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부 방법보다 100배 중요한 이것!
▮how보다 why가 먼저다
어떤 일이 주어졌을 때 어떻게 하는 지 방법(how)을 묻기 보다 왜 해야 하는 지 이유(why)를 먼저 묻는 사람들은 있다. 그런 사람들은 자칫 ‘뭔 말이 그리 많아? 그냥 해!’라는 식의 반응을 주위에서 듣곤 한다. 특히 코치 코치 캐 묻는 걸 싫어하는 우리나라의 문화에서는 더욱 그런 일이 많다. 왜 해야하는 지 이유를 궁금해하면 자칫 그 일이 하기 싫어서 딴지를 거는 사람처럼 오해 받기 쉽다.
그런데, 사실은 그 반대이다. 어떤 일을 하는 이유(why)를 잘 이해한 사람 혹은 이유를 가지게 된 사람은 그 이후 방법(how)를 좀 더 적극적으로 탐색하게 되어있다. 이치적으로 봐도 너무 당연한 소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영어 공부를 할 때 있어서는 why에 대한 답은 넘겨버리고 how에 너무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학창 시절부터 주요 교과목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영어 공부를 왜 해야하는 지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고 그저 꼭 해야하는 공부로 생각했다. 공부의 이유를 아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에 우리는 어느 순간 공부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기를 멈추는 경향이 있다. 그 질문에 몰입하기 시작하면 공부에 대한 토탈적인 회의에 빠질 수 있기에 그 질문을 살짝 피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중고등학생들에게는 더욱 더 그러하다.
중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다 보면 영어 공부를 싫어하는 학생들도 많이 만난다. 그들은 대부분 영어 공부를 왜 해야 하는 지를 모르겠다고 하소연한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평생 외국인을 안 만날 거고 외국에도 나가지 않을 거란다. 그리고 번역기를 사용하면 되고 돈으로 해결하면 다 된다는 거다. 참 맞는 말이다. 언어 학자가 될 것도 아닌 데 그 많은 문법적 용어와 용법에 대한 공부가 하기 싫을 만도 하다. 누구도 십대 학생들에게 영어 공부를 왜 해야 하는 지 명쾌한 답을 제시해주지 못한다. 좋은 성적, 좋은 대학교, 좋은 직장을 위해 공부해야 한다는 틀에 박힌 소리는 그들의 마음까지 닿지도 못 한 채 그저 한 귀로 흘려질 말이 되곤한다. 사실 그들의 시선으로 보면 영어 공부를 꼭 공부해야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영어 공부에 대한 이유를 묻던 학생들이 어른이 되면 why를 더 이상 묻지 않는다. 그들은 각자 자신만의 인생 행로에서 저마다의 이유(why)를 가지고 영어 공부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방법(how)를 탐색한 후 영어 공부를 매진하는 경우가 많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다들 여기에 속할 것이다. 성인 학습자들은 대부분 마음 속에 저마다의 영어 공부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성인 영어 학습자들의 영어 공부가 훨씬 실질적인 결실과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사람들이 외국어로 영어를 배우는 이유
성인 학습자들이 외국어를 공부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외국어 학습에는 공통적인 이유가 있다. 응용 언어학자 Gardner는 외국어 학습자들의 학습 동기를 사회 교육적 모델 (socio-educational model, 1975)로 설명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학습 동기는 1) 그 언어를 구사하는 집단의 한 구성원이 되고 싶거나 그들과 가까워 지고 싶은 마음 2) 그 언어를 잘 구사하면 가지게 될 실질적인 잇점들 (예, 승진, 좋은 대학 진학 등) 3) 배우는 상황에서 느끼는 즐거움(예, 영어 선생님이 친절하고 잘 가르쳐 줌)의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예를 들어 내가 영어 공부 특히 영어 말하기를 열심히 연습하고 하게 된 이유는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어 교사가 되기 위해 영어 사용능력은 꼭 필요한 능력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매일 아침 영어 방송을 듣고 매일 영어 회화 학원에서의 말하기 연습하는 그 자체가 나를 발전시키는 것 같아 매일의 루틴을 즐겼다.
▮국제적인 언어(Lingua Franca)로서의 영어
Gardner는 사람들이 영어를 사용하는 집단과 가까워지고 싶어서 영어를 배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최근 코로나 이후 소셜 미디어의 사용자가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도 영어로 자신의 컨텐츠를 제작하여 공유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제 영어는 영어권 나라 사람 뿐 아니라 비영어권 나라 사람들과의 교류에 영어가 아주 유용한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더 이상 영어는 특정 나라의 모국어만이 아니다. Graddol(2006)에 따르면 2040년 경에는 영어 사용자가 30억명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세계 인구가 대략 77억명이라고 보면 그 사용자는 50%에 약간 못 미치는 숫자이다. 이런 추세로 가면 머지않아 영어 사용자는 전 세계 인구의 50%를 훌쩍 넘을 것이다. 영어는 전 세계 공통 의사소통 수단 즉 명실공히 세계 공용어로 그 자리 메김을 굳건히 하게 될 것이다.
