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의 아들을 만나다
안녕하세요. 김토끼입니다.
오늘은 부부소사사 시리즈로 찾아왔습니다.
저희 아내는 둘째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해산물 러버입니다.
자다가도 회라면 벌떡 일어날 정도인데요.
(애드워드 리: 물..물코기)
봄이면 제철 쭈꾸미를 사서 입부터 따시는 능력을 보여주시고
겨울이면 굴, 과메기가 집으로 옵니다.
홍게도 혼자서 2~3마리는 넉넉히 드실 정도로
해산물에 대한 애정이 대단한데요.
이러다보니 회를 먹는 날이면 아내의
행복지수는 100%로 도달합니다.
아내는 어릴때부터 해산물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아내와 연애할때 들은 얘기인데
한때는 어부의 아내가 되는게 꿈이었다고 할정도였습니다.
해산물을 실컷 먹을 수 있기 때문이죠.
무척 솔깃한 얘기였습니다.
여자친구를 아내로 전직시키기 위해
어부가 될 수는 없지만..
제가 어부의 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제 고향은 강원도 주문진입니다.
아버지는 원양어선의 기관장이였습니다.
어린시절 일년에 1~2달 정도만 아버지를 만나고
나머지는 늘 바다에 계셨습니다.
그렇게 바다에서 기관장으로 일 하시다가
사고로 배를 더 못타게 되신이후 작은 배를 타시면서
어업을 하셨는데 당시에는 원주에서 작은 횟집을 하고 계신 상태였습니다.
(뱃일하던 인프라로 고기를 띄어오시곤 했음)
꽤 오랜시간 뱃일을 하셨기 때문에 20살 이후로는 아버지를 따라
배도 몇번 타곤 했습니다. 게바리(울진), 주문진 등
아내를 데리고 아버지를 만나러 간 날
무지개 멍게를 회를 떠주며 매력어필을 하곤 했지요.
(회뜨는 남자 어때?)
결국 아내는 어린 시절의 꿈을 실현하게 됩니다.
어부의 아들의 아내가 된만큼, 좋아하던 물코기를
정말 실컷 먹게 되었습니다.
(자연산 물코기, 점성어 등 고급고기 들..)
나중에 아버지가 횟집을 그만두게 되신 이후로
어부의 아들의 아내라는 칭호는 없어졌지만
주문진에 가면 친척들이 운영하는 어판장들이 있어서
놀러가면 가면 저렴하게 실컷 먹고 오곤 했는데요.
아무래도 거리가 머니깐 자주가지는 못하게 됩니다.
아내의 회 게이지는 게임 충전 퍼센트처럼
차곡차곡 쌓여오다가.. 먹을 시점이 되면 먹고 싶다고 하는데요.
서울 봉천동 언덕길 아파트에 살던 겨울 어느날 , 아내의 회 쿨타임이 돌아옵니다.
회 쿨타임이 돌아오면 보통 강원도로 출발하곤 하는데요.
그 달에 돈이 많이 들어가던 달이었고.. 생활비도 빠듯해서
강원도까지 가기에는 무리였던 상황이라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대안으로 동네 일식집을 찾아보니(서울은 횟집보다는 일식집이라고 한다)
기본 셋트인 우럭 광어가 7~8만원 정도 하더라고요.
저는 인터넷 가격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하였습니다.
이 가격에 끽해야 광어, 우럭 그것도 수족관에서 몇날 몇일을
이리 저리 돌아다니는 마른 고기를.. 저 가격에 사먹는건
도저히 용납이 안되는 겁니다.
(회를 즐기진 않지만, 최고급 자연산 회만 먹어본 자의 높은 기준)
그래서 다음에 먹자고 하며 "이 가격에 저런 걸 먹기는 무리다"라고 하고
책상에 앉아서 일을 하고 있는데..
아내가 거실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겁니다.
너무 놀란저는 바로 손을 붙잡고 횟집으로 뛰어갑니다.
회셋트 한 상을 시켜놓고 맛있게 먹는 아내를 보며
이렇게 좋아하는 걸, 돈 생각한다고
또 가성비가 안맞다고 다음에 가자고 했던 저를 반성하였습니다..
지금 아내와 이 얘기를 하면 "내가 언제 울었냐고, 슬퍼긴 했다.."고 하며
기억을 잘 못하시지만.. 저는 저 당시가 너무 선명하고 또렷하게 기억납니다.
울면서 나왔는데 막상 빵긋 웃으며 회를 맛있게 먹는 아내를 보면서
'내가 돈 정말 많이 벌어서 회 정도는 편의점 츄파츕스처럼 사주는 남편이 되야겠다'고
다짐을 했던 날입니다.
그날 이후 저의 연례행사로 아내의 회먹는 날을 분기별로 정하고 있습니다.
자체 쿨타임으로 이정도면 맥여야한다라는 지점이 오면
강원도로 쏘던, 횟집이나 스시집을 가던, 아니면 해산물을 시키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과거에 비해 소득도 많이 증대되어
무엇을 시킬때 돈 걱정도 한결 덜해졌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제 연중목표(맛있는 회)는 계속 될 예정이고
재테크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일환에 해당합니다.
돈을 모으고 버는 것도 결국 행복하게 살기 위함이고
제 행복에는 아내의 행복이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어부의 아내로 살지는 못하지만,
아내가 좋아하는 것 맘껏 먹으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이보다 확실한 동기부여가 또 있을까요?
감사한 일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