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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다 Jun 10. 2021

바다의 날들

다시 여름

누군가 산이 좋으냐 바다가 좋으냐 묻는다면 두 번 생각도 하지 않고 바다.

바다라고 대답하겠다.

바다에 갔던 날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그날의 기분과 함께 기억해낼 수 있다.

물론 내가 아주 어렸을 때 갔던 바다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커다란 비치타월에 몸을 꽁꽁 싸맨 4살쯤 돼 보이는 나의 모습을 사진으로 봤을 뿐이지만,

사진 속 커다랗고 짙푸른 하늘색 비치타월만 봐도 마음이 청량해졌다.

바다를 보려고 무작정 부산까지 기차타고 가서 망연히 바다만 보다  길을 다시 돌아왔던 ,

갑자기 밤바다로 가서 조개구이를 먹고 왕창 탈이 났던 날,

친구들과 다 같이 바다에 뛰어들어 가슴까지 적시며 파도를 탔던 날, (아마 다시는 그날처럼 깊게 바다에 몸을 던지는 날은 오지 않을 것 같다.)

쏟아지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해안가를 따라 걷다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던 날,

알록달록 앙증맞은 수영복을 입은 첫째를 물속에 넣어주던 날,

우중충한 제주에서 입술이 파랗게 되도록 조개껍질을 모았던 날,

낯선 나라에서 등이 벌겋게 달아오를 때까지 물속을 구경하던 날.

울적하게도 바다는 언제나 멀리에 있다.

도로를 달리고 달리다 멀리 바다가 조금 보이기 시작하면 '바다다!'라고 소리칠 만큼.

그래도 가끔씩 바다의 날들을 생각한다.

-

요즘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질 만큼 여름이 가까이 왔음을 느낀다.

바다의 날들은 춥기도 덥기도 때로는 계절이 모호하기도 했기에, 여름은 곧 바다라는 뻔한 등식을 세우고 싶지는 않다.

그럼에도 쨍쨍한 햇빛을 바라볼 때면 출렁이는 바다를 더 깊이 생각한다.

아스팔트가 이글 거릴 때도 솨악 하고 밀어닥치는 파도를 생각하고,

돌연 바람이 불어서 머리카락이 정신없이 날릴 때도 비릿한 바닷바람을 생각한다.

날씨가 좋아서 창문을 열어두니 이따금 들리는 비행기 소리나, 간지러운 경적 소리, 공사하는 소리가

집안으로 들어온다.

잠깐 소파에 앉아서 얼굴 언저리와 머리카락에 불어대는 바람을 맞으니 집안으로 들어온 소리는 그곳의 것이 아니지만 쾌적한 바람에 또 한 번 바다의 날들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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