▮요즘 사람들이 외국어로 영어를 배우는 이유
세계 공용어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요즘, 사람들의 영어 공부 목적이나 이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가장 대표적인 응용 언어 학자 Dornyei & Ushioda (2011)의 제2언어 자아 시스템(L2 Motivational Self System)이론에 따르면 외국어를 학습하는 동기는 다음과 같다고 했다. 우리는 영어 공부를 하면서 두 가지 종류의 자아상을 그린다고 한다.
1) 제 2 언어 구사 능력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하는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Ideal L2 Self)
2) 제 2 언어 구사 능력이 없어서 생길 곤란한 점을 생각하며 마땅히 되어야 할 자신의 모습 (Ought-to L2 Self)
3) 현실의 자신과 상상속에 그린 자신의 모습 사이의 갭을 좁히기 위해 우리는 제2언어를 열심히 배우는 것(L2 Learning Experience)이라 한다.
결국, 비전이나 꿈을 가진 사람은 현실에서 그런 꿈을 이루기 위한 액션 플랜을 세운다. 그리고 실제로 실천까지 하게 된다. 그런 사람은 자율적 학습자가 되고 외국어를 성공적으로 학습하게 된다.
▮영어 학습자들에게 롱런의 힘이 될 수 있는 학습 동기
Lai(2013)은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타이완에서 외국어로 영어를 학습하는 267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영어 학습을 하는 동기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점이나 졸업을 위한 필수 과정이라 영어 강의를 듣기보다는 여행, 다양한 나라 사람과의 의사소통, 글로벌한 사람으로 살고 싶은 욕구에서 영어 공부를 한다고 한다.
Yashima(2009)의 일본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외국어로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은 “국제적인 마인드(international posture)”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자기 스스로가 국제적인 커뮤너티의 한 사람, 즉 세계 시민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국제적인 사안들에 관심을 가지고 다른 나라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것에 준비가 되어 있다. 영어가 가장 강력한 세계 공통어인 만큼 영어를 배운다는 것은 자신의 모국어 집단을 넘어서 국제적인 커뮤너티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메김하는 데 아주 중요한 도구임에 틀림이 없다.
▮롱런할 수 있는 나의 영어 학습 동기
안타깝게도 나를 포함한 많은 대한민국 수험생들은 학창 시절 입시 영어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와 부정적 경험으로 인해 진정한 영어 사용자로서의 즐거움을 느껴보지도 못 한 채 영어 울렁증이라는 트로마를 겪는다. 하지만 나의 경험으로 확신하건데, 고등학교 때까지 하던 영어 공부는 그야말로 영어의 허상에 불과하다.
이제 세계 시민으로 국제적인 이슈에 관해 영어로 직접 이해하고 다른 나라 사람들의 댓글도 보고 나의 의견도 들릴 수 있도록 해 보는 건 참 신선한 경험이다. 영어를 할 수 있는 덕분에 한국에 살지만 한국에 살지 않는 것처럼 살 수 있다. 참 아이러니하게 들리겠지만, 한국에 산다고 한국 뉴스만 주구장창 들으란 법은 없다. 한국에 산다고 늘 한국어로 된 유튜브 채널만 시청하라는 법은 없다. 미국에 살 때처럼 나의 일상은 똑같다. 영어로 된 뉴스를 들으며 영어 파드 캐스트를 듣고 여가가 있을 땐 네플릭스 영상을 볼 수도 있다. 미국 친구와 왓즈 앱(WhatsApp)이라느 것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필요할 때 영어로 음성이나 문자 메시지를 전한다. 영어를 할 줄 아는 덕분에 나는 나를 물리적인 한국이라는 나라에 가두지 않는다. 영어를 할 줄 아는 덕분에 나의 멘토인 레인할머니와 밀튼 할아버지와 함께한 한국 여행이 몇 배는 더 풍성한 경험이 될 수 있었다.
앞서 글에서 말했지만, 영어 공부를 한다는 건 나의 리미트를 작은 한 나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 간의 리미트를 허무는 것이다. 언어의 장벽 없이 누구와도 소통을 할 수 있는 언리미트의 세상으로 나를 데려가는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비전과 희망을 좀 더 구체화 시키고 액션 플랜을 세워 영어 학습 도전을 적극적으로 맞닥들인다면 자립적이고 자율적인 평생 영어 학습자로 또한 세계 시민으로 스스로를 자리메김할 수 있다.
여러분은 영어를 멋지게 구사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본 적이 있나요? 아직 그려보지 않았다면 지금 그려보는 건 어떨까요?
▮참고 문헌:
- Lai, H. Y. T. (2013). The Motivation of Learners of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Revisited. International Education Studies, 6(10), 90-101.
Graddol, D. (2006). English Next. The British Counc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