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우리가 같은 시간을 달려오는 동안에 서로에게 익숙해져 버린 것들을 나는 좋아한다.
함께 겪었던 좋지 않은 기억들은 모난 부분들이 적당히 다듬어져서 머릿속에서 다시금 굴려보아도 따갑지 않게 된 것 또한 다행스럽게 여긴다.
우리의 몸이 하루에도 몇 번씩 떨어졌다, 찰싹. 붙었다를 반복할 때마다 빈 틈 없이 끌어안는다 해도 생겨버리는 좁은 간격을 아쉬워한다.
멀리서 서로를 알아볼 때 오른손을 들어 흔들지 않고도 얼핏 비치는 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할 때,
익숙하게도 나는 오른쪽. 너는 왼쪽에 서서 걸을 때의 과정이 나는 편안하다.
넓은 도서관에서 청구기호를 가볍게 탁. 찾아내 듯 얼핏 비친 너의 어떤 기분을 탁. 알아볼 수 있는 내 눈의 시력은 아마도 높은 편이다.
너는 소금 빵의 짜고 바삭하게 버터가 녹은 부분을 맨 나중에 먹으며 먹을 때마다 눈을 감거나 음. 만족스러운 소리를 내는 것이 좋아 나는 소금 빵을 두 개 이상 산다. 소금 빵 두 개는 4,000원.
얼마큼 손톱을 다듬어야 아프지 않은지 아주 오래전에 깨달은 것처럼 너는 어떤 말에 아픔을 느끼는지 안다. 나는 그 말에 가까이 가지 않으려 잘 돌아가고 비슷한 단어를 내는 것도 유의하며 대화의 걸음을 살핀다. 너의 어려움을 나는 안다.
너는 어두운 밤을 싫어하지만 선선한 초저녁 산책은 좋아한다. 그럴 때도 나는 오른쪽, 너는 왼쪽에 서서 가뿐히 걸으며.
-
매일 마주해온 우리의 모든 것.
나는 우리의 익숙한 모든 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