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울렁증은 불치병일까?
▮언어 학습에 중요한 정서적인 요인들 (affective factors)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행위에는 인지적인 것들(언어에 대한 적성, 학습 전략), 정의적인 것들(태도, 동기, 불안감), 그리고 메타인지적인 것들, 지역적 요인 등 많은 것들이 영향을 미친다 (Henter, 2013).
언어에 대한 적성과 같은 인지적인 것들은 어쩌면 타고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Oroujlou & Vahedi (2011)의 연구에 따르면 태도(attitude)는 학습될 수 있고, 따라서 교육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리고 상황적인 측면이 있기에 일반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Attitudes can be learned, hence taught; they are situational, and hence can be generalized... (p. 374)”
배움에 대한 태도 만큼이나 언어 학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의적인 부분은 학습 동기와 언어 불안증이다.
학습 동기는 정서적인 영역 뿐 아니라 목표설정과 같은 다분히 인지적인 부분도 관련이 있다. 그래서 그 목표 설정과 관련하여 다음 글에서 외국어 학습 동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언어 불안증 (Language anxiety)증은 소위 영어 울렁증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태도, 학습동기, 그리고 언어 불안과 같은 것들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 유리한 방향으로 변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사람의 숨은 잠재력까지 표면으로 끌어올릴 만큼 수퍼 파워풀하다.
▮한국인에게 유독 독이 되는 요소들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영어는 그저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수단으로만 그치는 게 아니다. 학창 시절부터 영어는 입시의 중요한 과목으로 자리메김해오고 있다. 영어는 순수하게 영미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기보다는 자신의 성적을 결정짓는 부담스러운 과목으로 존재해 왔다. 그러다 보니 영어 학습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기 힘들다.
또, 남을 의식하는 한국 문화 속에서 우리는 남 앞에서 실수하기를 무척 두려워한다. 그러다 보니 영어 말하기와 관련해서 영어 울렁증이 심각하다. 누구든 영어 말하기와 관련된 나름의 아픈 기억들이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한국 사람들은 영어에 대한 울렁증을 가지고 있다.
▮영어 울렁증이란?
언어 학자 Horwitz(2001)에 따르면 불안은 세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1) 개인의 성격적인 특징 (a personality trait)
2) 상황적인 불안정한 상태 (a temporary situation)
3) 특정 상황에서 반복해서 일어나는 불안한 상태 (anxiety to specific to a situation)
이런 세 가지 불안 유형 중에 영어 울렁증은 세 번째에 해당한다고 한다. 특정 상황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불안한 심리상태인 것이다. 이는 특히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상황에 주로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영어 울렁증의 증상은?
Horwitz에 따르면 외국어 학습 불안(foreign language anxiety)는 일반적인 불안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고 한다. 집중의 어려움, 땀이 남, 심장 두근거림, 영어 수업에 대한 걱정, 두려움, 심할 경우 영어 관련 과제 및 수업 거부증 등이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영어 울렁증을 두 번 심각하게 겪었다. 고1 첫 모의고사를 치고 난 이후 영어에 대한 심한 좌절을 할 즘 영어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생겼다. 그 당시 영어 울렁증의 원인은 엄청난 공부 양이었다. 그 엄청난 양에 압도되어 스스로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긴 지문을 보면 그냥 마음이 답답하고 제한된 시간에 독해 문제를 푸는 것 자체가 늘 진땀이 났다. 영어를 끝없이 공부해야 하는 상황에 마음이 지쳐버렸다.
그리고 미국 유학 시절 두 번째 영어 울렁증을 겪었다. 고1 때 나의 영어 수준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나의 영어 실력은 향상된 상태였지만, 두 번째 영어 울렁증은 첫 번째 만큼이나 영어에 대한 거부감은 심각했었다. 이때는 영어자체에 대한 두려움이라기 보다는 영어라는 언어에 대한 나의 태도가 상당히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영어와 관련된 모든 것이 딱 꼴보기 싫어졌다. 그저 삐딱 노선을 타고 싶어졌다. 영어 관련 글이나 말을 듣고 싶지고 읽고 싶지도 않았다.
