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불투명한 몸뚱이를 가진 너는 읽기가 어려워.
겉옷으로 너를 꽁꽁 동여매고도 모자라 냄새가 없고 모양도 없는 모호한 말들로 높은 담장들을 올려둔 너는 정말 어렵다.
맑은 표정뒤로 얼핏 슬픈 기색이 보일 때 불투명한 그것을 알아본 내 눈이 원망스럽지만 일단, 너는 다 좋은 듯이 웃고 있으니. 그걸 꼬집어 물을 수는 없겠다.
소란스러운 울림이나 너무 맑은 날씨도, 다들 그렇게 태연함도, 아무런 시름없음도 다.
너는 다 무력해한다는 걸 알고 있는 나는 작게 웃음 짓고 날이 쓸데없이 맑다며 한 소리 거들어주는 일이 너를 사랑하는 나의 방식이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실 아는 게 중요한가, 안다는 건 뭘까.
우리가 ‘나는 너를 알아’ 라며 붙은 모든 짐작에 환멸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안다. 는 말을 하지 않는 것도.
우리는 그저 내내 길을 걷다가 불현듯 피로를 느끼고 잠깐. 잠깐 앉았다가 다시 중요한 일이 생각이라도 난 듯 훌쩍 가버려도 좋은, 그런 사이라면 좋겠다.
나도 의도치 않게 약간의 서운함을 주고, 그만큼의 이해를 무심하게도 바라는.
‘앎’으로 규정할 수 없는 너와 우리의 모든 불투명함이 앉고 앉히고 서운해하다 이해하고 다시 불현듯 네가 생각나기를 반복하는 끊임없는 계절 같은 것이기를 바란다고.
“불현듯.이라는 말이 얼마나 반가운 건 줄 알아? “라는 질문은 받은 날. 아 그랬던가.
지금은 여름의 초입이고 너는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이지. 떠올리고 잘 지내고 있는지. 불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