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 브라이언트, 맘바 멘탤러티

인생에 큰 파장이 된 수십 번도 더 읽어준 아들의 최애 베드타임 스토리

by Hey Soon



코비가 누군데??


잘 생긴 우지원, 멋진 문경은, 그리고 카르스마 끝장 허재, 그리고 영원한 MBA 스타, Michael Jordan이 내가 아는 농구 선수 이름 전부였다. 우리 아들이 농구에 미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래서, 코비 브라이언트를 위키 백과에 검색하니 다음과 같이 나왔다.



코비 빈 브라이언트(영어: Kobe Bean Bryant, 1978년 8월 23일 ~ 2020년 1월 26일)는 미국의 은퇴한 농구 선수이다. 선수 시절 포지션은 슈팅 가드전미 농구 협회(NBA)의 팀인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의 소속으로 활약하며 5회의 우승(2000 ~ 2002, 2009, 2010)을 거두었다.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WNBA로스앤젤레스 스파크스의 전 감독으로 활동한 조 '젤리 빈' 브라이언트의 외아들이기도 하다. 현역 시절 별명은 "블랙 맘바"(Black mamba)이다.



아무튼, 미국에 건너가기 전까지, 우리 아들은 스포츠라고는 접한 게 하나도 없다. 매일 도복을 펄럭거리며 동네 태권도 학원을 놀이터 가듯 놀러 가는 게 고작 이였다. 그런데,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얼마 못 되어서 우리는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동네 어디에도 자전거 타는 아이들, 씽씽카 타는 아이들, 뭐 이런 귀요미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을!! 다들 어디로 갔을까? 우린 의아해 했고 우리 아들은 놀 친구 없이 방콕하며 빈둥거렸다.


우리는 멍하니 차창밖을 내다보며 식료품을 사러 월마트로 가고 있었다. 한참을 가다 대로변 어느 메에 아이들이 뭉텅이로 발견되었다. 아이들은 야구 경기에 한창 이였고, 벤치에는 부모들로 가득해 있었다. 한국에서는 또래 친구들을 만나려면 국,영,수 학원을 가야한다. 그런데 미국에는 그런 학원이 있다하더라도 미국 현지인들은 잘 안 다닌다. 기껏해야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아이들이나 그런 학원에 열심이다.


미국 부모들은 아이들의 운동에 아주 아주 열성이다. 한국 엄마들의 국영수 학원에 대한 열성을 능가할 만큼 대단하다. 이 곳 아이들은 시즌별로 다양한 스포츠 팀에 들어가서 팀 대항 경기를 주말마다 하는 편이였다. 예를 들어, 상반기에는 테니스, 야구, 축구, Cross Country (달리기), 하반기에는 농구, 풋볼과 같은 스포츠를 즐긴다. 아이들은 학교의 스포츠 팀, YMCA 스포츠 프로그램이나, 사설 스포츠 아카데미에 참여하여 학교 수업 후 스포츠 활동에 열심히 참가한다.


농구가 뭣 이길래?


이 사실을 안 나는 대한민국 아줌마정신을 백분 발휘하여 시큰둥한 아들(그 당시 미국 현지 학교 초등 1학년생)을 반강제로 동네 YMCA 농구팀에 등록시켰다. 미국 아이들과 부모들의 농구 사랑은 참 대단했다. 뭐 대단한 일인 양, 매주 금요일 저녁만 되면 그 부모들은 아들이 농구하는 작은 실내 코트로 모여 들었다. YMCA과 같은 사설 아카데미들은 부모의 입장을 무료로 시켜준다. 그런데, 사립학교 농구팀들은 비록 초등학생 레벨이라해도, 구경하려 오는 부모들에게 입장료를 내게 한다. 그 돈은 농구팀 운영에 큰 수입원이다. 나에겐 참 신기한 일이 였다. 내 아들 경기를 보러오는데 내가 돈을 낸다? 프로 농구팀의 볼만한 경기도 아닌데, 감히 입장료를 요구한다? 그리고, 그들은 NBA 리그나 되는 양, 벤치에 앉아 열심히 응원을 했다. 내 눈에는 신기하고 의아스러운 일들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그 YMCA 농구반에는 100% 미국 흑인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우리 아들만 유일한 아시아인 이였다. 농구도 처음인 상황에 피부색이 혼자 다른 우리 아들은 상당한 자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아들은 YMCA 농구팀에서의 이질감 때문인지 첫 해 한 시즌만 겨우 겨우 다니고 농구 레슨을 그만두었다.

미국 YMCA 실내 농구코트

농구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들이 초등 4학년, 딸이 초등 6학년 이 되는 해, 우리는 교회 소속 사립학교로 두 아이를 전학시켰다. (미국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른 이야기에서 또 나눌 예정이다.) 그 학교에는 작은 야외 농구 코트가 하나 있었다. 매일 낮 12시 30에 학교가 끝나고, 아들은 거기에서 농구를 하곤 했다. 키 큰 중학생 형도, 꼬맹이 유치원생도, 또래 친구도 모두 어울려서 농구를 했다. 그 학교 농구 코치인 르미어 선생님 (Mr. Lemire)은 그 학교의 초등과정에 계시는 유일한 남자 선생님이셨다. 50대의 중년이지만, 아주 성대모사를 잘 하고 유머러스해서 모든 남학생의 최애 선생님이셨다.