▮영어 울렁증은 불치병일까?
영어 울렁증은 쉽게 가시지 않는 증상이다.
Stepehn Krashen(1981)은 외국어 습득에서 정의적인 여과기(affective filter)가 존재한다는 가설을 내놓았다. 정의적인 요인들 예를 들어, 불안, 동기, 자신감과 같은 것들은 외국어 학습의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이런 정의적인 요인들은 외국어 수업에서 얻는 인풋을 학습으로 이어갈 수 있는 중간 매개체로 보았다.
같은 인풋에 노출되었다 하더라고 정의적인 여과기가 낮은 사람 즉 불안이 적고 동기와 자신감이 높은 사람은 그 인풋을 쉽게 받아들이고 학습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정의적 여과기가 높은 사람 즉 불안이 높고 동기와 자신감이 낮은 사람은 그 인풋에 노출되더라도 학습으로 이어질 수 없다고 보았다.
영어에 대한 불안이 높은 사람들은 영어 학습에 성공확률이 낮다. 영어 학습에 성공 경험이 없으니 불안은 쉽게 가시질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영어 자신감이 줄어들고 영어를 배우고 싶은 동기가 생길 리 없다. 결국 영어 울렁증은 그 악순환의 중심부에 자리를 잡고 있다. 쉽게 사라질 수 없다. 영어 울렁증은 난치병이다. 하지만 나의 경험상 불치병까지는 아니다.
▮영어 울렁증을 고칠 방법은?
영어 울렁증에 특효약은 없다. 하지만 영어 울렁증은 불편한 마음의 어떠한 상태이다 보니 이를 다스릴 방법도 역시 각자의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
특히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야 할 경우 영어 울렁증이 두드러진다. 영어로 말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인해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마음이 불안해지면 다음의 것들을 마음에 떠올리기를 추천한다.
1.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
한국어를 영어 원어민에게 가르쳐 본 적이 있다.
영어를 아주 유창하게 말하는 그들이지만 한국어 말하기 시험에서 내 앞에서 사시나무 떨 듯 떠는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떠듬 떠듬 한국말을 하는 그들에 비하면 우리의 영어실력은 100배 훌륭하다.
2. 영어에 기죽지 말자.
영어 원어민을 부러워 할 일은 아니다.
우리는 한국어 원어민이다.
각자 한 가지 언어를 잘 하는 동등한 개개인이다.
나는 한국어를 잘 하는 사람이다.
게다가 영어도 조금 할 수 있다.
3. 나도 마음대로 말 좀 하자.
문법으로부터 자유로워 져라.
발음으로부터 자유로워 져라.
남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완벽하게 말 하려고 하지 말자.
4. 본질에 충실하자.
심플하게 말하자.
본질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에 집중하자.
한국말을 그대로 영어로 하려 하지 말자.
5. 과욕을 부리지 말자.
빨리 말 하지 않아도 된다.
많이 말 하지 않아도 된다.
너무 잘 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
6. 그냥 질러라.
생각나는 대로 말해 버려도 된다.
못 알아 들어도 당황하지 말자.
또 한번 다른 식으로 말하면 된다.
그게 진정 언어 사용 능력이다.
영어 학습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은 영어 공부에서 참 중요한 첫 단계이다.
영어라는 언어와 배움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은 영어 학습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
영어가 세계 공용어로 자리 잡고 있다.
영어가 입시 과목이 아닌 세계로 이어주는 활짝 열린 창문으로 생각하면 좋겠다.
무엇보다 남에게 그러하듯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면 좋겠다.
▮참고 문헌
Henter, R. (2014). Affective factors involved in learning a foreign language. Procedia-social and behavioral sciences, 127, 373-378.
Oroujlou, N., Vahedi, M. (2011). Motivation, attitude, and language learning, Procedia - Social and Behavioral Sciences, 29, 994-1000.
Krashen, S. (1981). Second language acquisition and second language learning. Oxford: Pergamon Press.