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구멍
겨울 동안 창문의 작은 균열을 견뎌야 했다.
잘 닫힌 듯 보이는 창문 사이에 생긴 균열은 쉬이익 이따금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안락한 공기 속을 파고들었다.
그렇게 겨울을 보내고 나니 바야흐로 날파리의 계절이다.
창문 물구멍에 작은 방충망 스티커를 붙여대고
음식물 쓰레기를 부지런히 갖다 버려도 어느 틈엔가 거실을 유유히 날아다닌다.
완강한 콘크리트 사이에도 무력하게 뻥. 하고 구멍이 뚫려있다.
창도 집도 그랬듯이 나도 구멍을 가졌다.
멍-하는 소리도 그 모양만큼 허전한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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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전화기 너머로 말씀하신다.
'저마다 마음에 가진 구멍은 막을 수가 없어.
채워지지 않는단다.
그건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두는 거야.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도 없어.
힘들 때는 그냥 충분히 힘들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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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게도 우리들은 서로에게 그 빈 틈을 비집고 들어가 위로가 된다.
들락날락하는 날 선 바람이나 해충을 가려주는
임시적인 가림막이 된다.
몸 중에 가장 넓은 등을 틈에 딱 붙여 가려주는
무성(無聲)의 위로.
서로의 등을 필요로 하는 앓는 소리에 연민과 사랑을 느끼며 슬며시 가져다 대는 모양이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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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목소리도 낮고, 딱히 말주변도 좋지 않아,
네가 울면 같이 울고 고개를 떨구면 그냥 안아주고
걸을 때는 너를 생각하며 기도하다 가끔은 안부를 물으며 무성의 위로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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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K와
세 아이의 엄마 L,
그리고 고마운 P를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