가득합니다.
8번 유형의 아이들은 자기보다 약한 아이들을 보호하고 싶어 합니다. 보라색은 4번 유형의 상징이죠. 4번 유형의 아이들은 대체로 자신의 약한 부분을 감추지 않습니다. 연약하고 슬픈 표정으로 도움을 요청하죠. 8번 유형의 아이들은 자신의 도움을 필요한 순간 ‘이 정도쯤이야’라며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 낼 수 있습니다. 이들은 바다와 같이 넓은 마음을 가진 존재들입니다. 친구를 위해 많은 것을 베풀어 줍니다.
이 유형의 아이들은 운명에 맞서 스스로 세상을 헤쳐 나가고자 합니다. 실패에 굴하지 않고 성공할 때까지 도전하고 다시 도전하여 결국은 이겨내는 강한 아이들이죠. 타잔처럼 팬티 한 장만 걸치고 정글에 남겨져도 잘 살아남을 아이들입니다. 그리고 3년쯤 지나 그곳에 가보면 도시가 건설되어 있는, 세상을 바꾸는 강한 아이들이죠.
이런 강함이 주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존경심을 품게 합니다. 타고난 리더입니다. 겉과 속이 똑같은 순수한 아이들이죠. 주변에서 이런 아이들을 만난다면 그들의 강한 눈빛과 큰 목소리와 행동, 과한 자신감에 놀라지 마셔요. 그저 어깨를 토닥토닥해주세요. 그들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 고생을 사서 하면서 계속 도전하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