아들은 농구 시즌이 시작되는 가을에 그 학교 농구팀에 들어갔다. 아들은 그 농구팀을 아주 좋아했다. 거의 매일 실내 농구 코트에서 연습도 하고 매주 다른 학교 농구팀하고 게임도 했다. 서서히 또래 친구들과 친해지고 6학년에는 그 코치가 담임 선생님으로 되어, 더욱 농구에 빠져들었다.


Bed Time Story? or Bad Timing Story?


나의 매일 저녁 루틴 중에 하나는 아들에게 베드 타임 스토리를 들려주는 거였다. 아기 때부터 하던 거였는데, 초등 4~5학년 즘, 스스로 책에 열심이던 때를 빼고는 거의 매일 저녁 그 루틴은 이어갔다. 한국으로 완전 귀국하기 전 몇 달 동안, 아들은 거의 매일 밤 똑같은 책을 읽어 달라 졸랐다. 바로 이 책, 코비 브라이언트, 맘바 멘탤러티 (Kobe Bryant, the Mamba Mentality How I Play)이다. 이 책을 나는 아들과 수도 없이 읽었고, 아들은 거의 외울 지경이었다. 아들은 내 목소리를 들으면 절로 잠이 오는 지 자꾸 내 목소리로 읽으라고 했다. 귀찮아 지는 날, “오늘은 Bad Timing Story 스킵(Skip)이다.”해도 기어코 아들은 떼를 써서 나를 읽게 만든다. 그러다, 이 책이 시작되면 나와 아들은 둘 다 코비의 마력에 빠져들었다.


[책 Kobe Bryant the Mamba Mentality 일부 낭독]


아들은 코비가 들려주는 그 농구 기술에 관심이 있었겠지만, 나에겐 도통 알 길이 없는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나에게 이 책은 열정적으로 일생을 살았던 한 사람, 최선을 다한 세 딸의 아버지, 프로정신이 살아 넘치는 농구선수의 인생 이야기였다. 그래서 내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책 중간 중간에 눈에 띄는 좋은 영어 표현은 일종의 서프라이즈 선물 이였다. 생일 선물 받은 아이처럼 “이거 멋진 영어 표현이네!”하며 혼자 여러 번 되 내이며 외우기도 했다. 그럼 예외없이 아들은 “엄마, 그거 방금 읽는 문장인데 왜 또 반복해?!” 하며 짜증을 부리기도 했다. 아무튼 나는 이 책을 그런 두 가지 이유에서 읽고 또 읽기를 좋아했고, 아들은 코비의 농구 기술 때문에 듣고 또 듣기를 좋아했다.


그 덕에 나도 코비의 팬이 되었다.

이 책을 수없이 읽으면서 나는 어느 새 코비 브라이언트의 팬이 되었다. 등번호를 24번으로 바꾸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매 순간 순간에 최선을 다 하면서 살고자 했던 멋진 사람, 코비. 어쩌면 숨 막힐 듯 빡센 루틴을 소화하는 모습에 보는 사람마저 지치게 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코비는 아름다운 불꽃처럼 열정적으로 일생을 산 멋진 사람이다.


그의 매력에 한참 취해 있을 즘 이였고 나는 미국에서 마지막 학기를 마무리 하던 즘이었다. 2020년 1월 26일, 갑작스런 헬기 추락 사고로 코비 브라이언트가 둘째 딸과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열정적인 그의 인생은 41세의 젊은 나이에 끝이 났다.

그 소식에 나는 혼자 많은 생각에 잠겼었다.

‘그는 알았을까? 자기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이 그렇게 짧았다는 것을?’

‘그는 그래서 그렇게 보통 사람의 몇 갑절이나 열심히 열정적으로 인생을 살았을까?’

‘그렇게 죽을 건데, 무슨 이유로 그렇게 더 나은 자기를 만들기 위해 그렇게 애를 썼을까?’

‘그의 죽음에, 누군가는 그러니 괜한 고생 해봤자 별 거 없어. 그냥 편히 살다 오래 오래 사는 게 최고지 하며 그를 조롱하는 건 아닐까?’

‘우리 아들은 그의 농구 영웅 코비를 어떤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걸까?’


요즘도 아들은 이 책을 잠자기 전에 읽어 달라고 한다. 한참을 읽어주고 ‘잘 자라’하고 아들 방을 나와, 난 여지 없이 또 생각에 잠긴다. 나는 인생의 많은 갈래 길에서 주저한다. 괜한 고생을 하게 되는 건 아닐까하는 두려움에서. 지치고 힘든 날, “괜한 고생 해봤자 별 거 없어. 그냥 편히 살다 오래 오래 사는 게 최고지”하는 내 마음의 소리가 커진다. 그러다, 또 어떤 날에는 “그럼 왜 애초에 우리는 태어난 걸까? 그렇게 연명을 하며 사는 게 목적일 거면!”하고 혼자 생각에 잠긴다.


40세 중턱에 선 나의 인생 시험지 1번 문제

1. 다음 중 자신의 인생에 대한 결심으로 옳은 것은?

❶ ‘누구나 죽는다. 그러니, 괜한 고생 할 거 없어. 그냥 편히 오래 오래 잘 살려고 하라”

❷ ‘누구나 죽는다. 그러니, 괜한 고생이 되더라도 할 수 없다. 하고 싶은 일을 원 없이 하라’


코비 브라이언트가 다시 살아온다면 그는 몇 번을 선택할까? 그는 또 다시 주저함 없이 ❷번을 선택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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