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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다 Jun 03. 2022

익숙한 정의

사랑.

 우리가 같은 시간을 달려오는 동안에 서로에게 익숙해져 버린 것들을 나는 좋아한다.

 함께 겪었던 좋지 않은 기억들은 모난 부분들이 적당히 다듬어져서 머릿속에서 다시금 굴려보아도 따갑지 않게 된 것 또한 다행스럽게 여긴다.

 우리의 몸이 하루에도 몇 번씩 떨어졌다, 찰싹. 붙었다를 반복할 때마다 빈 틈 없이 끌어안는다 해도 생겨버리는 좁은 간격을 아쉬워한다.

 멀리서 서로를 알아볼 때 오른손을 들어 흔들지 않고도 얼핏 비치는 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할 때,

익숙하게도 나는 오른쪽. 너는 왼쪽에 서서 걸을 때의 과정이 나는 편안하다.

 넓은 도서관에서 청구기호를 가볍게 탁. 찾아내 듯 얼핏 비친 너의 어떤 기분을 탁. 알아볼 수 있는 내 눈의 시력은 아마도 높은 편이다.

 너는 소금 빵의 짜고 바삭하게 버터가 녹은 부분을  나중에 먹으며 먹을 때마다 눈을 감거나 . 만족스러운 소리를 내는 것이 좋아 나는 소금 빵을 두 개 이상 산다. 소금 빵 두 개는 4,000.

 얼마큼 손톱을 다듬어야 아프지 않은지 아주 오래전에 깨달은 것처럼 너는 어떤 말에 아픔을 느끼는지 안다. 나는 그 말에 가까이 가지 않으려 잘 돌아가고 비슷한 단어를 내는 것도 유의하며 대화의 걸음을 살핀다. 너의 어려움을 나는 안다.

 너는 어두운 밤을 싫어하지만 선선한 초저녁 산책은 좋아한다. 그럴 때도 나는 오른쪽, 너는 왼쪽에 서서 가뿐히 걸으며.

-

 매일 마주해온 우리의 모든 .

나는 우리의 익숙한 모든 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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